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그림을 보면 그의 내면 세계가 보인다. 헤세의 작품세계 안에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지나며 낭만주의에서 점차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는데 당시 헤세는 전쟁을 반대하여 조국과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부친과 아내, 자식이 병에 걸리는 등 힘겨운 나날을 보냈었다.
그즈음 정신치료를 위한 그림을 그리며 자아의 추구와 성찰적 삶에 눈떴고, 화가로의 영역까지 분야를 넓혀 나갔다고 하는데 그림은 이렇게 정신적 추구를 위한 갈증이며, 내면화의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손에든건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나 또한 언젠가는 시간이라는 무한정의 시간이 주어질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드로잉' 하고 싶다. 저자처럼 "무슨 마음이었을까. 여느 날들처럼 아침 시간을 보내고 테이블에 앉아 늘 가지고 다니던 손바닥만 한 노트와 펜을 꺼내서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처럼 나 또한 그럴 때가 오리라 생각되어 이 책을 손에 들었다.
물론 화가처럼 잘 그리고 싶은 마음도, 다 그린 뒤에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마음도 없이 그릴테지만 내 아내에게나 자녀들에게는 내 작품 세계를 보여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