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미용사입니다
김동하 지음 / 비엠케이(BMK)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술을 예술로 만드는 아름다운 직업, 미용사

헤어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주는 미용사

머리에 대한 관심은 청소년기때부터 매우 민감하게 다가왔다.

예전 내 어린 시절은 '이발소'가 전부였다. 그런데 중학생(2-3학년쯤)이 되면서 내 머리는 이제 단순히 머리를 깎아주는 이발사에서 '미용실'로 옮기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소위 "스타일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TV 속에 비친 연예인들은 학생들의 주요 타켓이 된다. 그래서 너나 없이 스타일을 따라서 머리를 한다.

스프레이를 뿌리며, 무스를 바르며, 헤어 젤리를 바르면서 맘껏 멋을 내며 학교에 가면, 뭔가 모를 당당함과 나만의 멋부림으로 시선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그때 이후로 내 머리는 오로지 남자지만 미용실로 가게 되었다.

남동생은 일찍이 미용사로서의 길을 걸었다. 머리를 하다보면 내 마음에 드는 미용실을 찾기 힘들다. 사촌 여동생 또한 미용을 했기에 가까이 있을 때는 그 사촌에게 내 머리를 맡겼는데 서울에 오면서 남동생 또한 서울에 자리를 잡아서 왠만하면 그곳에 가서 머리를 한다.

그 이유는 내 스타일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어 가까운 곳을 찾게 될 때가 있는데 내 마음에 백퍼 만족이 없어, 그래서 조금 먼 길이지만 한 달에 한 번은 동생의 미용실을 찾게 된다.

"나는 행복한 미용사입니다"라는 책은 나에게도 관심이 가는 책이기도 하지만(다양한 책을 섬렵하기 위해 여러 책을 읽어 보는 중) 동생을 위해 이 책을 읽고, 이 책을 통해 도전받게 하려고 읽는 중이다.

사람에게 헤어스타일은 너무나 중요해서 저자는 머리 모양이 사람의 이미지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적었지만 나는 8-90%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머리는 기분전환을 하거나 이미지 변신을 위해 가장 손쉽고도 자신을 표현해주는데 있어 탁월하다.

책을 읽어보면 미용사의 ‘사(師)’는 의사의 ‘사(師)’와 같은 한자를 쓰고 있다. 그래서 염색이나 펌 같은 서비스를 ‘시술’이라 말하고 있는데 이만큼 미용사라는 직업이 전문적이고 기술을 요하는 직업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미용사의 길을 30년 넘게 걸어온 ‘신비요헤어살롱’의 대표인 김동하 원장이 미용사라는 직업 매력이 얼마나 자부심 가득한 것인지, 또한 미용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A부터 Z까지 기록된 한편의 에세이면서 자기계발에 대한 기록물이다.

미용 업계가 포화상태이지만 미용 업계는 날이 갈수록 성장하며 새로운 기술력을 요하고 있다.

대충 준비하며, 그저 파마를 하고, 그저 머리를 깎는다고 생각하며 미용실을 개업한다면 큰 오산이다. 동네 미용실로 남아서는 현대인들의 '멋부림'에 대한 감각에 외면을 당할 것이다.

이 책은 기술적 측면보다 헤어 세계에 대한 카네기적 인간관계론(자기관리론)으로 보인다.(물론 기술적 측면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술에 대해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최고의 기술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동기부여 책이다) 미용사는 기술만으로 최고가 될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서비스이기에 직원과의 관계에서도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끊임없는 소통과 감동을 선물해 줘야 한다. 즉 "서로가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야 최상의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는 저자의 말은 30년이라는 경험 속에 얻어진 진리라고 본다.

 

미용사 즉 헤어디자이너는 자신이 가진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뚜렸해야 한다. 이 책은 그걸 중요하게 가르쳐 준다. 장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식상한 말이 아닌 실력을 겸한 장인으로서 스스로 자부심 가득한 존재가 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읽다 보면 마음에 불을 지펴 준다. 이 책은 단순히 미용사를 위한 서적이 아니라 자기계발 부류에 속한 책으로서도 흠잡을 곳이 없다. 즉 이 책을 통해 직업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또 위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는 그런 노하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명언과 같은 글귀가 많다. 그것에 대해 거론하기 앞서 저자는 매우 중요한 것을 알려 준다. 그것은 바로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는 담론이다. 즉 "미용실의 첫 번째 고객은 직원이다"는 명제를 매우 중요하게 말한다. 언뜻 봐서는 고객에게 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지만 그러나 고객이 대하는 직원이 행복하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마음을 주지 않으면 그 직원으로 인해 고객은 결국 미용실을 찾게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기를 직원을 위한 투자를 아낌없이 베풀라고 한다. 저자는 그것을 위해 직접 가서 배우면 무려 200만원이 넘는 헤어에 대한 교육을 이틀에 걸쳐 교육 해주었다. 그 이유는 직원들도 요즘 자신이 다닐 매장에서 어떤 교육을 해주는지, 자신을 성장시켜 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입사한다고 한다. 따라서 원장들은 그런 직원들의 교육에 투자를 해줘야 하며, 노예처럼 부리려고 하면 아닌 된다.

