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그는 인간을 ‘욕망의 존재’라고 규명했다. 서양의 전통 철학은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정의했지만 쇼펜하우어는 반기를 들며 '인간을 욕망의 존재'로 정의한다. 흔히 이성을 통해 욕망을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성은 욕망을 통제하는 주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동원되는 욕망의 노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욕망이 왕이라면 이성은 외무부 장관"이라는 말이다. 욕망은 삶에 목표를 부여하고 이성은 그 목표를 실현하는 방법으 모색하는 것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욕망을 또 이렇게 비유하는데 "절름발이를 어깨에 메고 가는 힘센 장님"이라고 말한다. 장님은 어딘가에 가고 싶어하지만 그것에 갈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한다. 즉 절름발이는 이성을 가리키고, 장님은 욕망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해관계 때문에 다른 사람과 다툴 때 상대방을 논리로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함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상대방의 이성이 아니라 이익이나 욕망에 호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이런 식으로 타협하면 당신도 이익을 볼 수 있다라는 식으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성이 욕망에 대해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욕망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그의 통찰력은 참으로 뛰어나다 하겠다.
심지어 쇼펜하우어는 철학이나 신학처럼 욕망과는 무관하고 순수하게 이성에 의해서만 행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학문도 결국은 욕망의 산물이라고 본다.
따라서 욕망이 신속하게 충족되는 상태가 되면 행복이 되고, 늦게 충족이 되거나 충족되지 않은 상태가 고통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욕망이 충족되더라도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극히 짧은 순간에 그치며 사라진다. 자신이 만족하는 욕망에 다다르면 아이러니 하게도 그 행복감은 곧 사라지기 시작한다. 책은 짜장면을 비유로 드는데 먹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다가 먹게 될 때 그 잠깐의 행복한 포만감은 곧 사라져 버리는 것을 우리 또한 목도한다. 따라서 영속적인 만족은 없고,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는 고통의 시간은 긴 반면에 행복의 시간은 짧은 것이 보통인 것이다.
"욕망은 행복에 의지하지 안고 항상 끊임없이 저절로 용솟음치며, 그에 따른 결핍과 고통은 우리의 의식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방금 위에 언급했듯이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한 가지 일이라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와 명예를 갖춘 사람도 자신이 가진 부와 명예는 별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아직 충족되지 못한 욕망과 그에 따른 결핍감과 고통은 강하게 의식한다. 즉 유쾌한 시간일수록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급속도로사라져버리지만, 불행한 시간일수록 우리의 의식을 짓누르며 느리게 가는 것이다. 이렇게 행복보다는 고통을 강하게 의식하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가능한 한 제거하려고 애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은 사람이 아무런 문제 없이 삶이 지속되면 가장 무서운 것이 찾아오는데 그건 바로 "권태"이다. 동물들은 성욕이나 식욕과 같은 본능적인 욕망이 충족되면 평화롭게 살아가고 불만이 없는데 인간은 충족된 상태 속에서 시간이 아무런 자극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흘러가면 지겨움과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킬링타임용 자극'을 즉 시간을 죽이는 자극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잔인하고 부도덕한 행동을 불사한다. 무고한 짐승을 사냥하고, 도박과 오락을 탐내며, 섹스중독이나 마약중독, 알콜중옥에 빠지는 이유가 바로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심지어 전쟁을 일으키는 심리 이면에도 권태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유럽의 많은 사람이 마침내 지긋지긋한 권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고 환호했다는 것이다.(p50) 많으 정부가 사람들의 권태를 달래기 위해 유흥을 제공했는데 민중은 이렇게 빵문 아니라 서커스도 필요한 것이다.
여행, 호화로운 파티, 화려한 의상, 보석, 진주, 무희, 곡예사, 가면 등등의 이면에는 권태의 심연이 입을 벌리고 있다는 말이 현재 인간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는 말로 들리는 것은 뭘까?
따라서 "권태는 도박과 싸움 등 온갖 악덕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적당한 고통과 고난이 필요하다. 인간이 무언가를 소원하자마자 즉시 충족되는 상태는 오히려 지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해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