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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ㅣ 이어령 대화록 1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엮음 / 열림원 / 2022년 1월
평점 :
며칠전에 이어령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나는 선생님의 책[메멘토모리]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이어령 선생님의 [메멘토모리]는 선생님이 고 이병철 삼성회장님의 24가지 물음에 답하는 형식을 취했다. 특히 기독교 신앙에 관한 대답으로 풀었다. 나는 모태 신앙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오래 가톨릭 신앙생활을 했다. 어린시절, 특히 중고등학교때까지는 맹신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하고 가톨릭 학생회에 입회 하면서 생각이 많이 변했다. 가톨릭 학생회에서는 매주 사회 과학 서적을 읽고 세미나를 했다. 내 생각이 의식화 될수록 신앙과 멀어지는 쪽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거의 무신론에 가깝다. 그렇다고 성당과 아예 담을 쌓은 것은 아니고 친교를 위해서 성당에 놀러 간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우리 가족 모두 영세를 받았다. 하지만 예수를 신으로 믿는 건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딸이 내게 물었다. "엄마는 예수님을 믿어? 왜 성당에 가?"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예수를 신으로 믿지 않아. 그냥 존경하는 스승으로 생각해. 그리고 성당에 가서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즐겁게 노는 거지." 딸아이는 성당에 놀러 다닌다는 내 대답에 어이 없어했다.
이어령 선생님의 [메멘토 모리]를 다 읽고 난 지금의 내 생각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양자 역학까지 논하시는 선생님의 글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고, 당신 말대로 과학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올바른 신앙인이 되도록 설득하지는 못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선생님이 기독교를 변론하고 있는 것만 같아 불편했다.
누구는 나 같은 사람은 종교인이 아니라고 욕할 지도 모르겠지만 내 머리에 박힌 정서는 다른 종교 시설이 몹시 불편하고, 신부님의 강론이 가슴에 와 닿고, 성당에 가면 편안하다.
사실 [메멘토모리]라는 제목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책은 김열규 선생님의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였다.
김열규 선생님의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를 읽은지 20년이 지났다. 그때의 나는 30대 후반이었다. 제목을 보는 순간 머리를 탁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죽음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않고 살고 있던 나에게 죽음을 기억하라고 하니 이게 뭐지 하고 놀란 것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내 아이들이 한창 자라고 있던 때라 죽음보다 삶에만 몰두해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 나이까지 사는 동안 내 삶에서는 죽음이 크게 자리한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두 번의 죽음을 경험했었다. 친정 할머니는 내가 막 대학에 진학 했을때 돌아가셨지만, 여든여섯까지 편히 지내시다 주무시는 중에 찾아온 죽음이었고, 모두들 천수를 누린 호상이라고 말하는 장례식이었다. 아버지는 내 나이 26세때 암으로 오래 앓으시다 돌아가셨다. 가족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생각보다 아버지가 오래 견디셔서 환갑,진갑을 다 넘겨주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김열규 선생님의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의 주제는 카르페 디엠 이었다. 죽음이 삶이고 삶이 죽음이니, 현실에 충실하고 생을 즐기라는 내용이었다. 너무나 좋았다.
이어령 선생님의[메멘토모리]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내일 당장 지구의 종말이 오면 무얼하시겠습니까?
"종말을 구경할 겁니다."-p182
선생님도 지구의 종말을 구경하고 감상을 글로 남기겠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이 늘 하던 대로 언어의 씨앗을 우주에 뿌리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