그리고 직원이 고객을 대하는 방식을 매우 잘 가르쳐줘야 함을 말해주는데 이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하다. 호칭 교육 또한 중요한데 한동안 직원들이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친근한 호칭을 하며 고객을 대했다. 그런데 이런 호칭은 듣는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게 한다. 이와 같은 작은 거지만 고객 서비스교육인 CS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함을 말한다. 인사하는 것부터 자리 안내, 멘트, 손동작, 표정, 옷차림 등에 대한 교육은 한 번이 아닌 여러번 교육으로 습관화 시켜야 하며, 진심이 고객에게 전달해지도록 해야 함을 말해 준다. 아래는 그러한 내용의 한 부분이다.

미용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하루 종일 웃는 얼굴로 고객을 맞이하는 것은 프로정신이 없다면 분명 힘든 일이다.

에너지 넘치고 긍정적인 마인드 가진 직원이 최상의 직원이고 매장의 첫 번째 고객이다.

이 책이 가진 장점은 미용하는 분들에게 100% 다가가는 내용으로 알차게 구성되었다.

미용 기술에 대한 자신감,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없는 미용사는 이 책을 통해 강한 자부심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용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도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이 가진 직업 정신을 어떻게 갖춰야 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도움을 받을 것이다.

진정 이 책은 기술을 예술로 만드는 아름다운 직업인 미용사만 아닌 한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알려주는 삶의 지침서이다. 성공하고자 하는가? 특히 미용사로서 성공하고자 하는가? 이 책은 다시 말하지만 헤어에 대한 카네기적 인간관계론이면서 자기관리론적인 책이다.

이 책의 한 문장

P. 22 미용실에서 고객을 가장 만족시켜야 할 부분은 바로 ‘기술’이다.

기술은 서비스가 될 수 없다. 기술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다.

P. 24-25 미용실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5가지 서비스 : 첫째, 청각 서비스다. 즉 인사하는 목소리를 말한다. 반기는 목소리인지 아닌지 고백은 금방 눈치를 챈다. 둘째, 후각 서비스다. 즉 화약 약품을 쓰기에 매장 안은 환기가 필수다. 셋째, 시각 서비스다. 고객은 매장이 청결한지, 인테리어는 괜찮은지, 직원들 표정은 좋은지, 의상은 괜찮는지 눈으로 평가한다. 넷째, 미각 서비스다. 즉 매장에서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 제공이 이루어지는데 이 또한 작은 섬세함이 필요하다. 다섯째, 즉 미용사와 고객 간의 소통이다. 소통이 되어야 함은 말할거도 없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며 미용사의 스타일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용사가 마음에 들면 다음에 찾는다. 물론 기본적인 실력은 갖춰야 한다.

P. 51 어떻게 앞머리커트가 공짜일 수 있을까. 앞머리커트는 얼굴 라인을 따라 세심하게 다듬어야 한다. 앞머리커트 하나로 얼굴이 작게 보이게도 하고, 어려 보이게도 한다.

P. 66 미용은 기술직이다. 그리고 고객을 사귀는 직업이다. 그만큼 구성원들과의 믿음과 소통, 고객의 눈빛만 봐도 원하는 스타일을 알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P. 138 미용실 조직은 '시키지 않아도 하는 사람 20%, 시켜야 하는 사람 60%, 시켜도 하지 않는 사람 20%'로 이루어져 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몰랐던 정답 - 행복은 우리에게 소극적이지만, 잔인한 불행은 너무나도 적극적이다
박현진 지음 / 프로방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유익하고, 재미있고, 힐링이 되며, 거친 세상 속에 살지만 힘들어 하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써내려간 에세이다.

책 표지에 보면 작가의 사진이 나오는데 연배가 있으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이 책은 옛날 옛적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하면서 들려주는 21세기적 삶의 이야기(옛날 옛적 이야기)로 보면 된다.

요즘 들어 이런 책이 눈에 들어오고 재미가 있다. 현학적이며, 보여주기식 책 읽기는 지성적 만족은 줄지언정, 행복함은 주지 못하는거 같다.

그런데 이 책은 한 인생이 살면서 겪고 깨달은 생각들을 한편 한편 아주 편하게 들려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마치 천일야화와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어, 하나의 에세이를 읽으면 또 하나의 에세이를 읽고 싶은 마음을 일으킨다.

자신의 삶을 통과한 글이라서 이 책은 글힘이 있다. 특히 작가가 매일 도서관에서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성현들의 지혜를 통해 작가로서의 삶까지 가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 나온다. 그 이유라면 바로 정신세계의 혼돈, 즉 지진이 일어났다. 한 마디로 극도의 우울증 또는 공황장애가 찾아 온거 같다.

그런데 극도의 아픔을 책이라는 고전을 통해 그녀는 삶을 회복하게 되었고 안정을 찾았으며 이렇게 작가라는 타이틀도 얻게 되었다.

행복은 우리에게 소극적이지만,

잔인한 불행은 너무나도 적극적이었다.

