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방대수 옮김 / 책만드는집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비교적 잘 알려진 톨스토이의 단편을 모은 책이다. 잘 알려졌다는 표현은 톨스토이에도 해당되고 그의 작품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를 비롯해서 '바보이반'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등) 에도 공히 해당되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이 책은 교훈적인 틀을 견지하고 있으며 그러한 측면에서 추천도서라 할만하다. 그러나 구지 '초등학생들' 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 또한 같은 선상의 이유에 있다. 교훈적이면서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등장인물들은 어느정도 복잡다단한 책들을 읽은 독자라면 너무도 뻔히 들여다 보이는 스토리기 때문이다. 책을 조금만 읽어가다 보면 톨스토이가 무슨 얘기를 하려 하는지 이 책의 교훈이 무엇인지 금방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 선악이 확고히 자리잡지 않은 초등학생들에게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가에 대한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의 소설들을 죽 읽어오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역겹다' 였다. 입에 안 맞는 음식을 먹었을 때처럼 뱉어내고 싶은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 딱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역겨움은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일 뿐이지 결국 목구멍을 통해 음식을 넘겼을 때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노통의 소설 또한 그렇다. 읽는 내내 편한 마음가짐으로 읽을 수가 없다. 그저 꾹 참고 글자를 씹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다 읽고 소화를 시키면 그제서야 그 의미를 떠올릴수 있는 것이다.

<두려움과 떨림> 또한 그러한 노통 소설의 느낌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더구나 그 대상이 가장 역겹게 생각하는 일본이라니. 물론 이 소설에서 노통은 일본에서의 일을 그리고는 있지만 일본이 아닌 동양을 보는 시선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일본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배경이 배경인지라 일본에 대한 얘기가 많고 중간중간 그러한 요소들이 배치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본을 보는 (혹은 동양을 보는) 서양인의 시선이라고 하기에는 객관성이 현격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서양인이 아닌'아멜리'가 본 일본이며 이것은 곧 작가의 일본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일본에 대해서 또한 일본 사람에 대해서 적의를 품지도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름대로의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려 했으리라. 하지만 일본의 관료주의에 적응하기에는 '아멜리'는 덜 무장되어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빨리 추락할 수 있었고, 일본에 대해서 더 많은 묘사가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추락하는 과정에서의 묘사는 정말 '역겹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자학을 연상시키는 말들을 여지없이 뱉어내고, 서슴없이 자신이 미쳤다는 말을 한다. 보면 볼수록 가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냉소에 찬 시선보다 이러한 모습이 나중에는 더 무섭고 더 섬뜩한 것이라는 건 책을 덮고 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다분히 역겨움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면들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불쾌한 기분이 들어도 자꾸 노통의 소설을 읽게 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자꾸 뱉어버리려고 하지만 입에서는 그를 놓아주지 않고, 오히려 원한다. 나도 이제 그러한 상태가 되어가는 것 같다. 다음 노통의 소설이 나오는 날, 다시 나는 역겨움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기 위해 서점으로 달려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철칙 중의 하나가 '예상하지 말 것' 이었다. 물론 작가가 던져주는 단서와 트릭을 눈치채지 못하는 우둔함도 한 몫하겠지만, 여지껏의 경험이 함부로 추측을 거부하게 만든 것 같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그런 면에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준 것 같다. '절대 예상하지 말 것' 추리영화의 광고문구 같지만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주의해야 할 점이다. 소설이 발표될 당시에는 탐정이 범인을 숨기는 과정에 있어서 논란이 되었다고 하든데 오히려 그것은 작가에 속은 화풀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여지껏 생각했던 사람이 범인이 아니고 전혀 어뚱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범인임이 밝혀질 때의 허무함. 그런 허무함이 일종의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범인을 예상하지 말 것. 그리고 마지막 반전을 최대한 즐길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BC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약간의 줄거리 포함) 크리스티를 믿는 여러 독자들은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여느 추리소설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가 그 바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소설 또한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할만하다는 것은 범인을 먼저 누구인지 밝힌다는 데 있지 않나 생각한다.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의 행적을 다루면서 일면으로는 추리소설의 범인 쫓는 재미를 독자에게서 뺏어간 느낌이 들면서도 단서를 흘리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하지만 앞에서 계속 언급된 그가 범인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어왔던 독자라면 범할 수 없는 실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적어도 뒷 부분에는 무언가 있겠거니 생각하게 되는 것이 크리스티 소설의 힘이고 'ABC 살인사건'의 힘이다.

'ABC 살인사건'에서도 여타 크리스티의 소설에서와 같이 제 3자의 눈에서 그려진다. (물론 모든 크리스티의 소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포와르의 눈을 빌리자면 그의 통찰력을 너무 쉽게 독자들에게 노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티는 언제나 독자와 같은 지능을 가진 -어떻게 보면 매우 평범한- 그러나 사건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서술자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ABC 살인사건' 에서는 헤이스팅스 대위가 그 역할을 맡는다. 보통사람의 지식을 가지고 있고 충분한 용기가 있는 역할로 군인만한 게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크리스티 소설에 군인이 서술자로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여타 다른 서술자와 다른 점은 포와르에 반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포와르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포와르를 곱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포와르에 대항한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헤이스팅스의 말이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된다는 점에서 크리스티가 깔아놓은 복선의 넓은 범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범인이 잡히는 과정이나 범인의 실체가 너무 의도적인 틀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포와르가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범인을 찾는 방법이나 범인을 심문하는 과정이 너무 쉽게 묘사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범인이 나왔을 때의 탄성이 조금 수그러드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러한 느낌은 분명 다른 크리스티의 소설보다 그 신비감이 떨어질 뿐 'ABC 살인사건' 자체의 결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 소설은 범인을 밝히는 그 자체보다는 그 과정과 범인이 왜 연쇄살인을 저질렀나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리엔트 특급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리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더 좋은 말이 있었다면 그 말을 썼을 것이다.) 마지막에 일어나는 반전. 우리가 알고 있는 시시한 반전과는 사뭇 다르다. 끝까지 읽어라. 그래야 답을 알 수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물론 추리소설의 모든 것을 갖추었으면서도)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건의 전개 속도가 빠르고 순발력 있다는 뜻이리라. 오래전에 씌여졌으면서도 아직까지도 대중적인 인기를얻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크리스티가 만들어 낸 인물에서 포와르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물론 도일의 홈즈와 같이 '도일은 홈즈다' 라는 느낌은 받기 힘들지만 (크리스티의 소설에서 한결같이 포와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만의 완벽한 스타일이 있다. 이른바 '회색의 뇌세포' 를 운동시킨다는 말. 물론 이 책이 철학적이라든가 서정적인 소설은 아니다. 그런데도 저런 말이 서슴치 않고 씌여지고 또한 독자들로부터 용납이 되는 것은 정말 그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포와르의 추리 기법은 최소한의 단서를 가지고도 남이 생각지 못하는 것을 오로지 '생각' 으로만 풀어낸다. 그 점이 오히려 매력이지 않나 생각한다. 홈즈가 기민함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면 오히려 포와르는 침착함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런 크리스티의 소설, 또 포와르가 나오는 소설 중에서도 이것은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건은 하나지만 사건에 대한 집중력은 최고다. 독자들은 포와르와의 대결을 통해서 먼저 사건을 해결하려 하겠지만, 물론 승리는 포와르의 것이다. 독자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실마리가 풀리고 실마리는 곧 사건 해결로 이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