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열전 - 사마천, 궁형의 치욕 속에서 역사를 성찰하다 서해클래식 6
사마천 지음, 연변대학 고적연구소 편역 / 서해문집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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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역사동아리에서 읽기로 한 첫 책은 서해문집에서 펴낸 [사기열전]이었다.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사마천의 사기 중에 굳이 서해문집의 [사기열전]을 콕 집어 읽기로 한 것은 아무래도 분량이 적당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6,7년 전에 민음사에서 나온 [사기 본기]를 읽을 때 참 지루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사기열전]은 그 시대를 살면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역사의 주인공이 된, 다양한 인물 위주로 엮어서 재미도 있고 읽기도 훨씬 수월했다. 게다가 책을 엮은 고전 번역 팀에서는 고맙게도 그중에서도 좀 더 임팩트 있는 인물들로 간추려주었다.

  사마천은 [사기]를 본기, 표, 서, 세가, 열전으로 나누어서 썼다. 본기는 역대 황제들의 업적 중심으로, 표는 역사적 사건을 연대순으로, 서는 문물제도를, 세가는 제후국의 역사를, 열전은 여러 인물들의 전기를 기록했다. 내가 보기에 이 중에서 [사기]의 꽃은 단연코 열전인 것 같다.

   역사를 움직이는 사람이 어찌 황제나 제후뿐이겠는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간 사람들. 유세가, 장군, 재상의 모습으로. 또는 점술가, 상인, 자객, 환관, 도둑, 개그맨 등 다양한 재주를 가진 민초들로. 그들이 진정 역사의 주인공일 것이다. 거기다 더해 중국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국 이야기까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 [사기 열전]이다. 사마천은 열전에서 단지 인물을 소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역사가로서의 자신의 평가와 생각을 반드시 말했다.

   E. H. Carr는 역사는 역사적 사실의 나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역사적 사실의 토대 아래 역사가의 철학이 담긴 생각과 평가들이 있어야 한다고. 그 말은 어떤 역사가가 그 역사를 기록했냐가 엄청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즉, 어떤 역사적 사실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여러 가지 이유를 충분히 고려해서 보라는 말인 것 같다.

   “태사공은 말했다.”를 읽고 사마천의 역사를 보는 시각을 통해서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한 번 더 되새김질을 하고 “사마천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우리는 2주에 한번 모일 때마다 일정한 분량을 읽어오고, 읽은 챕터 속 인물들을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랬더니 읽은 내용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한 번 더 듣게 되어, 두 번 읽은 것처럼 명확했다. 인물들이 소개될 때마다 내가 알고 있는 고사 성어를 책에다 써보기도 하고 생소한 인물이 나오면 그 사람과 연관된 고사는 없을까 찾아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 책의 백미는 뒤편에 나오는 [유협 열전],[골계열전],[일자 열전] 등 역사의 주변에 있던 인물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역사를 이끈 영웅은 아니지만 역사의 곳곳에서 자신의 개성과 장점을 잘 살려서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사마천이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까지도 기록해줘서 후대의 우리들이 앞선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도 있고, 내 모습대로 오늘을 사는 것이 역사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사기 열전]을 읽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더 고민하게 되었고, 여러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어 참 행복했다.

같이 이 책을 함께 읽은 도반들과 차를 나누고 웃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 책을 읽은 지 한참 지나 이 글을 다시 쓰게 되었다. 읽은 뒤 바로 썼던 것은 8년 된 노트북이 먹통이 되는 바람에 다 날려먹었다. 결국 노트북을 새로 장만했다. 십만 원 대의 저렴한 놈으로.

다음 책 [호모 데우스]까지 다 읽은 마당에 이제야 쓰려니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쓰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개운하지 않은 찝찝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다 쓰고 나니 [호모 데우스]에 대한 글도 써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기기는 하지만 그냥 무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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