긴 세월 동안 잘못된 생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p18

첫 단락부터 마음을 훔치며 이 책은 한 인생을 엿보듯 탐구하게 만든다. 아픈 언니를 통한 자신을 돌아보는 얘기, 아버지와 호롱불에서 ‘아버지의 헛기침’의 얘기, 엄마의 기도 소리를 통해 자신의 삶의 목적을 발견하게 되는 얘기들은 아주 입담이 좋은 얘기꾼 같다.

2-30대들이 공감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구수한 맛이 있다. 에세이(수필)가 어떤 형식인지 모른다면 이 책은 에세이가 무엇임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책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이 책은 책을 읽고자 하는 노력이나, 두뇌 가동이라는 제동을 걸지 않아도 되는 정말 쉽게 읽히는 책이다. 그렇다고 책의 깊이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책 소개에도 나오듯 이 책은 “정제되고 수려한 글”이며, 이 책 속에 빠져들면 한시라도 행복을 놓치지 않고 단숨에 읽게 되는 그런 종류의 책이다.

상대에게 휘말리지 않는 비결

특히 재미있고 교훈이 되는 에세이는 '18층 9층'에 관한 얘기다. 살다보면 이런 사람이 있다. 즉 내 공간에 들어와 나의 시간을 뺏고, 그리고 미안한 기색없이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 말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러한 사람을 매우 지혜롭게 처신하였다. 탁월하다고 할까 아님 인격의 깊이가 다르다 할까? 암튼 작가의 지혜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어디 가세요?”

“그쪽은 어디 가는데요”

내용을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작가는 18층에 살고 A씨는 같은 라인에 산다. 어느 날 시장을 보러 나서는데 A라는 사람이 '어디 가세요?' 하기에 시장에 간다고 하니 자신도 같이 가자며 차를 타는 것이다. 차 안에서 A라는 여성은 모임을 하는데 함께하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마음 내키지 않는 가운데 운전을 해가는데 A씨는 면허증도 없이 입으로 운전을 하며 지시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참고 시장까지 갔으며, 각자 시장을 보고 왔는데 집으로 가는 중 A씨가 '여기서 잠깐'하며 차를 세우라고 하기에 세웠더니 지갑을 가지고 내리면서 한참이 지나서야 돌아오는 것이다. 무려 30분이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면서 또 다시 여기 근처 볼 일이 있는데, 잠깐이면 된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세요'라고 했지만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주차장에서 A씨를 만났다. '어디 가세요?' 묻기에 '백화점 간다고' 하니 자신이 원피스 봐둔거 있다고 같이 가잔다. 또 다시 A씨는 입 운전을 했고 성기시지만 이해하려고 작가는 노력했다. 백화점 도착을 하였는데 볼일이 끝났지만 A씨는 무려 4시간이나 돌아다녔다. 그렇게 시간을 많이 할애 했으면 고마워해야 하는데 '나온 김에 잠시 들릴 데가 있다며 원하는 곳'에 데려다 달란다. 그래서 데려다 줬다. 빨리 올게요라고 했지만 20분 지나서 왔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는 한 마디만 내 뱉을 뿐이었다.

집에 와서 한참 일을 하는데 마음에 무엇인지 찌꺼기 같은 것이 걸렸고 A씨의 행동이 다소 개운치 않아 자신을 돌아본다. '거절하지 못하는 내 마음이었을까?' 하며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지만 계속 낮의 일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 이후 작가는 A씨를 만나면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 가지 방안을 생각해 냈는데 바로 이러하다.

A가 묻는다. "어디 가세요?"

그러면 되물어 "그쪽은 어디 가세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이렇게 대답하면 자신은 다르게 대답함으로 상대에게 휘말라지 않고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이후 A와 불편함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이 있을 때 이 방법은 매우 현명하고 자신도 상대도 불편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도 좋은 성격이 아님을 알게 된다. 마냥 착하고 속상하기 보다는 이러한 야물찬 지혜도 필요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렇게 이 책은 소곤소곤, 야금야금 짧은 에세이로 삶의 지혜를 주고, 삶의 어떠함을 소소하게 풀어주고 있다. 삶에서 좌충우돌하며 괴로워하는 경우가 있는가? 고단한 삶 속에 위로 받을 사람이 필요한가? 혹은 벼랑 끝에 서 있는가? 그렇다면 작가가 경험한 삶의 얘기를 통해 힐링 받고,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름이 밀려온다 - 지금이 힘겨운 당신과 읽고 싶은 위로의 문장들
매기 스미스 지음, 안세라 옮김 / 좋은생각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이별과 상실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견뎌낸 작가가 전하는 희망의 문장들로 이루어 책이다

작가는 미국의 시인이다. 그것도 미국 시인 아카데미상(Academy of American Poets Prize) 2회 수상을 비롯해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뉴욕타임즈>, <뉴요커> 등 각종 유수 매체가 주목하는 작가이다. 그런 작가에게 아픔이 있었다. 물론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지만 말이다. 저자의 아픔은 이것이었다. 20년의 결혼 생활이 이혼으로 끝났다. 미국 사회라서 이혼이라는 단어가 쉬울 수 있지만 그러나 이혼이 주는 아픔은 누구에게나 상처로 남는 법이다. 그리고 여성만이 겪을 수 있는 그 아픔인 '유산流産'을 겪었다. 그래서 작가는 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위한 글을 썼고, 그 글을 매일 트위터에 올리게 된다. 짧지만 강렬한 회복의 의지를 담은 문장들은 힘든 시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과 함께 큰 반항을 일으켰고, 읽는 자마다 삶의 위로와 도전을 받게 되었다.

