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문화사 살림지식총서 90
이은호 지음 / 살림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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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축구에 대해서 말할 때 유럽에 대해서 말하곤 한다. 물론 그들이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축구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그들의 실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풀뿌리 축구. 클럽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완벽한 축구 인프라를 갖춘 후에 나오는 실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사리 무너지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것이다.

 축구의 문화사는 작은 책이다.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만큼은 여타 다른 책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이 책은 유럽 리그의 태동을 중심으로 어떻게 해서 유럽 축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 말해준다. 그들이 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에서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는가. 그들의 발전 이면에는 어떤 모습이 있는가 등...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유럽 리그에 대한 부러움보다는 K리그에 대한 부끄러움 이었다. K리그를 사랑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지나치게 자주 바뀌는 리그 룰과 무작정 외국의 사례를 따라가려는 모습은 차라리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유럽축구도 지금의 영광이 있기까지 100년의 세월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서두르지 말자. 서두름은 일을 거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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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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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하루키의 소설은 처음 접해 보았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일정수준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 내가 카프카를 읽기 전에 하루키에 알고 있는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의 작품 중 몇몇은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대강 이러이러한 작품을 쓰고 작품의 내용들은 어찌어찌 하다는 것 정도는 대강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간 그의 소설은 어렵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쉽사리 읽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매번 읽어보아야지 생각했다가 처음으로 접한 하루키의 소설이 카프카였던 것이다.

 처음 접한 하루키의 소설은 뭐랄까. 말그대로 정말 난해했다. 분명 읽어내려가기 쉬운 소설이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소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는 '글쎄...' 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아마 사람들이 얘기하는 카프카 소설의 난해함이라는 것이 이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러한 난해함이 그의 사상적인 우월함이라기 보다는 지나치게 많은 상징 속에 그 해답이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을 자아낸다. 분명 어렵지 않은 얘기일텐데 상징적인 장소 상징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독자들의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를 살아가는 15살의 하루키. 하지만 나의 15살과 비교했을 때 그의 15살은 지나치가 철학적이고 관념적이다. 어쩌면 50대의 하루키가 자신의 과거 (꼭 15살이 아니어도 좋다.) 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한 느낌은 카프카 소년의 숲 속의 어떠한 장소를 찾아가는 데서 절정을 이룬다. 그것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느낄 때쯤 그것은 현실이 되어 버리니 독자로서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하루키는 분명 이 소설에서 15살 (혹은 그 이상. 아니면 인간 전체일수도...) 의 고민을 좀 더 철학적으로 풀어쓰려 한 것 같다. 그 나이 때쯤 느끼게 되는 어머니나 누나에 대한 성적 환상. 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미움.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 그러한 것들을 좀 더 극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하려 했으리라. 하지만 대개 15살을 넘긴 독자들은 쉽게 와닿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내가 15살에 저런 고민을 했던가? 나는 그 나이에 저렇게 철학적이었던가? 

 분명 하루키가 말하려는 바의 의도는 알겠지만 그 핵심을 알기 힘든 그런 소설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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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
엘러리 퀸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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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을 즐겨 읽기 시작하면서 가끔 왜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해 보곤 한다. 사실 처음에 크리스티의 소설이나 홈즈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저 집에서 할 것이 없어서 시간 보내기 좋은 추리소설을 선택한 것 뿐이었다. 그리곤 차츰 추리소설을 많이 접하면서 추리소설에서 흥미를 느끼게 되고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하지만 그저 '재미있기 때문에' 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설명이 부족하다. 대부분 살인과 광기로 매듭지어지는 추리소설이지만 그저 잔인하다는 느낌보다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끔 만드는 요소가 있는 것 같다. 그가 왜 살인을 저질렀어야 했는가에 대한 물음이 생겼다고 할까. 그래서 추리소설에서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능력만큼이나 인간의 심리 묘사를 철저히 해난 소설을 선호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아직은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덮어놓고 읽는 수준이지만...)

