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수반위의 들꽃과 질그릇에 담긴 비빔국수 한 그릇!.

 

여름 손님은 불청객, 대통령이 와도 반갑잖다 라는 말이 있다.

지난 주말

친구를 따라 원당에 있는 도자기 공방엘 갔었다.

불쑥 찾아간 낯선 손님에게 아리따운 공방 주인은

 "손님이 오셨는데." 하며 밖으로 나가더니

들꽃 몇 가지를 꺽어와

자신이 만든 투박한 수반에 물을 채우고  꽃을 꽂는다.

순간  공방 안 분위기가 환해진다.

"아직 점심 전이죠?" 하며

대접할 게 변변찮다며 

금방 비빔국수 한 그릇을 내 놓는다.

파프리카, 배, 매실, 고명으로 넣은 비빔국수는 그릇을 빚는 솜씨만큼이나 맛이 특별했다.

 

더위에 불쑥 찾아간 것도 미안한데

손님이라며 꽃을 꽂고

향 좋은 커피를 내리고

과일을 내 오고 ,...

정말 특별하고 맛있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난 그녀를 처음 봤는데 낯설지가 않다. 뭐랄까. 친구덕분이겠지만

처음 보는 내 앞에서 살아온 얘기, 앞으로 살아갈 얘기를  들려준 그녀를 보며 

세상에 이렇게 순하디 순한 사람도 있구나 싶다.

 

결혼도 안하고 도자기가 좋아  빚고 구워온 그녀 작업실엔

살아온 이력처럼 아기자기한 색과 모양으로 가득하다.

친구와 나는 더 있다 같으면 하는 그녀 맘을 읽고

해가 져서야 공방을 나왔다.

공방이 들 가운데라 밤늦도록 음악을 켜 놓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잠 드는 게 아쉬워 아침까지 구상을 하고 스케치를 한다는 그녀의 삶 한 켠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친구를 통해 새로운 인연이 닿았다.

오는 길에 내 전화번호를 물어 가르쳐 주었는데, 오늘은 전화라도 해 봐야 겠다.​

"찻잔도 예쁘지만 손잡이가 너무 편하고 좋아요."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도서관에 와 책 읽다
눈이 피곤해 잠시 쉬러 나온 사이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이 너무 파래 좋다.

플라타너스 그늘에선 매미 소리가 가득한데
마치 가을 하늘 같아서
하얀 운동화 신고
만국기가 펄럭이는 학교 운동장을  뛰었던 어린날 가을 운동회가 생각나
어깨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푹신한 침대같기도 하고
콩알같은 스티로폼이 들어 있어
앉으면 누구나 안락한 콩자루닮은 저 흰구름!

아!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다.
가끔은 하늘도 올려다 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머리는 좀 어때? "
"비 많이 오니?"
"괜찮아. 비는 아까보다 덜 와"

학원에 간 녀석이 온다.
괜찮다는 말은 녀석의 말투로 보면 다 나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원 가기 전 물과 함께 삼켰던 진통제 두 알 덕분이다
가방을 내려놓는다.

녀석이 주머니에서 사탕 두 개를 꺼낸다.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여서 먹고 싶지 않았단다.

나더러 먹어 보라며 앞으로 밀어 놓는다.
낱개 포장된 알사탕이다.

양치질 했는데, 하고 머뭇거리다

말대접으로 하나를 집어든다
비닐포장을 뜯고 사탕 하나를 입에 넣자마자 뱉었다
웩,씨! 하마터면 욕 나올 뻔했다.
눈이 감기다 못해 오만상을 찌뿌리는 맛이다.

신맛과 쓴맛과 매운맛의 이 조합을 뭐라 표현할까
세상에나
"얘들이 이걸 어떻게 먹는다니?"

"이제 먹을만 해. 처음은 이래도 조금만 참으면 되거든."
"그래서 학원 선생님들이 얘들한테 잠 깨라고 주지.
 "그래. 이 정도면 잠이 달아날만도 하겠다.
한때 운전자들에게 졸음 쫓는 매운껌이 유행한 적 있었는데.

녀석은 나머지 하나를 입 안에 넣는다.

오믈거리는 표정이 나와는 영 딴판. 편안하다.

"이 사탕맛이 인생을 닮았어. 먹을 때마다 그런 생각 들거든."

녀석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 나온다.
"인생이 뭐 게 맛도 아니고. 니가 인생!  그걸 알아?"
" 꼭 엄마만큼 살아봐야 아나! 17년 인생도 인생이지 뭐."
" 왜. 있잖아. 달리기처럼말야. 처음엔 숨이 차 심장이 터질듯하다가도 끝까지 가보면 후련하고 상쾌한 것 같은,..."

"이 사탕맛이 딱 그래. 첨엔 도저히 못먹겠는데 참고 녹여먹다보면 그 담부터는 거짓말처럼 달콤하거든."
"그래? 인생이 딱 그래?"
"그럼 그 인생 맛 좀 볼까?"