이 책은 순차적으로 읽어도 되지만 내 마음에 맞는 문장을 아무 곳에나 펼쳐 읽어도 무방하다.

마치 신에게 나에게 맞는 메시지를 달라고 하며 내 마음에 맞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하고 넘기다가 어느 순간 운명처럼 나에게 말을 거는 문장들이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마음에 다가 온 문장이다.

모든 일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라.

물론 그것이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삶 속에서 편안해지는 방법을 찾아라.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며 앞을 내다보는

자세를 가져라.

p53

삶이 주는 아픔은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마음 자세는 저자 말대로 '모든 일이 괜찮아 질거라는 믿음을 가지면' 우선 마음의 위로가 된다. 당장 봤을 때는 현실이 너무 괴롭다. 그런데 우린 그렇게 괴로운 과정을 수없이 겪으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것이 나 자신에게 괴로움을 안겨주는 돌덩이라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 나에게 멋진 경험이나 교훈을 안겨 주고 있었다. 그러므로 희망을 가지면 회복은 둘째 치고 삶 속에서 편안해 지기에 일단 내 마음의 안정을 위해 너무 힘들어 하지 말자.

저자의 또 다른 위로의 문장을 보자.

모든 것은 일시적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

당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

그 모든 것을 움켜쥐고 살려고 하지 마라.

오늘, 두 손에 움켜쥔 슬픔을 내려놓자.

아주 조금이라도.

p59

이것을 읽으며 이런 문장이 생각났다. This too shall pass away! 즉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쩌면 너무 많이 말해져서 흔해진 진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상당한 '한 문장'이다.

솔로몬에서 이 말이 나왔다고 말하기도 하고, 중세 페르시아 수피교도 시인 Persian Sufi poets 에게서 왔다고 하는데 그것이 어떠하든 상처도, 행복도 일시적임을 알고 살아간다는 것이 삶을 잘 살아가는 지혜이다.

그래서 저자는 또 다른 문장에서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은 사랑받고 있으며,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지금 이 순간 적어도 이 한 가지 사실에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당신이 진실하고 선한 존재라는 믿음을 잃지 마라.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져라." p63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을 향한 긍정적 마음은 아픈 현실을 넘어 서도록 하는 희망의 약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희망만을 붙잡고 머물라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인생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p69)

마법이 일어나 당신의 삶을

완벽하게 만들어주길 기다리지 마라.

그것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이다.

매일, 매 순간, 당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오늘, 당신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그 걸음이 작고 보잘것없이 느껴진다 해도.

p70

혹시 이 문장이 위로가 되고 삶의 방향성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는가? 그렇다. 이 책은 슬픔이나 괴로움으로 깨어진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며, 그 상처를 오히려 더 빛나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단련시켜 주고 있다. 가슴 아픈 일이 많아 세상이 주는 무게감에 힘들어 하는 자가 있다면 분명 이 책은 그대의 마음을 지켜줄 것이며, 지탱해 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좋은 글로 치장하지 않았다. 이 책은 저자가 힘든 시간 속에서 견뎌내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솔직한 가슴의 메세지다.

이 메시지가 자기 가슴에도 필요했기에 그는 피를 흘리며 이 책을 쓰고 있다. 그러므로 갑작스럽게 찾아온 삶의 불행 속에 그저 넋놓고 있거나 누굴 향해 원망 하거나, 낙심으로 자신을 포기하지 말고 이 책으로 달려와 함께 위로 받고 스스로 일어서 보자.

마지막으로 지금 힘겨운 당신에게 주어지는 문장을 담아 본다.

이 문장은 나의 가슴을 거쳐 나갔기에 나의 문장이기 하다.

그러나 누구든 이 글이 가슴을 지나간다면 '당신의 문장이기도 할 것이다!'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눠라.

그들의 눈을 통해 당신을 바라보라.

그런 뒤, 당신도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p101

당신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데 누군가의 거창한 허락은 필요치 않다.

온 우주가 늘 당신에게 괜찮다는 말을 건네주지 않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p124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18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쇼펜하우어는 세기의 철학자가 되었고, 염세주의자였던 그는 말년에는 거의 낙천주의자처럼 보일 만큼 자신의 삶에 만족했다. 1860년 72세의 나이로 쇼펜하우어는 소파에 앉아서 평온한 모습으로 죽었다.

p36

쇼펜하우어를 일컬어 우린 그를 '염세주의자'라고 알고 있다. 그것도 유명한 '염세주의자'로 보고 있다. 그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남들에게는 자살하라고 부추겨 놓고 정작 자신은 노환으로 별세한 무책임한 염세주의자'라는 말이다. 그래서 독일 청년들은 그의 저서에 감복해 실제? 자살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건 증명된 것이 없어 더 자료를 찾아봐야 겠다.

