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백만번이나 살아야 했을까?

다 큰 어른이 읽는 아이들 책

100만 번 산 고양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나는 '백만 번 산'것도 싫었고 '고양이'도 싫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추천도서여도 절대 안 읽으려 했다.

더구나 표지의 고양이 눈꼬리 좀 보라지. 어찌나 사납게 생겼는지.

그런데 ebs에서 방송하는 '60분 부모'라는 프로에서 이 책을 소개해줬다.

꼬리 내리고, 얌전히 사서 읽었다.. 아이들에게도 보라고 던져줬다.

고양이는 왜 백만번이나 다시 살아야 했을까...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사랑했던 고양이,

주인들이 아무리 사랑해 주어도 절대 주인을 사랑하지 않고

그냥 죽어버림으로 무참히 사랑을 배신하던 고양이,

죽는 것 따위, 하나도 무섭지 않던 얼룩 고양이가

흰 고양이를 만나고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어진다.

귀여운 새끼까지 낳아 키우며 행복하게 늙어가다 나이 들어 흰고양이가 먼저 죽자

백만번을 울다가 같이 죽는다. 그리고

다시는 살아나지 않는다.

삶과 죽음에 대해,

또는 삶의 질에 대해,

그리고 삶의 목표에 대해

짧은 글과 간결한 그림으로 그려진 무거운 책이다.

고학년까지도 두루두루 읽힐 만 하다.

정말 귀여운 그림

짧은 귀 토끼 ㅣ 모두가 친구 1
다원시 지음, 심윤섭 옮김, 탕탕 그림 / 고래이야기 / 2006년 10월

일단 그림이 밝고 귀여워요.

짧은 귀 토끼라는 것이  특이하지요? 바로 제목이  이 책의 메세지이기도 하죠.

토끼귀는 길어야 정상인데  귀가 짧은 이 토끼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요?

아이의 눈높이에서, 남과 다름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것(컴플렉스)을 극복해 가는 모습을

예쁘게 잘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큰귀 빵을 만든다는 것이 다소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랑 같이  점토로 큰귀빵을 만들어 보면서 즐기는데는 문제가 없더군요.

무엇보다도 그림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어요.

대만 그림책이 유난히 예쁜 것 같아요. ('여우가 알을 낳았대'라던가  '행복한 의자 나무' 같은..)

절대 논술 지침서 아님!!

글짓기 시간 ㅣ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11
알폰소 루아노 그림,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글,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3년 3월

나는 세밀화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진짜처럼 꼼꼼하고 세밀한 그림을 보면 꼭 읽어 봐야 한다. 이 책도 그래서 집어 들었다. 제목은 좀 진부한, 글짓기 시간이었지만, 글쎄 하여간 읽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우리 아이들, 요즘 불만이라는게 공부하기 싫다던가, 게임기를 안 사 준다던가, 용돈이 적다던가 ... 뭐 그런 것  일색이지 않은가.그런데 다른 세상의 다른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할 것 같다. 배고프고 가난한 아이들 이야기는 많이들 알고 있지만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아이들 이야기는 잘 모르니 말이다.

책 속 아이만 그런 건 아닐 거다. 아이들이 나이보다, 어른들의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표현할 줄 안다는 것. 그래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저학년용으로 나왔지만 고학년도 꼭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림이 있다고 저학년이나 읽는 책이라고 무시하지 마시라. 그림보다 몇 배 더 심오한 글, 글자로 다 보여줄 수 없는 엄청난 진리가 숨어있는 책이므로.

그림책 비평 입문

나의 즐거운 그림책 읽기
엄혜숙 지음 / 창비 / 2005년 1월

지인의 추천으로 읽어보았다. 그림책 보는 눈을 기르기 편하다고 해서.

이론 중심이 아니라 텍스트 중심이라 술술 잘 넘어갔다. 주로 유명한 그림책들을 다뤄주어서 더욱 그랬다.

손큰 할머니의 만두 빚기, 강아지똥, 돼지책,아씨방 일곱동무,안돼 데이빗........

잡지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은 책이었는데,

아쉬운 점은, 주로 잘못된 점을 꼬집어 놓았다는 점이다.

잘된 점이나, 특별한 의미보다는 부족한 점, 아쉬운 점, 잘못된 점 들을 많이 지적해 놓았다.

그래서, 아직 잘 된 부분도 찾아내지 못하는 미숙한 눈으로

좋은 책들을 편협하게 보게 될까 좀..걱정이 된다.

이 책에 실린 책들을 특별히 더 신경써서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재미있는 그림, 좀 억지스러운 글

닭들이 이상해 ㅣ 알맹이 그림책 5
브루스 맥밀란 글, 귀넬라 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2월

서평보고 구입한 책이었는데, 그림은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 (최윤정씨 번역이기도 하고..)

 예쁘기만 한 그림이 아니라 과장되었지만 고개를 주억거려줄 만한,

건강한 아줌마들의 볼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돌 굴리며 체력을 키워서 근육덩어리가 된 닭들의 팔-날개도 재미있었고...

그런데, 바위새의 알을 꺼내러 가기 힘들어서 닭을 사서 기르던 아줌마들이,

왜 닭들을 키워서 바위절벽으로 날아가게 하고 또 그 닭의 알을 가지러 밧줄타기를 하는거지?

그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아줌마들이 체력을 길러서 아저씨들 기다리지 말고

바위새의 알들을 꺼낼 것이지...(그러면 이야기가 재미없어지나...)

요는, 닭을 키우게 된 배경이나 닭을 날려보낸 상황이 좀 억지스럽다는 것이다.

물론 바위새는 시장갈 때 타고 갈 수는 없겠지...

어떤 면에서는 닭들이 이상한 게 아니라, 아줌마들이 이상해!

아니면, 내가 이상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