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묻다,행복은 어디에>(2014.판미동)는 인문학자 17인이 자신의 삶을 통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다. 건축가 김개천이 보는 삶의 철학이 인상깊어 밑줄 그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하루 저녁에도 집을 몇 채 지었다 허물었네' 라고 한다. 보통 사람은 공상이지만 건축가의 입을 빌리면 명상이 된다.

 

건축가 김개천은 명상을 집을 허물거나 더 단단하게 짓는다고 말한다. 집에 주춧돌을 놓고, 대들보를 세우고, 지붕을 얹는 명상이다. 저자는 한옥의 구조를 예로 설명하며 거기서 사람을 읽어낸다.

 

"방이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하잖아요. 믿을 게 없는 집이에요. 마루의 유리문마저 아예 방이 사라지기도 해요. 정해진 것 없이 계속 변화하죠. 여름에는 큰 방을 만들고 겨울에는 따뜻하도록 방을 자게 만들 수도 있고요. 게다가 해가 뜰 때는 방이 동향을 보게 하고, 해가 질 때는 석양을 보며 식사를 할 수도 있어요. 평수도 작은데 크기는 무한대인 집이죠."

 

평수는 작은데 크기는 무한대라. 눈길을 끈다. 그게 왜 가능할까. 그 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건 자기 것을 가지고 있는 않은 집이기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기 것이 많으면 지키려 하고, 지키려다보면 바깥을 향해 닫히기 일쑤다. '내 것에 대한 집착이 적은 사람은 다르다. 그게 적으면 적을수록 바깥을 향해 열리게 된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것만이 내 것이 아니라 내 밖에 있는것도 내 것이 된다.평수는 작아도 정말 '큰 집'이 되는 거다."지혜로운 사람이란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포용력이 큰 사람이에요. 건축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68쪽)

 

삶과 건축을 서로 빗대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과 그 말에 공감하는 저자 또한 공부를 다른 입장에서 바라볼 줄 안다. 식물의 입장에서 보는 건 식물학이고 동물의 입장에서 보는 건 동물학이다. 공부는 다른 입장에서 나를 보는 연습이라고 하는 말에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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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망울에서 눈자위까지 걸리는 거리가 눈시울이다. 그거리는 눈'과 '울' 사이에 괸 웅덩이다.

 

눈시울은 눈망울 아래에 퍼져있는 엷은 은하이다. 그 은하에 가서 자리를 잡고 있는 빛은 눈으로 알아볼 수 있는 가장 멀리 있는 빛이다. 눈망울이 고여 우는 안의 세계라면 눈시울은 흘러 희미해지기로 한 기미機微의 선택이다.

 

눈망울에 검게 짙어지는 저녁의 불길함을 모여서 울고 있는 자들의 색깔이라고 부른다. 몽골의 고비에선 낙타들이 저녁이 되면 둥글게 모여서 울곤했다. 그들이 빚어내는 색깔은 유목민들은 어떤 색으로도 생활에 입힐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고백하기 위해서 내 눈망울은 가장 먼 은하의 허공을 닮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문장 속에 있는 그믐을 지워 나간다.

 

저녁에 외로워지는 눈망울은 내 삶을 공전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천문대이다. 그 천문대로 떨어진 허공에선 앓기에 좋은 천식을 앓기에 좋은 눈물점만 생각하는 날들이 있다.(98~99쪽)

 

몸의 천문대인 눈망울에서 길어 올리는 거처는 몸 깊은 곳으로 내려간 사유의 희미한 거처이다.

시인 김경주 산문집 몸에 관한 詩적 몽상​<밀어>. 몸 속의 천문대 '눈망울' 부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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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이 책<흐르는 강물처럼>(문학동네. 2008>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쉽고 재미있다. 잘 읽히는 산문집에서 번다하고 고뇌하는 인간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안다.  서로 내는 답은 다르지만 과정은 같을 테니까. 일상을 통해 들려주는 여러 가지 얘기에는 삶의 지혜가 들어있다. 한 예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레스토랑 주인과 수도승이 산책하며 나갔다. 수도승은 어깨에 메고 있던 바랑을 열더니 그 안에 든 것들을 한참 들여다보고는 이사벨라에게 말했다.