 

* 어젯밤 작은녀석과 나눈 대화다. 어쩐 일이지. 주중엔 통 말이 없는데. 학교 공부에 입시미술까지 해야 하는 녀석은 주말이나 돼야 입을 겨우 연다. 고 2인데, 갈수록 말수가 적어진다. 그만큼 힘들다는 거겠지. 요새 부쩍 머리 아프단 말을 자주 한다. 그래, 입시고 뭐고 다 그만두자. 하지 못하고 대신 녀석 손에 두통약을 쥐어 주는 이 현실이 아까 뱉어낸 사탕같다.  

 






 

"이 사탕맛이 인생을 닮았어. 먹을 때마다 그런 생각 들거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능소화가 겁나게 이쁘게 피었어야."

"대문 한 짝을 다 덮어버렸어야."

"사진기라도 있으면 몇 판 박아 놨다가 담에 너 오믄 보여주고 싶은디 져불면 어쩐디야."

"혼자 보기 아깝다야."

아침 전화수화기 너머로 엄마 목소리가 들떠있다.

엄마집에 능소화가 피었단다.

6월달에 갔을땐 꽃망울이 보일말락 했었는데​

혼자 사는 엄마한테 능소화가 피었다는 건 대단한 사건이겠다.

평소보다 엄마 목소리가 한옥타브는 높다.

능소화 소식보다 더 반갑다.

평소 전화하면 늘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로 시작해 기운없는 음성으로 수화기를 내려놓곤 하셨는데

오늘 아침은 아픈데가 하나도  없는 목소리다.

"엄마, 능소화꽃 못 봐 정말 아깝네. 근데 시방은 뭐하셔?"

"뭐하기는 야야. 마루에 앉어 너헌티 전화함시롱 능소화보고 있제."

"한 목에 옴막 펴서 대문짝이 뻐얼게야."

"엄마 근데 그때 내가 모종한 능소화는 잘 크고 있어?"

6월엔가 시골 갔을 때 꽃밭으로 번진 어린 능소화를 반대편 대문아래 옮겨 심어놓고 왔었다. 

엄마가 능소화 말을 하니 갑자기 생각난다

" 겁나게 커서 넝쿨 뻗길래 대문으로 타고 올라가라고 줄 쳐 주었다야."

" 모르긴해도 내년쯤이면 이짝 대문에서도 꽃 볼 것 같은디."

능소화한테 고맙다.

앞으로 능소화가 질 때까지는 엄마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을테니까.

연일 이어지는 열대야 잠 못 이루는 날이 이어진다.

아침에 까지소리를 들었는데, 엄마한테 꽃소식을 들으려고 그랬나보다.

오늘부터 8월이다.

아침부터 매미가 울어댄다.

한 달 동안 얼마나 더울까 싶지만 이대로 가면 막바지 여름도 서서히 꼬리 내리겠지.

 

능소화덕분에

엄마 덕분에

8월 첫 날, 느낌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축축한 땅을 뚫고 나온 버섯이다.
이름은 모르겠다.
나무들 새로 비치는 햇살때문인지 흰 빛깔이 눈부시다.
자제발광하는 것 같다.

잔개미들 이 버섯에 꼬여있다.
먹잇감을 탐색하는 중일까
위 아래로 흩어져 기어다닌다.
 

 

 


바로 그 옆에선 썩어가는 버섯도 있다.
핀 지 한참 됐나보다.
갓 가장자리가 위로 치켜져 있다.
흰 털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다

버섯이지만 죽어가는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어떤 건 사색이 되어 새까맣고
또 어느건 뜨건 물에 넣었다 빼놓는 것처럼 풀어져 있다.

사람사는 세상이 요지경속이라는데
숲 속도 마찬가지다
 

 

 

 
계단 따라 내려오면서 난간대를 잡다 깜짝 놀랐다.
처음엔 벌집인줄 알았는데 뱀허물이다.
거기에 곤충들이 꼬였다.

바로 머리 위 나뭇가지에는 30cm는 족히 되는 허물에 파리 꼬이듯 붙어있다.
 

 

 

 
또 한 구석,
거미는 살기 위해 밤새 줄을 쳤을테고
잠자리도  살기 위해 가다가
거미줄에 걸렸다.

벗어나려고 몸부림 친 걸까.
거미줄이 그쪽만 성글다.
 
 

 

 

 
 
바로 그 아래 걸려든 곤충은
아직 숨이 붙어 있다.
벗어나려고 그러는지 뒷다리늘 모아 비비적댄다
뭘 잘못한 걸까. 그 모양이  한 번 봐 달라고
두 손을 싹싹 비는 것 같다.

저것들은 죽어가고
거미는 어딘가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겠지.
저것들 덕분에  또 하루를 살 것이고
또 어딘가에다 부치런히 줄을 치겠지.
 

 

 

 어제 오후에 내린 비로 숲은 젖어있고 나무들은 싱그럽다.

 

 



숲길에 세워진 길 안내판이다.
초행길인 사람들한테는
세 갈래 길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길 도우미다.

 

 

 

 



한치 앞도 모르는 우리의 삶. 싱겁고 어리석은 줄 알지만
저 안내판처럼 고민할 필요없이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면
아까 잠자리나 곤충처럼 시험에 들지 않고 지름길로 접어들 수 있을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