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망울에서 눈자위까지 걸리는 거리가 눈시울이다. 그거리는 눈'과 '울' 사이에 괸 웅덩이다.
눈시울은 눈망울 아래에 퍼져있는 엷은 은하이다. 그 은하에 가서 자리를 잡고 있는 빛은 눈으로 알아볼 수 있는 가장 멀리 있는 빛이다. 눈망울이 고여 우는 안의 세계라면 눈시울은 흘러 희미해지기로 한 기미機微의 선택이다.
눈망울에 검게 짙어지는 저녁의 불길함을 모여서 울고 있는 자들의 색깔이라고 부른다. 몽골의 고비에선 낙타들이 저녁이 되면 둥글게 모여서 울곤했다. 그들이 빚어내는 색깔은 유목민들은 어떤 색으로도 생활에 입힐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고백하기 위해서 내 눈망울은 가장 먼 은하의 허공을 닮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문장 속에 있는 그믐을 지워 나간다.
저녁에 외로워지는 눈망울은 내 삶을 공전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천문대이다. 그 천문대로 떨어진 허공에선 앓기에 좋은 천식을 앓기에 좋은 눈물점만 생각하는 날들이 있다.(98~99쪽)
몸의 천문대인 눈망울에서 길어 올리는 거처는 몸 깊은 곳으로 내려간 사유의 희미한 거처이다.
시인 김경주 산문집 몸에 관한 詩적 몽상<밀어>. 몸 속의 천문대 '눈망울' 부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