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위치는 14층 아파트 창문 방충망이다.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 초입이다.
방충망으로 바라보는 저 아래 세상은 온통 아파트다.
건물들의 눈은 남향, 동향, 서향으로 상하좌우로 배열돼 있다.
얼핏 보면 벌집 같기도 하고 닭장 같다고 할까. 인간들은
저 한 칸의 공간을 갖기 위해 덜 먹고 덜 쓰고 긴 세월 동안 허리띠 졸라매고 산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저 공간의 주인이 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일정한 금액을 맡기고 세 들어 산다.
사는 동안엔 듣기 좋은 말로 내 집이다.
참 인간들은 사는 게 웃기기도 하지.
천지사방, 사시사철 내리쬐는 햇빛도 내 것 네 것이라며 목소리 키우며 싸운다.
칸칸마다 비치는 햇살의 몫이 다르고 그것을 누릴 권리를 일조건이라고 한다.
더러는 그 일조권 때문에 법적 소송을 하고, 또 누구는 햇살 부족 때문에 우울증이 재발한다.
인간들은 언제부터 저렇게 마음속에 각을 세우고 살아가게 됐을까.
현관문만 단속하면 사생활이 보장된다는 아파트. 내가 보기엔 산 자들의 무덤이다.
한 공간에 사는 가족끼리도 방마다 자리 잡고 들앉으면 아예 마음의 문까지 닫아 건다.
그리고는 사각의 벽과 벽 사이에 숨는다. 아파트엔 크고 작은 섬과 섬이 존재한다.
지난겨울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이 뒤덮었을 때 모처럼 저것들도 눈 속에 숨어 순한 척 했지.
사람들도 잠시 마음속 까칠한 각을 버리고 순한 마음으로 돌아섰을 거라고 여겼지
눈 온 날은 아파트도 사람들도 조금은 두루뭉술해졌을 거라고
어둡고 캄캄한 땅속에서 그리 생각했지. 내년 여름이면 자연스레 알게 될 일이지만,..

*글쓰기 연습 공간입니다. 끄적끄적 메모로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