그런데 한국에 쇼펜하우어와 닮은 교수가 있느니 마광수 교수라고 한다. 그런데 누구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마교수는 연세대 교수 퇴임 후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게 된다. 마교수는 소설 ‘즐거운 사라’를 쓴 후 외설 논란에 휩싸였으며, 28세에 대학 교수로 임용되며 천재로 불렸다고 한다. 이후 교수직에서 해임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지는데 동료 교수들의 '왕따' 설이 있다. 그러하여 우울증을 얻어 휴직하기도 하였다. 은퇴 후 제자들과도 멀어지며, 생활고도 오면서 그는 퇴임 소감에서 얼핏 비치기를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마교수의 평소 생각일 것이다. 그는 말하기를 "인생의 의미는 '무'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은 얼마 안 있어 정신병자가 되거나 자살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며, "생의 고통을 남보다 짧게 겪고 죽는 것이기에 요절하는 삶은 행복한 삶이다."라고 말을 하였다는 것이다.(마광수 인생론 멘토를 읽다 / 책읽는 귀족) 그의 죽음 속에 평소 절친한 우정을 이어온 배우 김수미는 마광수 교수 빈소에서 “나도 죽어버리겠다”며 오열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고 하는데 글쎄다... 마교수나 김수미교수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쇼펜하우어는 그는 정말 염세주의자인가? 저자(박찬국)가 말하듯 "염세주의 철학자답게 악의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우리 인생과 세계의 어두운 면을 집요하게 드러냈다"고 말하지만 그를 사실 제대로 알고 보면 그는 염세주의자가 아닌 '행복주의자'임을 알게 된다.

인문학자이며 철학자이기도 한 철학자 이동용은 국내 독보적인 쇼펜하우어 연구자로서 그의 저서(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쇼펜하우어가 노년에 집필한 《인생론》을 중심으로 책이 써졌다)에서 이렇게 쇼펜하우어를 말한다.

"염세주의 철학이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세상을 바꿔보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진정한 발전은 문제를 인식했을 때에만 가능하다.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지성이 문제다. 순수하지 않은 지성은 그것의 원인이 되는 의지에 구속되어 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이런 의지를 거부한다. 의지로부터 분리되면 될수록 지성은 순수한 면모를 갖춰나간다." - 97p

그렇다. 한 사람에 대해 잘못 알게 되면 우리는 그 안경으로 바라보고, 그의 작품 전체를 오해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또 다시 철학자 이동영의 책에서 이 말을 빌려와 본다.

쇼펜하우어는 "내적인 재보 중에서도 행복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명랑한 마음이다"라고 말한다. 명랑한 마음이 행복의 관건이다. 다른 모든 것을 잃어도 명랑한 마음만 있으면 모든 것은 즐거운 상황으로 변한다. 그래서 마음 속에 명랑함이 들어오면 그것을 소중하게 다뤄 고이 간직해야 한다. 명랑함이 다시 나가지 않도록 온 정성을 쏟아 보듬어야 한다. 명랑함을 잃으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삶이 불행에 빠지면 살기 싫어지는 법이다. 삶은 그 순간 위기에 처한다. - 145p

아뿔싸... 쇼펜하우어는 극단적인 염세주의자가 아닌 염세적인 세상에서 세상을 어떻게 진정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해 말하며 행복론을 추구하는 철학자였다. 처음 부분에 언급했듯이 그는 말년에 낙천주의자로서 평안히 72세의 나이까지 살다가 운명했다.

이 책은 이런 궁금증과 함께 그가 인생의 본질을 관통하는 메세지를 어떻게 풀어나갔는가에 대한 지적 관심 속에서 들려진 책이다. 특히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지친 현대인들이 있다면 쇼펜하우어의 소중한 통찰을 담고 있는 국내 최고의 실존철학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찬국 교수를 통해서 보는 쇼펜하우어의 메세지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사는 게 고통이다”라고 생각하며, 인생의 의미를 잃고 헤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과 화해를 하는 방법을 배우고 삶을 바라보는 신선한 통찰을 얻게 되리라 본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이미 죽었습니다


왜 삶은 고통인가!

어떻게 고통에서 벗어날 것인가!

쇼펜하우어는 건조한 문체를 사용하는 다른 철학자와 다르게 촌철살인과 같은 핵심을 찌르는 문장과 비유를 잘 사용하는 자이다. 예를 들어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와 같다"는 말도 그렇고 인간들 간의 관계를 "고슴도치의 관계"로 비유하는 것도 남다르다. 고슴도치 관계란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 상처 주기 쉽다는 것이며 이건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측면을' 해학적으로 드러내는 탁월한 비유이다.

이와 같이 소펜하우어는 본질에 본질을 파고들어 무엇이 고통이며, 그 원인이 무엇임을 밝히는데 탁월하다. 사람들은 항상 고통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며 남탓을 하는 경향이 일쑤인데 그러나 대부분의 고통은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된다'고 선을 그어주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고통의 원인을 쇼펜하우어는 '욕망'이라는 단어를 가져와 설명한다. 이 부분을 주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고통과 악이 존재하는 원인에 대해 일차적으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사물이 욕망의 존재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즉 궁극적으로 우주의 근원이 맹목적인 욕망의 성격을 띈다"는 것이다.

