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지음 / 오티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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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읽는 시간]을 읽는 내내 내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50년을 훌쩍 넘게 살아온 내 인생은 어떠했나. 나에게도 빛나던 시절이 있었나? 가장 절망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절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정말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을까 ? 등등. 

  이 책은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처음 책을 받았을때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죽음을 읽는 시간]이라니! 뭔가 엄청 슬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용기를 내어 책을 열었다. 첫 에피소드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병으로 인해서 혀를 자를 수 밖에 없었던, 정말 살고 싶지 않을 것 같은 사연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 하지만 그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온 것부터 삶을 이어나가려는 의지가 조금은 남아 있다는 표현으로 보였다. 계속 읽어 나가면서 내용이 슬플거라는 착각은 사라졌다. 그리고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꼼꼼하게 읽게 되었다.

  작가는 미국 정신종양학 전문의가 되기위해서 한국에서의 평탄한 삶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레지던트 과정을 다시 밟는 고행을 자처한다. 그녀가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과감히 버리는 결단성에 나는 감동을 넘어 질릴 정도였다. 

 내가 자랄때만해도 한국은 정신과 병원에 간다는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집안에 정신 병원에 들락이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로 가문의 수치라고 생각하다보니 가족이 쉬쉬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즘은 현대인이라면 우울증 한두번은 다 겪다보니 정신과 상담을 받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오히려 권하기까지 한다. 누구랑 나 자신에 대해서 솔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게도 엄청 힘든 시절이 있었다. 4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을때 양쪽 귀에 문제가 생겼다. 만성 중이염을 앓던 귀에 천공이 생겨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니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 어려움이 생겨 피하게 되고, 가족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자꾸 반복해서 묻자 두번 ,세번  대답해 주다가 화를 내거나 아예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심하게 우울해진 나는 성당 신부님께 속을 털어놓았다. 신부님 말씀이 맹인 이면서 성인이 된 사람은 많은데, 귀머거리 성인은 없다고 했다. 맹인들은 편견을 갖지 않고 잘 들어주는데, 농인들은 상대편의 표정을 보고 오해해서 화를 잘 내고, 다툼이 잦다고 했다. 말하자면 니가 오해한 거라는 말씀이었다. 신부님이 정신과 상담을 해 주신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양쪽 귀를 고막 재생 수술을 해서 잘 들린다. 그냥 고민을 털어놓기만해도 엄청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돌아보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꽤 괜찮은 삶이었다고 자신을 다독이면서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를 잘 죽을 수 있도록 도와 주려 남들이 꺼리는 일을 하는 작가가 참 고맙다.

 [죽음을 읽는 시간]을 만나게 되어 앞으로의 삶을 더 뜻 깊게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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