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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마녀는 일기 마법사 ㅣ 깔깔마녀 시리즈
황미용.신재현 지음 / 부표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은? 답:일기
남자아이이다 보니, 자신의 느낌이나 감성을 표현할 줄은 모르고
그저, 과정이나 사실을 줄줄이 나열하기만 했다.
그리고, 아이들 생활이란 게 그렇지. 매일 일기를 쓸 만큼 무어 그리 별 난 일이 있겠는가.
글씨쓰기가 귀찮으니 마인드 맵이나 스무고개 형식으로 하루 일기를 때우는 날도 많았다.
심지어 일주일에 스무고개가 셋...!
그래서 샀다.
깔깔 마녀는 일기 마법사.
일단 제목이 재미있지 않은가.
컴퓨터에 보면 ’OO마법사’라고 해서 우리가 필요할 때 설치만 하면 도움을 주는 것 처럼,
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 일기도 뚝딱 써질 것 같은 느낌.^^
일단 책날개에 적힌 프로필이 제법 화려해서,
살짝 기가 죽음과 동시에 불뚝, 반감이 올라왔음...^^;;웬 오기?!
아이가 저학년 때 쓴 일기에 엄마가 멘트를 달아주고,
다시 엄마가 독자에게 팁을 주는 형식의 책이다.
저학년 때 일기답게 잡다하고 유치스러운 일상들이 솔직하게 담겨있다.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치하다.
유치하다는 말이 반복되었는데, 무슨 뜻인고 하면
감정이나 사건을 꾸미거나 치장하지 않고, 그 나이에 느낄 수 있는 대로 그대로 썼다는 말이다.
엄마가 검열을 하고,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 그러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일기를 잘 못 쓰게 되거나 쓰기 싫어하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엄마의 검열인데,
이 엄마는 검열보다는 오히려 소통의 장으로 활용한 듯 하다.
닭살스러운 멘트를 아들 일기 끝에 달아놓은 걸 보면 이 엄마도 어지간히 고슴도치 엄마다.
누구에게 자식이 안 귀하랴마는, 첫아이에게 엄마는 인색하기가 쉽다.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많아서, 기특하고 예쁜 마음은 눌러놓고 늘 닫는 말에 채찍질이라고,
더더더~ 요구하기만 하지.
그런 점에서는 깔깔마녀를 좀 닮아야 할 듯 싶다.
일기의 형식면에서,
독서일기, 신문일기, 마인드맵, 발명일기(아이가 발명을 좋아하고 상도 많이 탔네.), 영어일기, 관찰일기....
등등 다양한 종류의 시도가 있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독서록이나 일기의 형식을 그전보다 많이 파괴(!)하고 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그냥 경험에 그치는데 다양하게 활용하면 재미있는 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기발했던 것은 날씨를 쓰는 방법인데,
흔히 맑음, 흐림, 갬, 추움... 뭐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이 책에선 좀 더 자세하고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날씨만 대여섯줄이니 말 다했지.
'7월 10일 날씨 : 비는 우리나라에 쳐들어 오고 바람은 앞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태풍이 나무랑 죽음의 춤을 춘 날. ~'
뭐 이런 식으로 날씨 이야기만 한 바닥을 다 채우고 있다.
관찰력과 표현력을 키워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이긴 하다.
우리 아들이 활용했던 부분은 '일기 쓰기 싫을 때 쓰는 조커 100가지'였다.
일기 쓸 거 없는데 어떡하지 하는 날은 조커 부분을 펼쳐서 그 중 하나를 활용해서 썼다.
1. 내가 고른 단어로 3행시를 써보자.
9. 겨울이 자꾸만 따뜻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20. 만약 해리 포터의 망토가 나에게 있다면 어떻게 할까?
32. 만약에 미래에 사람들이 물속에서 산다면?
60.10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써라.
81.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소리를 5가지 써 보자.
100. 물소리를 들어보고 써보자.
뭐, 이런 식이다.
엄마와 아이들의 일기 고민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꽤 도움이 되었으나
엄마와 아이들의 실제 경험과 글을 바탕으로 쓴 책을 읽게 되면 늘 느끼는 점은
아, 자식 자랑 꽤나 하는구나~라는 것.
별반 내세울 것 없는 자식을 가진, 역시 잘난 것도 없는 엄마와 자격지심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