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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좋아서 - 보통엄마가 만든 행복한 그림책 로드맵 그림책이 좋아서
제님 지음 / 헤르츠나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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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냥 그 아이가 좋았습니다. 바라볼 때마다 벅차 올랐죠. 그렇게나 사랑하는 아이를 험난한 사교육의 파도 속에 떠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경쟁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그림책이라 믿고 싶었습니다. 도서관이라고 여겼습니다.  감성을 깨우고, 상상력을 키우고, 공감력을 높이고, 독서의 힘을 기르고,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냥 우리는 그림책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그림책을 통해서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용기 있는 엄마이며 <그림책이 좋아서>란 책을 낸 제님 작가의 말이다. 이 글은 책표지를 열면 아이(은재)의 사진과 함께 한 장 한 장 담담하게 써 있는 글들을 한데 옮겨 봤다.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마냥 좋아 가슴 벅차고 설렌 감동으로 아이를 한번 잘 키워보겠다는 다짐?이 나한테도 있었던 기억이 오롯해서, 구십팔 프로 공감이 가서 책장을 천천이 넘긴 책이다.

책 1장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엄마로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에 대한 궁금증과 그에 대한 답을 자세하게 올려 놓았다.

특히 이 장에서는 작가가 그림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수 있는 꼭지가 있다. 바로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드나들며 보고 듣고 느꼈던 소소한 얘기와 그날 그날 빌려온 책들의 목록을 일기 형식으로 담아 놔 한번쯤 그림책에 관심있는 엄마라면 한번쯤 따라쟁이가 될 필요도 있겠다 싶다.

2장은 그동안 읽은 그림책을 주제별(친구, 분노,미술 가족,인권 심리,상상,등)로 묶어 여러 그림책을 소개한다.

3장은 해외 여러나라 그림책 작가들을 소개하며 그들이 쓰고 그린 그림책들을 엄마의 감성으로 들려준다.

그중에서 에즈라 잭 키츠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다. 흑인 아이 피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눈오는날>,<피터의의자>,<피터의편지>,피터의 안경>을 다 갖고 있기도 하다. 내가 읽은 그림책을 다른 사람도 읽고 공감한다는 일종의 공통분모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렇다. 에즈라 잭 키츠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색채의 마술사로 평가받는 에즈라 잭 키츠는 어느날, 1940년대 잡지 (Life)에서 오린 흑인 꼬마 사진을 보고 생각에 잠깁니다. 그 후 20년 동안이나 그의 작업실 벽에 붙어있던 그 사진은 '피터'라는 흑인 남자 아이로 키츠의 작품 속 주인공으로 태어나죠.그는 최초로 그림책에 흑인을 등장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지금이야 흑인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1960년대 당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작가는 피터의 생활을 소재로 피터가 성장하면서 겪은 내면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 냅니다."(304쪽)

그리고 맨 마지막 4장에서는 그림책을 장르별로 감상할 수 있게 묶어 놓았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책, 옛이야기 관련책, 그리스로마신화처럼 재밌는 우리 신화 이야기, 동시다먹기 놀이 등 그림책 속에 담긴 세상을 작가는 자기 아이에게 들려주듯 다정하게 읽어준다.​

 

아이가 그냥 좋아서, 그냥 그림책이 좋아서, '그냥'이라는 말에는 묘한 끌림이 있다.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할까. '그냥' 좋은 거다.  무조건 좋아서 하는 거다. '그냥'이라는 말의 어감처럼 이 책은 그림책과, 아이를 좋아해서  그 속에 푹 빠진 진정한 아마츄어가 행복을 담아낸 책이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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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과학은 내친구 16
칸자와 토시코 글, 쿠리바야시 사토시 사진,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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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서가에 이 책이 꽂혀있다. 아이들용 반딧불이에 관한 사진 책이다.

이 걸 언제 들였지?  책표지를 열고 면지를 보니 큰애와 작은 애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고

그 옆에 2007. 4. 9이라고 씌어 있다.

 

2007년이면 열여덟 살인 작은 녀석이 아홉 살. 초등학교 2학년 땐가 보다.

맞아. 그때 한창 녀석이 곤충에 관심 많아 사슴벌레며 장수풍뎅이를 키우곤 했지.

 

'반딧불이' 하면 유년 시절 여름밤이 아련하다.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한참 떨어진 외진 집이다. 

집 앞은 너른 들판이고 뒤는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산이어서 해지면 사방에서

풀벌레 소리가 흥건했다.

여름밤이면 생풀로 피운 모깃불, 덕석 위에 도란도란 앉아 먹던 수제비, 팔베개하고 누워 잠들기 전까지 바라보던 밤하늘,... 그 속에서 추억 하나를 꺼낸다면 반딧불이 욘석 얘기다. 

 

친구한테서 첨 들은  욘석의 이름 개똥벌레. 이름이 재밌어서 그 후론 개똥벌레. 개똥벌레 하고 불러줬다.

해가 어둑어둑하면 친구들이랑 빈 병 하나씩 들고 논가나 풀밭을 헤치고 다니면서 반딧불이를 잡겠다고 쏘다니곤 했다. 

