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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ㅣ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최근에 사강의 책을 많이 읽었다. 주로 그녀가 20대에 발표했던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마음의 파수꾼]은 사강이 30대에 쓴 소설이다. 이 책은 앞선 작품들에 비해 짜임이 치밀하고 탄탄하다고 느꼈다. 이야기 구성이 잘 짜였다는 것은 그녀의 글이 20대 때에 비해 많이 성장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앞선 작품들에서 보여주던 자유로움이 많이 덜했다. 구성이 잘 짜여진 이야기라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사강의 작품 같지 않은 낯설음 이라고 할까? 작가로서 성숙해지면서 작품이 어떤 틀 속에 갇혀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것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느낌일 뿐이다. 겨우 이 작품 하나로 사강의 소설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마음의 파수꾼]이 다른 작품에 비해 대중에게 훨씬 어필이 잘 되었을 것이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저질러 지는 범죄에서 대해서 어디까지 동감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할 꺼리를 많이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사강의 특기인 심리묘사나 그녀만의 감수성, 어떠한 생각의 틀에도 가두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 잘 드러나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소설 [마음의 파수꾼]은 무척 재미있었다. 루이스 같은 사랑도 있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 지다 가도, 섬뜩하고, 통쾌 했다. 제법 무서운 이야기지만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손쉬운 행복을 손에 넣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그런 행복은 사람을 속박한다. 행복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상심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우리는 최악의 근심 거리 한가운데서 헤엄치고, 몸부림 치고, 스스로를 변호하고,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돌연 행복이 조약돌처럼 혹은 반짝이는 햇빛처럼 우리의 이마를 친다. 그러면 우리는 존재한다는 그 모든 기쁨을 마주한 채 당황하여 뒷걸음을 치는 것이다.-p169~170
역시 사강의 소설에서는 건질 수 있는 문장이 많다.
올 봄 사강의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