 

"바나나가 삶의 의미를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승려는 썩은 바나나를 꺼내 내던졌다.

 

"제때에 쓰지 않아서 흘러가버린 인생이에요. 이젠 너무 늦었죠. 그리고 수도승은 초록빛이 도는 바나나를 꺼내 보여주더니 도로 가방에 꺼내 집어넣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인생이죠.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도승은 잘 익은 바나나를 꺼내 껍질을 벗겨 이사벨라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것이 현재입니다. 두려움이나 죄의식 없이 맛있게 드시는 법을 배우세요."(224~225쪽)

 

누구는 그런다. 이 시대에 존경할만한 어른이 없다고. 그래서 고민을 털어놓거나 그릇된 행동을 하면 따끔하게 혼이 나도 흔들리는 나를 잡아 주었으면 좋겠는데, 어른의 부재에 대해 얘기하는 젊은이를 보았다. 말에서 전해지는 온도와는 다르겠지만 책을 통해 내 삶과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조언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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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면 쓸쓸하다

 

자연에는 버섯,개구리, 해파리, 갯민숭달팽이 등 화려한 무늬와 빛깔을 자랑할 수록 독을 품은 종류가 많다. 나 독 있으니까 건드리지 말라는 거다. 독 없는 동물이 눈에 띄지 않는 빛과 민무늬인 것과는 정반대다. 온 몸을 도화지로 여기는 조폭의 논리인 건가? 아니면 화려할 수록 한 입 대보는 팜므 파탈인 건가? 화려한 이에겐 그처럼 범접하기 어려운 쓸쓸함이 있지.

 

권혁웅 감성사진<꼬리치는 당신>.280쪽의 글.

 

정말 화려하면 더 쓸쓸할까. 거리를 다니다보면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손대지 않았으면서도 이목구비가 돋보이는가 하면 자세가 반듯하고 비굴하지 않아 당당해 보이는 사람, 옷 매무새가 튀게 돋보이는 사람, 을 보면 우러러 보인다. 다른 사람보다 사교적일 것 같고 친구도 많을 듯싶다. 내가 그렇지 못하기에. 정말 다른 사람보다 외로움과 쓸쓸함의 깊이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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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에세이
허은실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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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 기적이란다."

 

어린 왕자가 그랬지요,

세상에서는 가장 어려운 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면서요.

여러분은 어떤 기적, 어떤 마법같은 일을 기다리고 계신가요.

 

.....

 

우리 입술에 하락된 주문이란 그저

순한 언어로 안녕한지 물어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같은 몇 음절.

그 정도 아닐까요.

 

"우리가 잠시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헨리 소로의 문장에 굳이 기대지 않더라도

이 순간이 바로 기적입니다.

 

다른 곳이 아닌 이 우주, 이 은하, 이 별에서

다른 종이 아닌 인간의 종으로 숨을 얻어서

다른 시대가 아닌 바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잠시 마주하고 있는 것.

그것 자체가 말입니다.

 

그러니까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것이 아닐까요.

'이동진 빨간 책방'오프닝 에세이.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기적은 그러니까 중에서.​

<느낌> 오늘 신문이 늦었다. 새벽마다 문턱에 갖다 놓아주는 아저씨께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며 이 글을 읽었다. 내 눈앞에서 꽃이 피고 꽃 지고 나면 새 잎이 푸릇푸릇해진다.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시시각각 보여주지만 사느라 그것에 눈을 주고 마음을 얹지 못한다.

하물며 사람의 마음을 읽고 얻는 일이란 평생을 두고 해도 이르지 못할 것 같다.​ 광활한 이 세상에서 인연으로 와서 귀하고 소중한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지 싶어설까. 어린왕자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잔잔한 호수위로 바람이 지나가면 물은 바람의 몸짓을 거부하지 않는다.

파문을 온전히 받아서 제 몸에 결로 보여준다. '물결'​ 그것은 바람이 만든 게 아니라 호수의 물이 바람의 마음을 이해한 것이다. 그러니까 기적은 '바라봄' 으로부터 시작해 내가 먼저 반응해 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 기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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