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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이 어떻게 1년 만에 2권의 책을 썼을까
황준연 지음 / 와일드북 / 2021년 6월
평점 :
코로나가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아무래도 바깥에 있는 시간보다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리고 여러가지 해야할 일들이 미뤄지거나 축소되거나 취소되었다. 물론 더 늘거나 앞당겨 해결하거나 확대 된 것도 분명히 있지만.
나에게 가장 많이 축소된 건 수입이고, 는 것은 책보는 시간이다. 학교 수업이 주는 바람에 경제적으로는 손해 보았지만, 남아 돈 시간에 내가 나를 잃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바로 책읽기였다. 물론 글도 썼다. 날마다 일기를 쓰려고 노력했고, 한 5년간 중단했던 서평도 다시 시작해서 쓰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 어떻게 1년만에 2권의 책을 썼을까]를 읽게 된 건 제목 때문이었다. 직장인이라면 일기 쓰기도 벅찰텐데 어떻게 책을 2권이나 냈을까? 궁금했다.
지난 주말 충북에 홀로 사시는 시어머님을 뵈러 가는 기차 안에서 이 책을 다 읽었다. 2시간 정도만에. 작가 황준연씨는 30대다. 본인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평범한 직장인을 생각하고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일반적인 회사원은 아니다. 하루하루 일에 찌든 평범한 직장인이 매일 글을 쓰기란 정말 힘들다. 나는 프리랜서에 가까운 학교 강사다. 주3일 2시간, 2시간,3시간. 합쳐서 7시간 강의를 한다. 강의 준비를 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강의 해온 세월이 있으니 자료도 많고, 분야가 매번 바뀌는 것도 아니니 같은 내용의 반복이라 어렵지도 않다. 하지만 거의 매년 학생이 바뀌고 학교의 시스템도 바뀌고, 담당자도 바뀌다보니 수업외 업무처리가 상다하다. 코로나 정국이니 교실도 미리 방역해야하고 수업을 마친 후에는 사용한 교구를 모두 소독해야하니 그 시간도 무시 못한다. 2시간 강의를 하려면 최소 4시간 이상 품을 팔아야 한다. 출퇴근 시간까지 말이다. 그리고 대한 민국 에 사는 기혼 여성이며 자녀가 있다면 가사 노동에 들이는 시간도 무시 못한다. 모든 일과가 끝나고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시간을 갖기가 참 힘들다. 나라는 사람은 아이들을 다 성인이 되었고, 남편에게 가사분담을 강요하여 저녁 식사후 시간은 무조건 내마음대로 쓴다. 글을 쓰거나, 책을 보거나, 취미활동을 하거나 내마음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글을 쓰는 일이 무척 힘들다.
[평범한 직장인이 어떻게 1년만에 2권의 책을 썼을까]의 작가 황준연씨는 내가 보기에는 아직 세상살이를 덜 해보아서 쉽게 글을 쓰고 쉽게 책을 내는 것 같다. 황준연씨 글속의 말 중에 내마음에도 콕 박힌 말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순간'이라는 챕터 속에 "지금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책쓰기다"- p139
맞는 말이다. 생각만으로는 절대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말도 맞다. 그런데 내 글이 책으로 나온다고 꼭 좋은 일일까?
매일 글을 쓰는 일은 정말 나도 권하는 바다. 글쓰기는 치유의 힘도 있다. 나는 우리 아들들이 사춘기를 정말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와 불만을 글쓰기로 풀었다. 아들이어릴때 아빠에게 야단 맞고 메모지에 휘갈겨놓은 글을 읽고 폭소를 금치못한 적이 있었다. "아빠 빠큐!"였다.
나도 등단을 목표로 글을 쓰고 있다. 이미 써둔 단편이 제법 된다. 하지만 등단하지 못했고, 책으로 나오지 않았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친한 벗들이 글을 내 주겠다는 제안도 여러번 받았다. 소위 자가출판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등단하고 싶지 않다. 별내용도 없고, 아무도 읽고 싶지 않은 글을 출판한다면 정말 나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내는데 돈이 많이들지 않다보니 아무도 읽지 않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황준연 작가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일이 바로 글쓰기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글쓰기는 얼마든지 권한다. 하지만 책을 출판하는 일은 좀 자제했으면 한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다. 나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