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2006-07-06
아기와 눈을 맞춰 아기와 눈을 맞춰
손현숙
아장거리는 아기의 걸음마로
조용하던 골목이 와글거린다
엄마는 어떻게 아기의 몸속에
자기를 저렇게 새겨 넣을 수 있었을까
무릎 꿇어 까꿍, 팔 벌리는 엄마 품속으로
아기는 무작정 몸을 허문다
강아지 한 마리 꼬리를 흔들자
눈 맞추며 천년 쯤 살았던 사람들처럼
아기는 강아지를 향해 뒤뚱 기운다
강아지는 어떻게 소리도 없이
아기의 몸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갈기를 세우며
기어이 닿고 싶은 그곳,
지금 나는 부드럽게 무릎 꿇어
아기와 눈을 맞춰
잔잔해지고 싶다
세상보다 넓은 아기의 품안에서
무작정 몸을 허물어 말랑해지는 일,
사랑이 사랑 쪽으로 몸을 기울듯
세상 속으로 순하게 나를 끼워 넣는 일,
나는 어떻게 아기의 몸속으로
나를 살며시 밀어 넣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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