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는 대로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1
피터 레이놀즈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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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언제나 ,무엇이나,어디서나 그린다. 

형이 도대체 뭘 그린거냐고 비아냥대고 웃어도 느끼는대로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구 그려댄다

아이는 주변에 펼쳐진 세상을 그리고 또 그리고,...

 

나무느낌, 집느낌, 오후느낌, 물고기 느낌, 배느낌,

아이는 보이는 것 뿐 아니라 마음속 감정도 그릴 수 있음을 안다

 

평화로운 느낌, 바보같은 느낌, 신나는 느낌,..."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느끼는대로.문학동네> 속 아이 얘기다.

자기 느낌대로 그림을 그리고 거침없이 글로도 표현하는 아이. 레이먼,

 

월요일 아침, 블로그 이웃님이 <연필꽂이>보여 준 그림 한 장이 눈에 들어 왔다.

며칠전 봤던 '책읽기 좋아하는 할머니의 표정' 솔곳이 떠오른다.

나는 눈이 피곤하거나 때로 생각이 많을 때 아이들 그림책을 즐겨 본다.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편안해지고 맑아져서 좋다.

서가 한켠엔 좋아하는 그림책을 꽂아 놨다.

약 150권 정도 될까. 편한 친구같은 느낌이랄까!

 

폭염에 열대야다 , 어제와 오늘을 다른 느낌으로 말할 수 있을까.

나도 한때는 레이먼 처럼 풍부한 감성을 가졌었는데,...

그날이 그날인 듯한 일상, 푸석거려 잔주름 일기 시작하는 피부처럼 건조하다.

 

인간은 태어날 때 천재적 감성을 갖췄지만 살아가면서 그것들을 하나씩 둘씩 잃어 간다지.

오래전 즐겨보는 개그 코너에 여자 개그맨이 당차게 '느낌 아니까' 말이 귀에 엉킨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경험에서 오는 느낌은 불손한 것이든 그렇지않든 소중하다.

 

사람이 슬픈 건 육신의 나이와 정신의 나이가 거꾸로 간다는 거라지.

어느땐 늙어가는 것보다 좋은 것을 보고도 좋은 줄 모르는 마음이 무서울 때가 있다.

 

느끼면서, 그 느낌대로 살아가고 있나요?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살아가면서 나는 얼마나 느끼고 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면서 살고 있는지 반문 한다.

 

빨갛게 물든 능소화 울타리, 학교가는 얘들의 퉁탕퉁탕 발자국소리, 염색을 해 볼까, 흰머리카락 늘어나는 내 짝궁,  어느 순간 보니 책속 새로운 표현, 명문장을 찾아 읽거나 밑줄 긋는 버릇은 감성근육이 부족해서 내 스스로위로하는 작업이지 싶다.

 

아이처럼은 아니어도 느끼며 살고 싶은 목요일이다.

평화로운 느낌, 바보같은 느낌, 신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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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발자국 창비시선 222
손택수 지음 / 창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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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의 방

 

   손택수 시인

 

플라스틱 화분에 금이 갔다

비좁은 껍데기를

당장에라도 뛰쳐 나가고 싶어

뒤틀리고 비틀어진 뿌리들

흙을 움켜쥔 채 벽을 밀어보다가

숨이 막힐 만큼

몸을 움츠리고 한데

엉켜 있는 뿌리들

분을 갈아 줘야 하는데

온 몸에 쩍, 쩍 주름이 간

어머니가 말했다

이대로 그냥 견뎌요

화분 살 돈이 어딨어요

그해 여름이 다 가도록

몸을 뻑뻑하게 죄어오는

후끈거리는 방속에 틀어박혀

암수 한 몸 달팽이처럼

누이들과 사춘기를 막 지나고 있었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 25쪽​

​뿌리들이 보이는 금 간 플라스틱 화분을 보고 시인은 단칸방에서 누이들과 여름을 나던 그때를 떠올린다.  얼마나 덥고 숨이 막혔을까. 시를 있으니 시인의 상황이 그려지면서 "이대로 그냥 견뎌요" 라는 시 구절에 잡혀 있다. 깜냥은 깜냥끼리 통한다고 선풍기도 없던 단칸방 시절이  불쑥 떠올라 나도 모르게 그해 여름을 돌아본다. 

연일 폭염에 열대야다. 장마가 끝나가는 모양이다. 8월 염천더위가 남았다. 고약한 사춘기가 알게 모르게 지나가듯 이 순간 여름도 지나고 있겠지.  피할 수 없다면 즐기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이대로 그냥 견뎌봐요!" 라는 말을 건네고 싶은 아침이다.