우주의 근원적인 실재가 끊임없이 결핍감에 시달라는 맹목적인 욕망의 성격을 띠고 있기에, 거기서 비롯되는 모든 개체도 맹목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서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왜 세계에 악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답이다.

p39

한 마디로 그는 인간을 ‘욕망의 존재’라고 규명했다. 서양의 전통 철학은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정의했지만 쇼펜하우어는 반기를 들며 '인간을 욕망의 존재'로 정의한다. 흔히 이성을 통해 욕망을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성은 욕망을 통제하는 주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동원되는 욕망의 노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욕망이 왕이라면 이성은 외무부 장관"이라는 말이다. 욕망은 삶에 목표를 부여하고 이성은 그 목표를 실현하는 방법으 모색하는 것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욕망을 또 이렇게 비유하는데 "절름발이를 어깨에 메고 가는 힘센 장님"이라고 말한다. 장님은 어딘가에 가고 싶어하지만 그것에 갈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한다. 즉 절름발이는 이성을 가리키고, 장님은 욕망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해관계 때문에 다른 사람과 다툴 때 상대방을 논리로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함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상대방의 이성이 아니라 이익이나 욕망에 호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이런 식으로 타협하면 당신도 이익을 볼 수 있다라는 식으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성이 욕망에 대해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욕망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그의 통찰력은 참으로 뛰어나다 하겠다.

심지어 쇼펜하우어는 철학이나 신학처럼 욕망과는 무관하고 순수하게 이성에 의해서만 행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학문도 결국은 욕망의 산물이라고 본다.

따라서 욕망이 신속하게 충족되는 상태가 되면 행복이 되고, 늦게 충족이 되거나 충족되지 않은 상태가 고통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욕망이 충족되더라도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극히 짧은 순간에 그치며 사라진다. 자신이 만족하는 욕망에 다다르면 아이러니 하게도 그 행복감은 곧 사라지기 시작한다. 책은 짜장면을 비유로 드는데 먹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다가 먹게 될 때 그 잠깐의 행복한 포만감은 곧 사라져 버리는 것을 우리 또한 목도한다. 따라서 영속적인 만족은 없고,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는 고통의 시간은 긴 반면에 행복의 시간은 짧은 것이 보통인 것이다.

"욕망은 행복에 의지하지 안고 항상 끊임없이 저절로 용솟음치며, 그에 따른 결핍과 고통은 우리의 의식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방금 위에 언급했듯이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한 가지 일이라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와 명예를 갖춘 사람도 자신이 가진 부와 명예는 별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아직 충족되지 못한 욕망과 그에 따른 결핍감과 고통은 강하게 의식한다. 즉 유쾌한 시간일수록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급속도로사라져버리지만, 불행한 시간일수록 우리의 의식을 짓누르며 느리게 가는 것이다. 이렇게 행복보다는 고통을 강하게 의식하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가능한 한 제거하려고 애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은 사람이 아무런 문제 없이 삶이 지속되면 가장 무서운 것이 찾아오는데 그건 바로 "권태"이다. 동물들은 성욕이나 식욕과 같은 본능적인 욕망이 충족되면 평화롭게 살아가고 불만이 없는데 인간은 충족된 상태 속에서 시간이 아무런 자극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흘러가면 지겨움과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킬링타임용 자극'을 즉 시간을 죽이는 자극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잔인하고 부도덕한 행동을 불사한다. 무고한 짐승을 사냥하고, 도박과 오락을 탐내며, 섹스중독이나 마약중독, 알콜중옥에 빠지는 이유가 바로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심지어 전쟁을 일으키는 심리 이면에도 권태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유럽의 많은 사람이 마침내 지긋지긋한 권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고 환호했다는 것이다.(p50) 많으 정부가 사람들의 권태를 달래기 위해 유흥을 제공했는데 민중은 이렇게 빵문 아니라 서커스도 필요한 것이다.

여행, 호화로운 파티, 화려한 의상, 보석, 진주, 무희, 곡예사, 가면 등등의 이면에는 권태의 심연이 입을 벌리고 있다는 말이 현재 인간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는 말로 들리는 것은 뭘까?

따라서 "권태는 도박과 싸움 등 온갖 악덕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적당한 고통과 고난이 필요하다. 인간이 무언가를 소원하자마자 즉시 충족되는 상태는 오히려 지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해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곡식이 저절로 잘 자라고, 비둘기들이 평화롭게 하늘을 날고 또한 모든 남자가 손쉽게 애인을 얻어 잠자리를 함께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은 얼마 안 가 권태를 느껴 죽어버린든다 스스로 목을 졸라 죽어버릴 것이다. 아니면 싸움과 살해를 일삼으면서 지금보다 더 고토으로 가득찬 세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이 세계가 가장 알맞는 곳이며 우리의 생활방식이 가장 적합한 것이다.

[...]

만약 현실에서도 모든 욕망을 순조롭게 다 채우고 항상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면, 세익스피어나 괴테는 시를 쓰지 않았을 것디다. 플라톤도 철학을 탐구하지 않았을 것이며, 칸트도 순수이성비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사상의 세계에서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일단 현실에서 절망과 고통을 맛본 후의 일인 것이다.

p52-53

이렇게 인간은 물질이 풍족하며 권태에 시달리고, 그렇지 않으면 결핍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쇼펜하우어는 '귀족의 고통은 권태이고, 민중의 고통은 궁핍'이라고 말했다. 즉 권태는 상류층에 가해지는 채찍이고, 궁핍은 민중에게 가해지는 채찍이다. 바로 이러한 것에서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오가는 시계추다"고 말한 것이다.

