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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바비 ㅣ 느림보 청소년 1
앤드류 클레멘츠 지음, 김미련 옮김 / 느림보 / 2005년 10월
평점 :
아들 읽으라고 샀건만
아들은 쳐다도 안 본다.
내가 읽다가,
사는 것이 바빠 잠시 잊었다가
다시 펼쳐들었다.
아들이 아침밥을 먹는데 마주 앉아 책만 읽었다.
워낙 앤드류 클레멘츠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번 소설은 초등용이 아니라 청소년용이라
더 깊이있고 사색적인 글이어서
찬바람부는 가을에 제격이다.
성장소설, 추리소설, 멜로소설..ㅋㅋ
모든 요소를 갖추었다.
성장소설로 시작해서 사춘기 소년과 부모의 대립을 투명인간이라는 소재로 보여주나 했다.
어느날 갑자기 눈에 보이지 않게 된 소년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추리소설같더니만,
기어이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와 사랑을 만들어가는 멜로소설로 끝났다.
흡인력있는 전개라
조마조마하며 바비의 추리를 따라가다가
언제쯤 내가 긴장을 풀어도 되나 궁금해서
책장이 얼마나 남았나 살펴보기도 했다.
마치 추리영화를 보면서 언제쯤 범인이 붙잡힐까 짐작하기 위해 상영시간을 확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재미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년과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의 조우..
도시에서의 삶은 투명인간과 비슷한 것 같다.
익명성..이라는 것..
어떤 공간에서는 서로에게 관심이 없고 관심이 없는 척 하며 관심을 두려워하면서
또 다른 공간에서는
과도한 관심을 원하고 과도한 관심을 보이며 그 관심을 모으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내가 보일까 봐 두렵고, 내가 보이지 않을까 봐 두렵다..
사춘기의 아이들은 주변인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그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어른이 되었다고 또 주변인이 아닌 것은 아니다.
나는 눈에 띄고 싶고, 눈에 띌까 봐 두렵고
주목받고 싶고, 주목받을까 봐 두렵고
책임지고 싶고, 책임질까 봐 두렵고
사랑받고 싶고, 사랑받을까 봐 두렵고..
사는 동안 내내 두려운 것 투성이다.
그래서,
앨리시아가 마침내 바비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장면이 두렵고 떨리면서도 기특하고 대견하다.
이 책의 독자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우리 아들의 경우,
아직 이런 책을 읽으면서 깊은 사색에 빠져주기에는 어린것 같다.
바비같은 이런 수준의 고민 역시.
아,
어느 날 투명인간이 되면 가능하려나.
그럼 먼저 전기담요를 사다 주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