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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에세이
허은실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 기적이란다."
어린 왕자가 그랬지요,
세상에서는 가장 어려운 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면서요.
여러분은 어떤 기적, 어떤 마법같은 일을 기다리고 계신가요.
.....
우리 입술에 하락된 주문이란 그저
순한 언어로 안녕한지 물어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같은 몇 음절.
그 정도 아닐까요.
"우리가 잠시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헨리 소로의 문장에 굳이 기대지 않더라도
이 순간이 바로 기적입니다.
다른 곳이 아닌 이 우주, 이 은하, 이 별에서
다른 종이 아닌 인간의 종으로 숨을 얻어서
다른 시대가 아닌 바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잠시 마주하고 있는 것.
그것 자체가 말입니다.
그러니까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것이 아닐까요.
'이동진 빨간 책방'오프닝 에세이.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기적은 그러니까 중에서.
<느낌> 오늘 신문이 늦었다. 새벽마다 문턱에 갖다 놓아주는 아저씨께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며 이 글을 읽었다. 내 눈앞에서 꽃이 피고 꽃 지고 나면 새 잎이 푸릇푸릇해진다.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시시각각 보여주지만 사느라 그것에 눈을 주고 마음을 얹지 못한다.
하물며 사람의 마음을 읽고 얻는 일이란 평생을 두고 해도 이르지 못할 것 같다. 광활한 이 세상에서 인연으로 와서 귀하고 소중한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지 싶어설까. 어린왕자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잔잔한 호수위로 바람이 지나가면 물은 바람의 몸짓을 거부하지 않는다.
파문을 온전히 받아서 제 몸에 결로 보여준다. '물결' 그것은 바람이 만든 게 아니라 호수의 물이 바람의 마음을 이해한 것이다. 그러니까 기적은 '바라봄' 으로부터 시작해 내가 먼저 반응해 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 기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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