정말 인생은 체워지지 않은 욕망으로 인해 느끼는 고통과, 욕망의 충족 이후에 들어서는 권태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죽음으로 끝나는 것에 불고한 인생이란 말인가? 어린 아이나 나이든 사람이나 동일하게 욕망의 끌려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즉 욕망의 대상이 장난감이나 인형에서 좋은 대학이나 직장, 큰 부, 큰 집, 매혹적인 이성, 명예, 높은 직위 등으로 바뀔 뿐 욕망과 권태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모든 즐거움은 반드시 권태로 전환되기 떄문에 죽어서 천국에 가도 좋은 것은 없다. 천국에서는 행복이 아닐라 권태가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천국의 인간을 권태에 시달리게 하지 않으려며 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놀이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신에게 새로운 천국을 달라고 졸라댈 것이다."

p55

그러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욕망의 존재인 우리가 욕망을 충족되어도 문제가 생기고,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면 괴로워하는데 결국 쇼펜하우어는 우리에게 고통이 삶의 본질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담담히 세상을 살아가야 함을 말한다. 특히 어떤 사건을 받아들이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데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말에 따라 "인간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어떤 사건이 아니고 그 사건에 관한 생각"임을 알고, 이미 지나간 과거의 실패나 실수 혹은 정신적 상처 때문에 힘들어 하지 말고 고통의 현실을 직시하며 주어진 삶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욕망에 대한 근절'이 삶의 고뇌에서 탈출하게 되는 비결임을 우리에게 알려주며 끝을 맺는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 욕망 자체가 고통이다. 고통은 욕망 자체에서 오는 것이지 욕망의 대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 우라는 욕망의 대상이 우리의 욕망을 만족시켜줄 것처럼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 욕망을 끊을 때만 참된 만족을 얻는 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욕망을 끊음으로써만 우리는 뇌(괴로원 하는 생각)의 세계에서 해탈할 수가 있다. p227

이 책 1부에선 ‘사는 게 고통이다’ 것을 여러가지 부분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면 2부에선 ‘고통의 늪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즉 욕망을 극복하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읽으면서 줄칠 것도 많고, 생각해 볼 내용도 많다. 이 책 한 권이 인생에 대한 총체적은 것을 다 다루어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자 박찬국 교수는 쇼펜하우어를 통한 '인간 고통에 대한 해방'을 잘 다뤄주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으며 그가 다룬 '욕망'을 보면서 아마도 쇼펜하우어가 유대 비밀의 지혜서인 카발라를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이 책 카발라에 따르면 인류의 성분이 즉 우리의 실체와 우리 본질의 핵심이 "욕망"이라고 정의한다. "욕망은 우리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책 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인간은 어떠한 내적 욕구가 동하지 않고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다."

더 깊게 우주의 비밀과 삶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내 영혼의 빛"이라는 책을 추천한다.(내 영혼의 빛, 2003 나무의 숲 p31-34) 삶의 고통에 관한 문제 앞에 가장 지적인 방법으로 내 인생과 화해를 하도록 해주는 쇼펜하우어을 통한 박찬국 교수의 글은 분명 명강의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좋아하는 것들, 드로잉 내가 좋아하는 것들 4
황수연 지음 / 스토리닷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릴적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마음에 '플란다스의 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똑같이 그리려고 애를 썼는데 그때의 모습으로는 나는 만족했다. 그리고 나는 화가에 대한 꿈을 꾸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림은 잘 그리고 싶지만 실력이 따라 주지 못했고, 그렇게까지 취미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 또한 고흐나 고갱처럼 은퇴 후에, 고즈넉한 시간에 내가 표현하고 싶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보리라는 다짐을 가끔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뜬금없이 무언가를 그리고 싶고, 화가가 되고자 하는 작은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

가수 솔비가 가끔 TV에 등장하며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준 적이 있다. 아마추어 수준으로 봤을 때 꽤 찮게 표현하며 예술적 재능이 보인다. 헤르만 헤세를 알게 되면서 그의 작품이 글이 아닌 그림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 그림 시집(출: 에피파니)'이 그것이다.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나는, 추상적 지혜의 세계가 내 원시적인 창조의 기쁨을 막는 것을, 나 스스로 용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헤세의 그림을 보면 그의 내면 세계가 보인다. 헤세의 작품세계 안에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지나며 낭만주의에서 점차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는데 당시 헤세는 전쟁을 반대하여 조국과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부친과 아내, 자식이 병에 걸리는 등 힘겨운 나날을 보냈었다.

그즈음 정신치료를 위한 그림을 그리며 자아의 추구와 성찰적 삶에 눈떴고, 화가로의 영역까지 분야를 넓혀 나갔다고 하는데 그림은 이렇게 정신적 추구를 위한 갈증이며, 내면화의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손에든건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나 또한 언젠가는 시간이라는 무한정의 시간이 주어질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드로잉' 하고 싶다. 저자처럼 "무슨 마음이었을까. 여느 날들처럼 아침 시간을 보내고 테이블에 앉아 늘 가지고 다니던 손바닥만 한 노트와 펜을 꺼내서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처럼 나 또한 그럴 때가 오리라 생각되어 이 책을 손에 들었다.

