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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망태버섯이다. 아침 산책길에서 만났다.

망사같은 그물을 펴기 위해 밤부터 새벽에 걸쳐 폈다가

2시간 정도 머문다고 한다.

 

망태버섯은 그물모양이 새끼나 노끈으로 엮어 만든 망태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외국에서는 드레스를 입은 신부같다고 해서 드레스 버섯이라고도 불린단다.

 

여름에서 가을 사이 잡목 숲에서 자라는데 금방 사그라들기 때문에

마음 착한 사람 눈에만 띈다는 말이 있다니

그럼 나도? 은근 기분이 좋다.

 

망태버섯은 야하다. 망사 치마를 두른 아가씨같다. 망사치마 사이로 하얀 속살이 비친다. 몸매가 드러난다.

망태버섯보다 망사버섯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너무 야한가?

 

미니 스커트보다  

옆트임이 깊은 롱스커트가 더 섹시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더 에로틱한 게 잠자리 날개옷이라 부르는 모시 한복을 입은 여인의 자태다.체형을 다 감싸고도 우아함과 기품이 있으며 속이 훤히 보이되 천박하지 않는 섹시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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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면 아직 사랑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이 책<비단>(새물결,2006) 띠지에 실린 글이다. 저자 알렉산드로 바리코는 이탈리아 토리노 출생으로 움베리토 에코이래 세계적 명성을 얻는 첫번째 이탈리아 작가다. 이 책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대학에서 철학과 음악을 전공. 2007년 영화로도 개봉된 소설이다.

 

일본에서 누에알을 구해와 파는 일을 하는 남자, 에르베 종쿠르, 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 엘렌이 있다. 그리고  만난 일본에서 만난 신비스런 여인, 세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종쿠르의 미묘한 감정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침묵, 이방인에 대한 낯선 세계에서 보여지는 변화는 잔잔한 음악처럼 펼쳐진다.

 

장석주 시인은 이 소설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륜 소설을 읽었다. 아름다운 문장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이 책의 묘미다."

 

장석주 시인의 책을 읽다가 알게 됐다. 책소개를 받은 셈이다. 책은 소설이지만 두껍지 않다. 212쪽이니까 소설이라기보다 이야기 한 편이다. 한 번 잡으면 호흡이 끊기지 않고 단번에  읽힌다. 문장은 시적이고 아름답다. 책 말미에 뜻밖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종쿠르에게 온 7통의 편지는 전혀 뜻밖의 결말을 기다린다. 시인이 불륜소설 앞에 왜 아름다운이란 수식어를 붙였는지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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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망울에서 눈자위까지 걸리는 거리가 눈시울이다. 그거리는 눈'과 '울' 사이에 괸 웅덩이다.

 

눈시울은 눈망울 아래에 퍼져있는 엷은 은하이다. 그 은하에 가서 자리를 잡고 있는 빛은 눈으로 알아볼 수 있는 가장 멀리 있는 빛이다. 눈망울이 고여 우는 안의 세계라면 눈시울은 흘러 희미해지기로 한 기미機微의 선택이다.

 

눈망울에 검게 짙어지는 저녁의 불길함을 모여서 울고 있는 자들의 색깔이라고 부른다. 몽골의 고비에선 낙타들이 저녁이 되면 둥글게 모여서 울곤했다. 그들이 빚어내는 색깔은 유목민들은 어떤 색으로도 생활에 입힐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고백하기 위해서 내 눈망울은 가장 먼 은하의 허공을 닮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문장 속에 있는 그믐을 지워 나간다.

 

저녁에 외로워지는 눈망울은 내 삶을 공전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천문대이다. 그 천문대로 떨어진 허공에선 앓기에 좋은 천식을 앓기에 좋은 눈물점만 생각하는 날들이 있다.(98~99쪽)

 

몸의 천문대인 눈망울에서 길어 올리는 거처는 몸 깊은 곳으로 내려간 사유의 희미한 거처이다.

시인 김경주 산문집 몸에 관한 詩적 몽상​<밀어>. 몸 속의 천문대 '눈망울' 부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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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는 진노랑과 주황사이의 색도라고 할까.
​사춘기 소녀는 딸기의 빨강을 표현하기를 "발라당 까진 빨강"이라고 했는데
​오렌지의 색을 뭐라고 할까. '하품나는 노랑?
'
만지면 귤이나 한라봉과는 다른 느낌이다.
껍질이 딱딱하다못해 마음이 급할 땐 단단하기가
돌덩이 같다.
요령을 부리지 않고 곧이곧대로 껍질을 다뤘다간 낭패를 본다.
장막속에 숨겨진 과육의 폐부를 다치기 십상이다.
껍질을 벗기는데도 손목 힘의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어느 시인은 본질을 알 수 없는 과일이라고 했을까!

자몽보다는 작고 귤보다는 크다.
신맛은 덜하고 당도는 높다.
과육이 탱탱해서 누구나 좋아하는 수입과일이다.
오렌지를 만지면 단단하면서도 우둘투들한 촉감이 좋다.
단단한만큼 그안에 품은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단단하지 않았다면 5대양 6대주를 어떻게 건너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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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위치는 14층 아파트 창문 방충망이다.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 초입이다.

방충망으로 바라보는 저 아래 세상은 온통 아파트다.

 

 건물들의 눈은 남향, 동향, 서향으로 상하좌우로 배열돼 있다.

얼핏 보면 벌집 같기도 하고 닭장 같다고 할까. 인간들은

저 한 칸의 공간을 갖기 위해 덜 먹고쓰고 긴 세월 동안 허리띠 졸라매고 산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저 공간의 주인이 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일정한 금액을 맡기고  세 들어 산다.

사는 동안엔 듣기 좋은 말로 내 집이다.

참 인간들은 사는 게 웃기기도 하지.

천지사방, 사시사철 내리쬐는 햇빛도 내 것 네 것이라며 목소리 키우며 싸운다.

칸칸마다 비치는 햇살의 몫이 다르고 그것을 누릴 권리를 일조건이라고 한다.

더러는 그 일조권 때문에 법적 소송을 하고, 또 누구는 햇살 부족 때문에 우울증이 재발한다.

인간들은 언제부터 저렇게 마음속에 각을 세우고 살아가게  됐을까.

 

현관문만 단속하면 사생활이 보장된다는 아파트. 내가 보기엔 산 자들의 무덤이다.

한 공간에 사는 가족끼리도 방마다 자리 잡고 들앉으면 아예 마음의 문까지 닫아 건다.

 그리고는 사각의 벽과 벽 사이에 숨는다. 아파트엔 크고 작은 섬과 섬이 존재한다.

 

지난겨울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이 뒤덮었을 때 모처럼 저것들도 눈 속에 숨어 순한 척 했지.

사람들도 잠시 마음속 까칠한 각을 버리고 순한 마음으로 돌아섰을 거라고 여겼지

 

눈 온 날은 아파트도 사람들도 조금은 두루뭉술해졌을 거라고

어둡고 캄캄한 땅속에서 그리 생각했지. 내년 여름이면  자연스레 알게 될 일이지만,..

 

*글쓰기 연습 공간입니다. 끄적끄적 메모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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