 그런 면에서 봤을 때 Y의 비극은 최고의 추리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추리소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의 치밀함과 그 의외성이 추리소설의 정점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의 구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건은 연극의 한 장면처럼 하나하나의 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그러한 상황을 하나하나 종합하고 보면 처음에는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와버린다. 일단 정통추리물로서의 완벽함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Y의 비극은 거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는 다른 독자들과 의견을 달리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Y의 비극은 인간의 심리 묘사에 있어서도 수작에 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러한 심리 묘사 또한 치밀한 구성에 의해서 나온다고 할 수 있지만...) 가족들 간에 알 수 없는 시기와 암투. 그리고 하나씩 비밀이 밝혀질때마다 또 다른 사람이 되는 이간의 이중성. 그 모든 것들이 Y의 비극에서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필시 인간 심리 묘사에 있어 최고를 달린다고 하는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 이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리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정통 추리물을 고를 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도일과 크리스티의 소설에 식상했다면 퀸의 소설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새로운 자극을 받는 데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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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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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오면서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스스로가 진정으로 하는 질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어떤 사람이나 책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나는 누구인가 곧 자신의 자아에 대해서 묻는다면 대답할 시간 아니 그 대답을 위한 시간조차 허랍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철학' 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는 선입견이 따르기 마련이다. '연금술사' 또한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산티아고는 자신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결국 자아를 찾아나서는 모험을 떠난다. 모험을 하는 중간중간 나오는 연금술사나 집시 오아시스의 사람들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 수 있으나 그러한 것은 자아를 설명하기 위한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가자. 형태만 달리할 뿐 그들은 산티아고에 '자아를 찾아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종국에는 산티아고가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는 뻔한 내용이지만 독자들이 이 소설에서 감동을 느끼는 이유는 간단한 것 같다. 결국 나 자신도 그렇게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 갇혀있게 만드는 갖가지 요소들 (직장 가족 돈 ... ) 때문에 '마음의 소리' 를 듣고도 얻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티아고의 삶이 위대해 보이고 그렇게 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자아를 찾는다는 거창한 문구와는 달리 책은 쉽게 포장되어 있다. 분명 깊이있는 철학적 주제를 닮고 있으면서도 읽어내려가는 데에는 하등 부담감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코엘료라는 작가의 능력이겠지만 독자는 연신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언제쯤 나는 마음이 이끄는데로 자아를 찾아서 떠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어느정도 재력을 갖춘 후에? 사랑을 성취한 후에? 명예를 얻은 다음? 그 다음은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자아를 찾기 위해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되는 것은 알지만 포기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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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덫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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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사 크리스티는 흔히 셜록홈즈의 작가 코난도일과 비교되곤한다. 그들은 모두 추리소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명성을 가지고 있지만 둘의 작품 세계는 확연히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런 스타일의 차이 때문에 도일은 단편에 크리스티는 장편에 어울리는 작품을 쓴다고들 한다. 그 말은 반대로 생각해 보면 크리스티는 단편에 있어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쥐덫을 읽어보면 그러한 생각은 일단 덮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분명 그녀의 여타 유명한 장편 소설보다는 매력이 덜하다 할 수 있겠지만 못지 않게 훌륭한 단편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편이지만 장편 못지 않은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는 쥐덫은 차치하더라도 나머지 수록된 8편의 단편들도 나름대로의 멋을 풍기고 있다. 마플 포와르 퀸 등 크리스티가 만들어낸 유명한 탐정들이 모두 등장한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짧은 소설이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스타일대로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점은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마플의 추리가 제일 마음에 든다. 인간의 심성을 전체적으로 바고 파악하는 그의 추리 기법이 딱딱하기만 한 다른 탐정들보다 더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일까...^^) 하지만 단편이기 때문에 구성의 치밀함이나 사건의 긴박감 등을 느낄 수 없음은 다소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크리스티의 다른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끼는 데에는 충분한 분량이니 걱정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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