물론 화가처럼 잘 그리고 싶은 마음도, 다 그린 뒤에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마음도 없이 그릴테지만 내 아내에게나 자녀들에게는 내 작품 세계를 보여주리라 생각된다.

나의 행동은 정말 순수하게, 아무 계산도 없는 '그리는 행위' 그 자체였다.

그저 '그리고 싶다'는 단순하고 본능적이며 군더더기 없는 마음이 나를 이끌었을 것이다.

그래.. 화가가 되어 가수 조영남처럼 시끄럽게 난리를 치는 그림 보다는 그저 단순한 행위로서, 내 자아의 표현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싶다. 이 책의 저자인 황수연 작가에 대한 프로필(현재 네팔에 거주 중)이 없어 어떤 내면 세계가 있는지 짐작은 가지 않지만, 책을 통해 저자의 마음을 보며 그림에 대한 단상을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쉬운 점을 미리 말하지만 엽서로 준 그림을 보며 마음이 왠지 모르게 좋았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그림들이 실려있지 않다. 너무 아쉬운 대목이라 짚어보고 간다.

왜냐하면 저자의 첫 번째 책인 '나의 히말라야에게'라는 책을 보니 그림과 함께 글이 실려져 있다.

괜찮은 그림들이다. 전시회를 열어도 좋은 그림이다. 그러므로 이번 책에 그런 그림들이 몇 점이라도 실렸으면 좋았겠는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저자의 책: 나의 히말라야에게서 가져옴

그러나 이번 책에는 저자가 그림을 그리게 되는 과정의 어떠함에 대한 자신의 에세이로 접근하고자 함을 알게 된다. 저자의 의도에 대해 언급해 보면, “멈춰 있는 듯 보여도 다음날 아침 새 봉오리가 맺혀 있는 꽃처럼 오늘도 애쓰는 우리 모두는 꽃을 피워 가는 중일 것입니다. 저와 같은 길을 가려는 사람들, 오늘도 홀로 나름의 창작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들을 응원합니다.”라고 전하고 있다.

그렇다. ‘오늘은 또 어떤 그림을 그려 볼까’ 하는 설레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내면 세계를 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왜 그리고 있는지? 왜 그려야만 하는 지를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될 것이다. 취미로 시작한 그림에 욕심이 들어가는 순간이 있다. 즉 그림을 수단으로 삼아 내 가치를 인정받아 단순히 보여주고자 하는 그림에서 관심 중독으로 변하는 퇴색을 거쳐, 변질된 그림으로 전락할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그림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어느 작가의 인터뷰를 이 책에 싣고 있는데 이러하다.

저에게 그림은 수단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함께 한 삶의 목적 그 자체입니다. 만약 그림이 수단이 되면 지속성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도 그림을 수단으로 하지 말고 목적으로 삼으라고 강조합니다. 22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림을 순수하게 목적으로 시작했다가 수단으로 바꾸는 미술 학도를 99.9% 가깝게 목격했습니다. 결국, 그들 모두 중도에 포기하고 사라졌습니다.

-킬드런(kildren) 작가 네이버 디자인 인터뷰 중

저자는 이 글을 통해 "그림을 통해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돈을 벌고 싶었던 마음, 그림을 수단 삼아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 받고 싶던 모든 마음이 부끄러워졌다고 고백한다. 또한 처음에는 그리고 싶은 순수한 마음으로, 그저 그리는 행위를 위한 그림을 그렸던 것 같은데 그것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갈구하면서 그림에 대한 순수적 향취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이렇게 사람이란 자기 자신으로 남기 보다 누군가에게 인정 받고 관심 받으려고 자기 것이 아닌 남의 눈으로 사는 경우가 있는 거 같다. 그림 또한 마찬가지며, 글쓰기나 서평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사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남기는 것이다. 서평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은 지키면서 내가 생각하는 서평을 쓰는 것 또한 원초적 서평에 다가 가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저자가 고민했던 그 고민을 분명 어느 누구 또한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면에서 솔직한 저자의 감정과 서툰 글쓰기는 즉 순수함과 때묻지 않는 글쓰기는 오히려 읽는 독자들에게 마음을 울리며 공감이 되는 글로 다가 오고 있다.

그림을 그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무슨 예술을 한답시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부끄러운 글이 되지는 않을까, 이런 염려들을 순간순간 이겨내야 했다.

모두에게 떳떳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한 구절이라도, 한 명이라도 제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저자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글의 표현을 바꿨다) p188

매일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소소한 과정의 솔직 담백한 얘기는 글을 통해 읽는 독자들에게 동질감과 함께 무엇이 중요한 가치를 알려주는 소중한 책이 되었다. 저자의 맺음말 전의 끝 말이 마음에 남아 고이 서평의 끝을 장식해 본다.

'내 그림아, 짐 지워서 미안해.

그저 거기 있어 줘.

아무것도 안 되어도 괜찮아.'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