수풀 사이에서 반짝반짝하면 금방 잡을 것 같다가도 다가가면 이내 사라지곤 했다.

허탕 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멍석 위에 누워 있으면  눈앞에서 놓친 녀석들이 번 해지곤 했지.

 

 그때 그 반딧불이가 책 속에 들어와 살고 있다.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가 되고 번데기에서 빛을 발하는 욘석들의 삶을 일본의 사진작가가 공들여 찍어 놨다.

어둠 속에서 파르라니 빛나는 욘석이 밤하늘의 별 같다.

우리 삶이 바뀌면서 주변에 흙이 사라지고 아스팔트나

바닥을 메우고 있으니 반딧불이를 사진으로 보는 게 당연하다.

 더워지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녹록지 않으니 들꽃은 식물도감 속으로 들어가고

벌과 나비를 보려면 곤충도감을 들춰 봐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꽁무니에 불을 켜고 풀잎에 아스라하게 앉아  있는 반딧불이를 보려면

부러 시간을 내 오지 들판을 가거나 지자체에서 상품화한 반딧불이 축제를 찾아가야 한다.

 

그 때문일까. 이 사진 책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더 반갑다. 여름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면 그때 놓친 반딧불이가 생각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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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대로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1
피터 레이놀즈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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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언제나 ,무엇이나,어디서나 그린다. 

형이 도대체 뭘 그린거냐고 비아냥대고 웃어도 느끼는대로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구 그려댄다

아이는 주변에 펼쳐진 세상을 그리고 또 그리고,...

 

나무느낌, 집느낌, 오후느낌, 물고기 느낌, 배느낌,

아이는 보이는 것 뿐 아니라 마음속 감정도 그릴 수 있음을 안다

 

평화로운 느낌, 바보같은 느낌, 신나는 느낌,..."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느끼는대로.문학동네> 속 아이 얘기다.

자기 느낌대로 그림을 그리고 거침없이 글로도 표현하는 아이. 레이먼,

 

월요일 아침, 블로그 이웃님이 <연필꽂이>보여 준 그림 한 장이 눈에 들어 왔다.

며칠전 봤던 '책읽기 좋아하는 할머니의 표정' 솔곳이 떠오른다.

나는 눈이 피곤하거나 때로 생각이 많을 때 아이들 그림책을 즐겨 본다.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편안해지고 맑아져서 좋다.

서가 한켠엔 좋아하는 그림책을 꽂아 놨다.

약 150권 정도 될까. 편한 친구같은 느낌이랄까!

 

폭염에 열대야다 , 어제와 오늘을 다른 느낌으로 말할 수 있을까.

나도 한때는 레이먼 처럼 풍부한 감성을 가졌었는데,...

그날이 그날인 듯한 일상, 푸석거려 잔주름 일기 시작하는 피부처럼 건조하다.

 

인간은 태어날 때 천재적 감성을 갖췄지만 살아가면서 그것들을 하나씩 둘씩 잃어 간다지.

오래전 즐겨보는 개그 코너에 여자 개그맨이 당차게 '느낌 아니까' 말이 귀에 엉킨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경험에서 오는 느낌은 불손한 것이든 그렇지않든 소중하다.

 

사람이 슬픈 건 육신의 나이와 정신의 나이가 거꾸로 간다는 거라지.

어느땐 늙어가는 것보다 좋은 것을 보고도 좋은 줄 모르는 마음이 무서울 때가 있다.

 

느끼면서, 그 느낌대로 살아가고 있나요?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살아가면서 나는 얼마나 느끼고 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면서 살고 있는지 반문 한다.

 

빨갛게 물든 능소화 울타리, 학교가는 얘들의 퉁탕퉁탕 발자국소리, 염색을 해 볼까, 흰머리카락 늘어나는 내 짝궁,  어느 순간 보니 책속 새로운 표현, 명문장을 찾아 읽거나 밑줄 긋는 버릇은 감성근육이 부족해서 내 스스로위로하는 작업이지 싶다.

 

아이처럼은 아니어도 느끼며 살고 싶은 목요일이다.

평화로운 느낌, 바보같은 느낌, 신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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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에 앉아 몇 권의 그림책을 보았다.

​글과 그림을 함께 보거나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상상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소윤경 환상화첩 combi 콤비.문학동네>은 후자다.​

소윤경 환상화첩<combi 콤비.문학동네>은 표지 그림처럼 사람과 여러가지 생물들이 함께 나온다.

인간과 전혀 다른 별개의 생명체가 인간과 함께 있다.

그림이 독특하고 생생해서 스마트폰으로 작가를 검색했다.

판타지동화와 그림책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 여러 편의 작품이 있는데

그중 황선미 작가의 <일기 감추는날>에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눈에 띈다.

 

연필로 드로잉한 14컷의 그림이  그림이었다가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생생하다.

연필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도  있구나.

