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몰랐던 정답 - 행복은 우리에게 소극적이지만, 잔인한 불행은 너무나도 적극적이다
박현진 지음 / 프로방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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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유익하고, 재미있고, 힐링이 되며, 거친 세상 속에 살지만 힘들어 하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써내려간 에세이다.

책 표지에 보면 작가의 사진이 나오는데 연배가 있으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이 책은 옛날 옛적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하면서 들려주는 21세기적 삶의 이야기(옛날 옛적 이야기)로 보면 된다.

요즘 들어 이런 책이 눈에 들어오고 재미가 있다. 현학적이며, 보여주기식 책 읽기는 지성적 만족은 줄지언정, 행복함은 주지 못하는거 같다.

그런데 이 책은 한 인생이 살면서 겪고 깨달은 생각들을 한편 한편 아주 편하게 들려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마치 천일야화와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어, 하나의 에세이를 읽으면 또 하나의 에세이를 읽고 싶은 마음을 일으킨다.

자신의 삶을 통과한 글이라서 이 책은 글힘이 있다. 특히 작가가 매일 도서관에서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성현들의 지혜를 통해 작가로서의 삶까지 가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 나온다. 그 이유라면 바로 정신세계의 혼돈, 즉 지진이 일어났다. 한 마디로 극도의 우울증 또는 공황장애가 찾아 온거 같다.

그런데 극도의 아픔을 책이라는 고전을 통해 그녀는 삶을 회복하게 되었고 안정을 찾았으며 이렇게 작가라는 타이틀도 얻게 되었다.

행복은 우리에게 소극적이지만,

잔인한 불행은 너무나도 적극적이었다.

긴 세월 동안 잘못된 생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p18

첫 단락부터 마음을 훔치며 이 책은 한 인생을 엿보듯 탐구하게 만든다. 아픈 언니를 통한 자신을 돌아보는 얘기, 아버지와 호롱불에서 ‘아버지의 헛기침’의 얘기, 엄마의 기도 소리를 통해 자신의 삶의 목적을 발견하게 되는 얘기들은 아주 입담이 좋은 얘기꾼 같다.

2-30대들이 공감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구수한 맛이 있다. 에세이(수필)가 어떤 형식인지 모른다면 이 책은 에세이가 무엇임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책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이 책은 책을 읽고자 하는 노력이나, 두뇌 가동이라는 제동을 걸지 않아도 되는 정말 쉽게 읽히는 책이다. 그렇다고 책의 깊이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책 소개에도 나오듯 이 책은 “정제되고 수려한 글”이며, 이 책 속에 빠져들면 한시라도 행복을 놓치지 않고 단숨에 읽게 되는 그런 종류의 책이다.

상대에게 휘말리지 않는 비결

특히 재미있고 교훈이 되는 에세이는 '18층 9층'에 관한 얘기다. 살다보면 이런 사람이 있다. 즉 내 공간에 들어와 나의 시간을 뺏고, 그리고 미안한 기색없이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 말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러한 사람을 매우 지혜롭게 처신하였다. 탁월하다고 할까 아님 인격의 깊이가 다르다 할까? 암튼 작가의 지혜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어디 가세요?”

“그쪽은 어디 가는데요”

내용을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작가는 18층에 살고 A씨는 같은 라인에 산다. 어느 날 시장을 보러 나서는데 A라는 사람이 '어디 가세요?' 하기에 시장에 간다고 하니 자신도 같이 가자며 차를 타는 것이다. 차 안에서 A라는 여성은 모임을 하는데 함께하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마음 내키지 않는 가운데 운전을 해가는데 A씨는 면허증도 없이 입으로 운전을 하며 지시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참고 시장까지 갔으며, 각자 시장을 보고 왔는데 집으로 가는 중 A씨가 '여기서 잠깐'하며 차를 세우라고 하기에 세웠더니 지갑을 가지고 내리면서 한참이 지나서야 돌아오는 것이다. 무려 30분이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면서 또 다시 여기 근처 볼 일이 있는데, 잠깐이면 된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세요'라고 했지만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주차장에서 A씨를 만났다. '어디 가세요?' 묻기에 '백화점 간다고' 하니 자신이 원피스 봐둔거 있다고 같이 가잔다. 또 다시 A씨는 입 운전을 했고 성기시지만 이해하려고 작가는 노력했다. 백화점 도착을 하였는데 볼일이 끝났지만 A씨는 무려 4시간이나 돌아다녔다. 그렇게 시간을 많이 할애 했으면 고마워해야 하는데 '나온 김에 잠시 들릴 데가 있다며 원하는 곳'에 데려다 달란다. 그래서 데려다 줬다. 빨리 올게요라고 했지만 20분 지나서 왔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는 한 마디만 내 뱉을 뿐이었다.

집에 와서 한참 일을 하는데 마음에 무엇인지 찌꺼기 같은 것이 걸렸고 A씨의 행동이 다소 개운치 않아 자신을 돌아본다. '거절하지 못하는 내 마음이었을까?' 하며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지만 계속 낮의 일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 이후 작가는 A씨를 만나면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 가지 방안을 생각해 냈는데 바로 이러하다.

A가 묻는다. "어디 가세요?"

그러면 되물어 "그쪽은 어디 가세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이렇게 대답하면 자신은 다르게 대답함으로 상대에게 휘말라지 않고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이후 A와 불편함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이 있을 때 이 방법은 매우 현명하고 자신도 상대도 불편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도 좋은 성격이 아님을 알게 된다. 마냥 착하고 속상하기 보다는 이러한 야물찬 지혜도 필요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렇게 이 책은 소곤소곤, 야금야금 짧은 에세이로 삶의 지혜를 주고, 삶의 어떠함을 소소하게 풀어주고 있다. 삶에서 좌충우돌하며 괴로워하는 경우가 있는가? 고단한 삶 속에 위로 받을 사람이 필요한가? 혹은 벼랑 끝에 서 있는가? 그렇다면 작가가 경험한 삶의 얘기를 통해 힐링 받고,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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