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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 ㅣ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사강의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슬픔이여 안녕][어떤 미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정도다. 오래 전에 읽은 소설이라 스토리도 다 까먹었다.
[어떤 미소]의 내용이 생각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을 수록 내가 [슬픔이여 안녕]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다 [슬픔이여 안녕]에서는 세실이 주인공이고, [어떤 미소]에는 도미니크가 주인공이라는 걸 기억해냈다. 이럴수가! 내가 두 이야기 제목을 완전히 바꿔 기억하고 있었다니!
오래전 [어떤 미소]를 읽을때 내 마음은 너무나 불안했다. 도미니크를 동정하거나 이해 할 수 없었다. 오히려 프랑스와즈가 너무 불쌍했다. 그러니 뤽이라는 중년 남성이 얼마나 파렴치한으로 생각되었겠나!
나의 이성관은 공자님 가르침을 최고 덕목으로 받드시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지배하고 있었다. 일부종사.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우리 사회는 여성의 순결을 강요 했고, 혼전 성관계를 죄악시 하였다. 그러니 나의 머리로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도미니크를 응원할 수가 없었다. 오래전 읽었던 [어떤 미소]는 유부남의 꼬임에 빠진 여대생의 일탈로만 내 기억 속에 남았다.
환갑이 다 되어가는 이 나이에 읽은 [어떤 미소]는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소설이었다. 옛날에는 스토리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소설에 담아 낸 철학도 보이고, 소설 속 대화에서 작가의 생각들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의 눈가에는 정말로 꽤 심각한 주름들이 있었다. 나는 거기에 내 집게손가락을 대보았다.
"난 이게 멋지다고 생각되는걸요. 이런 가느다란 선들로 이루어진 두개의 근육을 갖기 위해 그 모든 밤, 그 모든 고장, 그 모든 얼굴이 필요했잖아요. 당신은 이것들을 쟁취한 거예요. 그것들 때문에 활력있어 보이고요. 잘은 모르지만 나는 이것들이 아름답고, 표정이 풍부하고, 사람의 마음을 끈다고 생각해요. 주름없는 매끈한 얼굴은 무서워요."-p67
도미니크가 프랑스와즈에게 하는 말이다. 왠지 이 대화가 참 좋았다. 나는 소설속 프랑스와즈보다 15년은 더 살았다. 내 얼굴에는 프랑스와즈보다 많은 주름이 생겼을 것이고, 지금 내 얼굴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다.
프랑스와즈는 도미니크의 젊음을 질투했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뤽이 프랑스와즈와 늙어가기를 택하는 것은 프랑스와즈의 얼굴에 남은 주름의 세월을 함께 했기 때문일 것이다.
도미니크는 사랑의 열병을 앓고 난 뒤 성숙한 어른이 되어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