"이대로 그냥 견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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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에 앉아 몇 권의 그림책을 보았다.

​글과 그림을 함께 보거나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상상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소윤경 환상화첩 combi 콤비.문학동네>은 후자다.​

소윤경 환상화첩<combi 콤비.문학동네>은 표지 그림처럼 사람과 여러가지 생물들이 함께 나온다.

인간과 전혀 다른 별개의 생명체가 인간과 함께 있다.

그림이 독특하고 생생해서 스마트폰으로 작가를 검색했다.

판타지동화와 그림책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 여러 편의 작품이 있는데

그중 황선미 작가의 <일기 감추는날>에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눈에 띈다.

 

연필로 드로잉한 14컷의 그림이  그림이었다가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생생하다.

연필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도  있구나.

연필 외에 다른 건  또 뭐지?​

색으로 메꿔야 하는 부분은 색연필을  쓴 것도 같다.​

그림속 인간은 인간이 아닌 쥐, 문어, 곤충, 도마뱀, 박쥐, 개구리, 달팽이, 사마귀 등과 같은 생명체와 공존한다.

이들의 조합이 뭔지 모르게 불편하고 낯설지만 흥미롭다.

뭐랄까. 이 둘 사이를  분리 시키면 왠지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다.

 

문어를 업은 소녀.  소녀 등에 업힌 문어는 다리로 소녀를 칭칭 감고 있고

잠수복 차림의 소녀는 아무렇지 않게 주스를 먹고 있다.

둘 사이에 뭔지 모를 연대감이 느껴진다.

잠수복 소녀는 바다밖에서도 그것과 연대하며 죽는날까지 살고 싶지 않을까.

바다와 육지, 물밖과 물 속, 등대와 배, 불빛,신호, 구호,구조......​

시공간을 초월해 종과 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간은 어쩌면 인간 아닌 다른 것들과의 공존을 새롭게 모색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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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살쯤 됐을까. 앙증맞은 저고리 빨간 치마에 검정 고무신을 신은 아이가 호박넝쿨에 달린 호박을 움켜 쥐고 있다.

아이를 따라 나온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반기듯 정면을 보고 있는데

머리 큰 아이의 시선은 뚱한 표정으로 다른 어딘가를 보고 있다.

 

책은 윤석중 시에 이영경 작가가 그린 그림으로 펴낸 시그림책 <넉점반.창비>의 표지그림이다.

그림책은 시에 등장하는 아이처럼 작은 판형이다.

전체적인 색감도 햇빛에 바래거나 아주 오래된 듯한 색감이어서 쿰쿰한 책내가 날 것 같다.

 

귀여운 아이의 뚱한 시선은 바로 구복상회를 보고 있었던 것.

엄마가 몇 시인지 알아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기 때문이다.

 

"영감님 영감님/엄마가 시방/몇 시냐구요"

"넉 점 반이다."

 

그림속 구멍가게 풍경이 정겹다.

당시에도 있는 집 아이들이나 먹었던 최고의 영양제 '원기소 '광고지, 미원', 유리병속 박하사탕, 라면, 성냥곽,....

고무신 한 짝이 벗겨진 채 할아버지 방을 들여다보고있는 아이.

 "넉 점 반/넉 점 반."을 외우며 나오다

물 먹는 닭 한 참 서서 구경하고

 

집하고는 반대로 개미를 따라가면서도  아이는 "넉 점 반, 넉 점 반"

지렁이를 물고 가는 개미들에 정신이 팔려 해찰하는 아이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넉점 반.넉 점 반" 하며 잠자리 따라 다니다

분꽃도 따고 ,...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의 표정은 같지만 구경하는 것마다 호기심이 가득하다.

 

게 아이가 심부름 갔던 구복상회는 바로 옆집이다.

아이는 그 가까운 거리를 곧장 오지 않고 온갖 해찰을 다 하고 돌아오니 강아지가 대문밖으로 마중 나오고 

날이 어둑해져 가로등이 환하게 켜 져 있다.

구복상회 할아버지는 더운지 부채 들고 쉬면서 "아니. 저 녀석이 왜,..."  안경너머 떼꾼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엄마, 시방이 넉 점 반이래."

 

'시방' 의미를 모르는 아이는 아주 당당하게 엄마한테 얘기하고 방안 언니 오빠들은 저녁을 먹고 있다.

