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림에 대하여
최영철시인
나무는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으면 불안하므로
흔들리기 싫어하는 모든 것들을 다독이며
남아 있기 위해
남아서 다시 흔들리기 위해
흔들리지 않아도 흔들리고
흔들리고 싶어서 몸을 비트는
가만히 들으면 알 수 없는 은밀함으로
자주자주 흔들리는
그리하여 다른 모든 것들을 흔들리게 만드는
이 세상 우매함을 무책임을 욕하며
산들산들 작은 바람에도 나무는 흔들린다
잠시만 누워 있다가 일어나기 위해
남아서 다시 흔들리기 위해
시집<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92쪽의 詩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노래한 시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친구의 말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산을 깍아 지은 고층 파트에 사는 친구는 바람 부는 날이 제일 싫단다.
집안에 있으면 기웃뚱 하고 쏠림현상이 느껴진다고 한다. 25층 맨 꼭대기 보금자리가 갑자기 나무꼭대기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지. 이제 좀 살아보니 견딜만 하다며 친구는 우스개소리까지한다. 자기도 이제는 집과 함께 리듬을 타니 울렁증이 덜한단. 알고보니 고층아파트는 지을 때 그걸 감안해 짓는다고 한다.
콘크리트 건물도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게 정상이라고 하니 바람을 타야하는 건 비단 나무만이 아니지싶다. 나무는 바람없는 날에도 흔들리고 작은 바람에도 누웠다가 일어나 흔들린다. 집도 나무도 사람도 아프고 흔들리고 흔들려야 제대로 사는가보다. 그게 삶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