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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한국전쟁.
사실 한국전쟁 보다는 6.25전쟁이 더 익숙한 단어이다.
6.25 전쟁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담임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를
아버지와 함께 한 기억이다.
6월 25일 아침에 배달된 신문에서
사진을 오리고, 사진에 대한 설명을 적었다.
숙제를 해야했을 뿐 8살 짜리에게는 더 궁금한 것도 없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때 통일에 대한 글짓기로 상을 받은 적도 있다.
금강산 관광이 열리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평양에 공연을 가기도 했고,
이산가족상봉 방송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북한과 전쟁, 통일에 대한 기억은 직접적인 경험보다
타의에 의한 경험이 더 많은 것 같다.
작가의 에세이는 한국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가깝게는 아버지부터 현재 살고 있는 지역 근처의 영국군 참전 용사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영국 사람들에게는 잊힌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영국군이 왜 한국으로 파병됐는지, 한국이 어디있는지도 모를 뿐더러
한국에 파병되었단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돈 때문에 한국으로 간 청년들도 많았다.
사실 우리도 UN군으로 참전한 미군을 포함한 다른 많은 나라의 도움으로
자유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었다고 알고만 있을 뿐이지
정작 그들의 이야기는 들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나에겐 필요하지 않은 정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작가가 마이클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 그리고 그룬디 씨와 이야기를 나눌 때
작가 특유의 문체는 내가 작가와 동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전쟁 당시 청년으로 있었던 마이클과 그룬디 씨와 전쟁터에 함께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또한 아버지의 일기를 읽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버텨냈던 고난과 역경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청년들이 느꼈을 전쟁의 무력감과 잔혹감이 작가의 문체를 통해 피부로 느껴졌다.
제대로 된 물자를 공급받지 못해 동상에 걸려 발을 잘라냈거나,
과도한 자외선 노출로 인해 피부암에 걸리기도 했다.
고향에 있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행복했을 청년들인데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한국 땅에서 별로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다.
또한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죽어야만 했던 많은 청년들이 있었다.
살아서 고향에 돌아갔어도 잊힌 전쟁에 다녀온 이상 제대로 된 대우나 대접을 받지 못했다.
전쟁에 참여했던 청년들의 인생이 안타까워서인지 계속 눈물을 흘렸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마이클은 앞날이 창창한 외동 아들이었다.
그 아들을 잃은 부모님의 심정이 어떠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은 세월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기에 더 슬펐던 것 같다.
작가의 아버지의 일기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 해야 해서 힘들어도 일을 쉬지 말아야 하고,
이북에 놓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 한 소년의 이야기였다.
작가의 아버지만 힘든 것은 아니었겠지만 모두가 힘들었고,
모두가 위로받고 싶었던 시대였을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모두를 있는 그대로를 기억해주고 싶다.
적어도 이 땅을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