아기를 안고 젖을 먹이는 엄마의 눈짓이 뾰루퉁해져선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니? 라고 하는 것만 같다.

 

"넉 점 반"은 네시 반을 뜻한다. 시계가 귀했던 시절 그림속 구복상회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80년대인가  티비 프로그램에서  "그때를 아십니까"가  방송됐었다. 그때 비춰주던 60~70년대 흑백사진 속 풍경들이 구복상회 자자분한 그림과 겹쳐 되살아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고 온 듯하니 나이들었다는 게 실감난다.

이 시는 윤석중 시인이 1940년 스물 아홉살 때  쓴 시라고 한다.  어렸을 적 바쁜 엄마를 대신해 가게 심부름을 가곤 했었다. 새참으로 삶아낼 국수를 사러 가거나 양은 주전자를 들고 동네 가겟집으로 막걸리 받으러 가곤 했다. 주인은 틉틉한 막걸리를 주전자 가득 담아 줘 걸을 때마다 출렁거려 넘치곤 했다. 때론 무겁고 더워서 겁도 없이 막걸리를 홀짝홀짝 마셨던 일도 생각난다.

 심부름 하면 자연스레 떠오는 게 딴짓, 해찰이다. 그림속 아이처럼 옆길로 새 자기가 보고 싶은 걸 실컷 보고 경험하며 아이들을 단단하게 성장하게끔 한다. 어쩌면 그 시간이 자유가 어떤 것인지를 누리게 하면서 동시에 행복감을 맛보게 하는지도 모른다.

"영감님 영감님/엄마가 시방/몇 시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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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가 그림책도 썼네!"

 

이름을 본 순간 길 가다 잊고 지내던 사람을 만난 듯 반갑다. 주제 사라마구의 유일한 그림책이라니 사실 설렌다. 주제 사라마구. 하면 맨 먼저 <눈 먼자들의 도시>란 소설이 생각난다. 오래전 활동했던 독서토론 모임에서 다룬 책이고 영화로도 꽤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그는 소설외에도 시, 희곡 콩트까지 다양한 쟝르를 넘나드는 대단한  작가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그림책까지 썼다는 게 더 놀랐다.

 

이 그림책은 초등학생 대상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이야기는 한 소년이 알몬다 강에서 낚시질을 하며 겪는 일이다. 코르크로 만든 찌를 강물에 던져 놓고 물고기의 입질을 기다리는 소년은  입질이 오자 있는 힘을 다해 물고기를 끌어 당긴다.

낚싯줄을 당겼다 끌려갔다 하며 힘 겨루기를 하는 긴박한 장면은 그림 속 팽팽한 낚싯줄에서도 느껴진다.

낚싯줄 하나로 물 밖 소년과 물 속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물고기와의 대결은 '노인과 바다'의 한 장면과도 흡사하다.

 

 소설 속 노인이 바다에 나간지 85만에 큰 청새치를 발견하고 조각배까지 청새치에게 끌려가면서 청새치와 실랑이하는 문장은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박감 그 자체다. 그림책 속 이 장면이 오래전 기억을 방금 전 기억으로 바꿔 놓는다.

노인은 결국 청새치를 잡아 항구로 오지만 상어떼를 만나 뼈만 남은 청새치를 바라보는 심정과 쓸모 없는 낚싯대를 바라보는 소년의 마음이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겹친다. 집에 돌아와 늘어지게 단잠에  빠지는 노인과 더 튼튼한 낚싯대를 메고 도망간 물고기를 잡겠다고 다시 강으로 돌아가는 소년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마치 한 사람의 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련하다.

 

해가 저물도록 낚싯대를 드리우고 모든 것을 잃은 양 물고기를 기다리는 소년이 물의 침묵을 보는 모습은 어둠속 한 줄기 빛을 대하는 것 같다. 살아가는 건 어쩌면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를 기다리는 낚시질과 같지 않을까.

 

"물은 아주 오래도록 침묵했습니다.

물의 침묵은 세상 어떤 침묵보다 진한 침묵이란 걸 알았습니다.

나는 결코 그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둠 속에서 더 이상 찌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물고기를 기다렸습니다.

물결만이 조금씩 찰랑거릴 뿐 나의 영혼 깊숙이 들어와 박힌 슬픔만 가득 안고 낚싯줄을 걷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쪽수를 매기지 않았다.  무슨 뜻일까. 혹시 생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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