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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음.​

 

영화 '부산행'을 봤다. 갑자기 보게 된 영화라서 사전정보없이 그냥 봤다.

놀랐다. 고속철도 KTX에서 좀비영화라니,

그러고 보니 좀비영화는 티비에서 한 두어 번  봄직하다.

한국영화에서 좀비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기억속 좀비와는 완전히 다른 한국 좀비들이었다.

오래전 영화에서 좀비는 뭐랄까.

무표정에 느린 움직임, 허수아비같은 나약함에 비해

부산행 좀비는 혼이 움직이는 디테일한 동작에 속도감과 공포감까지 ,... ​

 

부산행 KTX 열차 안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올라 타면서

열차 안 승객들이 하나 둘, 정체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전국에 재난발령경보가 내려진 이유는 바로 공포의 좀비 바이러스때문이다.

 

열차 안은 삽시간에 좀비 바이러스가 칸칸으로 번지고

아비규환 속에서 사람들의 본능은 민낯을 드러낸다.

아내에게 아이(수안분)를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탄 아빠(석우분)는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딸에게 다그쳐 세우며

"지금 이런 순간엔 너만 생각하는 거야."한다.

그 말이 이기적이기보다 딸을 지켜야 하는 아빠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에 공감이 간다.

9호칸에서 좀비들을 뚫고 구하러 온 공유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으려고 하는 13호 칸 김의성(용석분)

"여기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해."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달려드는 석우에게 "이 새끼 감염됐어" 라는 대사가 소름 끼쳤는데

더 무서운 건 그말에 동요 돼 이들을 쫓아내는 13호칸 사람들이었다.

 

문제는 늘 그렇다. 현실에서든 영화든 문제가 발생하면 인간은 문제때문에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려 들지 않고 각자 사람들 안에서 일어나는 분란으로 인해 공멸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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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에 영화관(롯데시네마 )이 생겼다.
너무 좋다.  혼자서 조조영화를 즐겨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맘이 당기면 부랴부랴 전철을 타고 나가  보곤 했는데
집에서 3분거리니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워도 좋겠다.

휴일이라서 짝꿍이랑 아침 먹고 운동화 끌고 가 봤다.
우리 둘 다 마치 집들이에 초대되어 가는 기분으로 나섰다.


주유소 자리에 1년 남짓 공사한 새 건물로 11월초에  오픈했다.
페인트 냄새가 채 가시지 않았다.

근동 사람들인지 편안한 복장이다. 엘리베이터 안이 찼다.
4층부터 8층까지 영화 전용관이라 넓고 쾌적하다.
눈도장으로 합격이다.

'내부자들' 을 봤다.
정치인과 재벌회장, 정치깡패, 펜은 칼보다 힘이 세다.
그들 사이에서 펜으로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논설주간, ...

서로 제 이익을 위해 속이고 복수하는 추악하고 더러운 흙탕물 속 미꾸라지들의 몸부림같은 영화다.

조승우는 우장훈답고 이병헌은 안상구로 개성 넘치는 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았다.
영화의 결말은 다행히 관객의 바람대로 통쾌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기분은 그리 통쾌하지 않다. 별로다.
속 시원하지도 않다. 이런 느낌을 뭐라 할까.
목에 이물감이 잔뜩 남아 있는 것 같은 개운찮은 느낌, 후회했다. 보지 말걸,

새로 입은 옷에 오물이 튄 것처럼 께름칙한 이 기분을 뭐라 할까. 불편한 것이 진실이기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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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해야 할 일을 깜빡깜빡한다. 사람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고

가스불, 현관문에 집착하는 횟수가 빈번하다.

그럴때마다 혹시? 하고 당혹스러워지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흔히 있는 건망증이라고 한다.

 만에 하나 이게 건망증을 넘어 희귀성 알츠 하이머'라는 진단을 받는다면?​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 대학에서 유능한 언어학 교수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앨리스에게 이상징후가 나타난다.

 

강단에서 강의도중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조깅도중 갑자기 기계가 작동을 멈춰버린듯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 버린다.

 

원에서 내린 진단은 '희귀성 알츠 하이머'라는 병이다.

그것도 자식들에게 유전된다는 의사의 말에 그녀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나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그녀.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아야 하는 그녀의 표정에 숨이 멎는 듯했다.

사랑하는 아이들, 평생을 함께 해온 다정한 남편 존, 그동안 열심히 일궈온 자신의 일과 삶, 앞에서

 

그녀는 말한다. "기억은 사라져도 나는 여전히 살아갑니다."

기억은 점점 흐려지지만 가족들과 함께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 나가는 앨리스는

아이들의 이름도 점점 집안의 동선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절망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 마저 머릿속의 지우개가 다 지워버리는 일은 비극이다.

