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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ㅣ 특서 어린이문학 1
이상권 지음, 전명진 그림 / 특서주니어 / 2021년 11월
평점 :
이상권 작가님 동화를 참 좋아한다. 지난 달에 읽은 [29센티미터]도 정말 좋았다.
이번 책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는 호랑이가 지그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듯한 표지 그림부터 내 눈을 끌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명상 하기를 좋아하는 내 감정이 이입된 것일 게다. 제목도 마음에 쏙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가 떠올라서다.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를 받자마자 바로 읽었다. 가볍게 읽히지만 참으로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뭔가 감상을 글로 남겨야 할 것만 같은 뭉클함이었다. 책을 덮는 순간 내 방에 들어온 딸에게 냉큼 말했다.
"이 책 꼭 읽어봐!"
[29센티미터]를 읽은 뒤에도 똑같은 소리를 했다. 딸아이는 시큰둥하게 보더니 '싫어!'하고 대답하고 나가버렸다. 그러면 나는 딸아이 책상에 슬그머니 책을 갖다 둘 것이고 딸아이는 며칠 본체만체 하다가 아무 할 일이 없는 어느 시시한 날 책을 읽을 것이다. "괜찮더라"고 하겠지. [29센티미터]를 읽었을 때처럼!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에는 우리나라 여러 옛이야기가 들어있다. 호랑이 담배 먹는 이야기는 물론 반쪽이 이야기,심청전, 춘향전 등.
봉래산 백번째 봉우리 우뚝 솟은 바위 밑 굴에서 '눈꽃이 피다'라는 이름을 가진 호랑이가 아기를 낳는다. 아기는 하얀 호랑이 백호였다. 미래에 산신령이 될지도 모르는 영험한 호랑이가 탄생한 것이다. 좋은 일에는 마가 끼는 법. 하얀 털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이 아기 호랑이에게는 재앙이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건 동물 세계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백호는 어미 호랑이를 잃고 어찌어찌하여 인간의 집에서 자라게 된다. 태어남과 동시에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것이다. 백호는 허산이라는 인간의 이름으로 불린다. 백호 허산은 누구의 말이라도 진지하게 들어준다. 백호의 들어주는 재능은 누구든지 찾아와 고민을 털어 놓게 만든다. 내가 보기에는 산신령의 일이 바로 온갖 하소연을 들어주는 역할이니 분명 백호는 산신령이 될 만해 보였다. 과연 백호는 산신령이 될까?
더 상세하게 늘어놓으면 스포일러가 될것 같아 책 내용은 여기까지.
이 책은 옛이야기를 패러디 했다. 옛이야기라고 하지만 지금의 교육, 사회, 정치 등을 간접적으로 풍자해 놓았다. 큭큭 웃게 되는 곳도 많지만 무릎을 치며 공감하게 되는 장면도 많다. 반쪽이 동물원 이야기는 정말 가슴 아팠다.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는 특히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혼란스러운 청소년들에게 꼭 읽히고 싶다.
아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