연필 외에 다른 건  또 뭐지?​

색으로 메꿔야 하는 부분은 색연필을  쓴 것도 같다.​

그림속 인간은 인간이 아닌 쥐, 문어, 곤충, 도마뱀, 박쥐, 개구리, 달팽이, 사마귀 등과 같은 생명체와 공존한다.

이들의 조합이 뭔지 모르게 불편하고 낯설지만 흥미롭다.

뭐랄까. 이 둘 사이를  분리 시키면 왠지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다.

 

문어를 업은 소녀.  소녀 등에 업힌 문어는 다리로 소녀를 칭칭 감고 있고

잠수복 차림의 소녀는 아무렇지 않게 주스를 먹고 있다.

둘 사이에 뭔지 모를 연대감이 느껴진다.

잠수복 소녀는 바다밖에서도 그것과 연대하며 죽는날까지 살고 싶지 않을까.

바다와 육지, 물밖과 물 속, 등대와 배, 불빛,신호, 구호,구조......​

시공간을 초월해 종과 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간은 어쩌면 인간 아닌 다른 것들과의 공존을 새롭게 모색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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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살쯤 됐을까. 앙증맞은 저고리 빨간 치마에 검정 고무신을 신은 아이가 호박넝쿨에 달린 호박을 움켜 쥐고 있다.

아이를 따라 나온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반기듯 정면을 보고 있는데

머리 큰 아이의 시선은 뚱한 표정으로 다른 어딘가를 보고 있다.

 

책은 윤석중 시에 이영경 작가가 그린 그림으로 펴낸 시그림책 <넉점반.창비>의 표지그림이다.

그림책은 시에 등장하는 아이처럼 작은 판형이다.

전체적인 색감도 햇빛에 바래거나 아주 오래된 듯한 색감이어서 쿰쿰한 책내가 날 것 같다.

 

귀여운 아이의 뚱한 시선은 바로 구복상회를 보고 있었던 것.

엄마가 몇 시인지 알아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기 때문이다.

 

"영감님 영감님/엄마가 시방/몇 시냐구요"

"넉 점 반이다."

 

그림속 구멍가게 풍경이 정겹다.

당시에도 있는 집 아이들이나 먹었던 최고의 영양제 '원기소 '광고지, 미원', 유리병속 박하사탕, 라면, 성냥곽,....

고무신 한 짝이 벗겨진 채 할아버지 방을 들여다보고있는 아이.

 "넉 점 반/넉 점 반."을 외우며 나오다

물 먹는 닭 한 참 서서 구경하고

 

집하고는 반대로 개미를 따라가면서도  아이는 "넉 점 반, 넉 점 반"

지렁이를 물고 가는 개미들에 정신이 팔려 해찰하는 아이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넉점 반.넉 점 반" 하며 잠자리 따라 다니다

분꽃도 따고 ,...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의 표정은 같지만 구경하는 것마다 호기심이 가득하다.

 

게 아이가 심부름 갔던 구복상회는 바로 옆집이다.

아이는 그 가까운 거리를 곧장 오지 않고 온갖 해찰을 다 하고 돌아오니 강아지가 대문밖으로 마중 나오고 

날이 어둑해져 가로등이 환하게 켜 져 있다.

구복상회 할아버지는 더운지 부채 들고 쉬면서 "아니. 저 녀석이 왜,..."  안경너머 떼꾼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엄마, 시방이 넉 점 반이래."

 

'시방' 의미를 모르는 아이는 아주 당당하게 엄마한테 얘기하고 방안 언니 오빠들은 저녁을 먹고 있다.

아기를 안고 젖을 먹이는 엄마의 눈짓이 뾰루퉁해져선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니? 라고 하는 것만 같다.

 

"넉 점 반"은 네시 반을 뜻한다. 시계가 귀했던 시절 그림속 구복상회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80년대인가  티비 프로그램에서  "그때를 아십니까"가  방송됐었다. 그때 비춰주던 60~70년대 흑백사진 속 풍경들이 구복상회 자자분한 그림과 겹쳐 되살아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고 온 듯하니 나이들었다는 게 실감난다.

이 시는 윤석중 시인이 1940년 스물 아홉살 때  쓴 시라고 한다.  어렸을 적 바쁜 엄마를 대신해 가게 심부름을 가곤 했었다. 새참으로 삶아낼 국수를 사러 가거나 양은 주전자를 들고 동네 가겟집으로 막걸리 받으러 가곤 했다. 주인은 틉틉한 막걸리를 주전자 가득 담아 줘 걸을 때마다 출렁거려 넘치곤 했다. 때론 무겁고 더워서 겁도 없이 막걸리를 홀짝홀짝 마셨던 일도 생각난다.

 심부름 하면 자연스레 떠오는 게 딴짓, 해찰이다. 그림속 아이처럼 옆길로 새 자기가 보고 싶은 걸 실컷 보고 경험하며 아이들을 단단하게 성장하게끔 한다. 어쩌면 그 시간이 자유가 어떤 것인지를 누리게 하면서 동시에 행복감을 맛보게 하는지도 모른다.

"영감님 영감님/엄마가 시방/몇 시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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