살아가면서 기억은 때로는 살아갈 용기를 주고 힘들 때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뇌가 죽어가고 나를 '나'이게 해주는 기억들이 하나 둘 지워진다는 건

암흑을 넘어선 공포가 아닐까.

 

"지금이 내가 나일 수있는 마지막 시간일 거야."

 

고통스러움을 견디며 그저 애쓰고 있을뿐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여전히 앨리스였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영화속 '앨리스' 상황을 나와 동일시했다. 공교롭게도 쉰이라는 나이가 같고 제대로 늙어보지도 못한 나이때문이었을까. 삶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기에 삶인 것 같다.

 

이 영화를 본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기억 속에서 줄리안 무어가 아닌 앨리스가 여진히 남아 있는  무서운 병을 앓고 있는 그녀가 안간힘을 버티며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루게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과 '희귀성 알츠 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이 느끼는 고통과 두려움을 이해해 이 영화를 완성시킨 리처드 글랫저 감독의 열정에 숙연해진다. 줄리안 무어의 열연때문일까 '기억'과 '기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건강하며 아무렇지 않게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게 참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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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나락까지 떨어진 다음 광기로 우뚝 선다.

 

'Whilplash' 란 단어가 궁금해 찾았더니 '채찍질'이란 뜻이란다. 영화에서 연주하는 재즈 곡이기도 하다. 채찍질이란 제목에 이어 폭군 플랫처 교수의 험악한 인상이 바로 그려진다. 삭을 죽인다는 옛말이 있다. 무지막지한 말로 상대방의 기를 죽인다는 뜻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기 죽이기'다. 힘없고 나약한 존재를 짓밟는다.

 

천재는 타고난 영감보다 나락으로 추락하면서까지 훈련으로 태어나는 것일까. 음대 신입생 앤드류에게 가하는 폭언, 혹독한 훈련과정은 지독하다. 교수와 학생들간에도 음악적 교감을 나누거나 아름다운 연주를 상상했다면 실망 대 실망이다.

 

연주가 아니라 선수촌 훈련장처럼 과격하고 폭언과 폭력은 플랫처 교수의 교수법이다. 특히 교수에게 인정 받기 위한 앤드류와 플랫처 교수 사이의 팽팽한 대립은 벼랑끝이다. 검은 쫄티, 빡빡머리, 강한 인상, 플랫처의 어느 구석에도 인간적이거나 음악적 영감을 불러 올 수 없다.  

 

소나기처럼 퍼붓는 폭언과 아집이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담금질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선생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거의 조폭수준이다.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 일어나라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앤드류는 악에 바친 오기로 이를 간다. 음악은 인간이 만들어낸 영역이지만 그 영역의  최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한 훈련과정은 영혼을 팔아도 될까말까다. 독종교수와 꼴통 제자간의 겨루기는이어진다.

 

플랫처 교수역의 J K 시몬스의 표정연기와 마지막 장면에 앤드류가 신의 경지로 연주했던 재즈'카라반'의 드럼연주 부분은 압권이다. 보는 것조차 힘들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며 주인공앤드류( 마일즈 테일러)가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연주했다는 게 놀랍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친 듯이 달려들어야 뭔가 이룰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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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정도는 돼야 짜릿하고 스릴 넘치고 통쾌하지.

 속이 다 시원하고 쳇기가 내려가는 듯한 영화.

 

휴가 때 짝꿍이랑 <암살>에 이어 두번째로 본 영화<베테랑> 느낌이다.

 

한번 촉이 꽂히면 불도저처럼 밀어 부치는 광역수사대 형사 서도철<황정민>

느물느물 경륜 있는 팀장 오달수, 서툴지만 봐줄만한 미스봉<장윤주>의 연기까지 쉴새없는 발차기,순식간에 날리는 잽

배우들의 개성을 잘 살린 연기, 보는 동안 몰입감 최고다.

 

영화는 처음부터 박진감 넘친다.

보여주는 장면마다 빠르고 경쾌하다.

거침없는 장면마다 리얼하고 생생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심장이 쿵쾅쿵쾅,...


류승완 감독 영화가 원래 이랬나. 자신감이 철철 넘친다. 사회 부조리에 대항하는 이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 신이 난다. 거기다 오달수 특유의 유머와 분위기를 이어주는 노련한 리듬감이 영화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거기다 놀란 건 유아인의 연기다. 맑디 맑은 얼굴의 악인이라. 인간성은 찾아 볼래야 도저히 볼 수 없는 악역을 소화해내는지. 괴물같은 재벌 3세의 조태오역이 소름 돋는다.

이 영화는 한 마디로 무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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