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머리는 좀 어때? "
"비 많이 오니?"
"괜찮아. 비는 아까보다 덜 와"
학원에 간 녀석이 온다.
괜찮다는 말은 녀석의 말투로 보면 다 나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원 가기 전 물과 함께 삼켰던 진통제 두 알 덕분이다
가방을 내려놓는다.
녀석이 주머니에서 사탕 두 개를 꺼낸다.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여서 먹고 싶지 않았단다.
나더러 먹어 보라며 앞으로 밀어 놓는다.
낱개 포장된 알사탕이다.
양치질 했는데, 하고 머뭇거리다
말대접으로 하나를 집어든다
비닐포장을 뜯고 사탕 하나를 입에 넣자마자 뱉었다
웩,씨! 하마터면 욕 나올 뻔했다.
눈이 감기다 못해 오만상을 찌뿌리는 맛이다.
신맛과 쓴맛과 매운맛의 이 조합을 뭐라 표현할까
세상에나
"얘들이 이걸 어떻게 먹는다니?"
"이제 먹을만 해. 처음은 이래도 조금만 참으면 되거든."
"그래서 학원 선생님들이 얘들한테 잠 깨라고 주지.
"그래. 이 정도면 잠이 달아날만도 하겠다.
한때 운전자들에게 졸음 쫓는 매운껌이 유행한 적 있었는데.
녀석은 나머지 하나를 입 안에 넣는다.
오믈거리는 표정이 나와는 영 딴판. 편안하다.
"이 사탕맛이 인생을 닮았어. 먹을 때마다 그런 생각 들거든."
녀석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 나온다.
"인생이 뭐 게 맛도 아니고. 니가 인생! 그걸 알아?"
" 꼭 엄마만큼 살아봐야 아나! 17년 인생도 인생이지 뭐."
" 왜. 있잖아. 달리기처럼말야. 처음엔 숨이 차 심장이 터질듯하다가도 끝까지 가보면 후련하고 상쾌한 것 같은,..."
"이 사탕맛이 딱 그래. 첨엔 도저히 못먹겠는데 참고 녹여먹다보면 그 담부터는 거짓말처럼 달콤하거든."
"그래? 인생이 딱 그래?"
"그럼 그 인생 맛 좀 볼까?"
* 어젯밤 작은녀석과 나눈 대화다. 어쩐 일이지. 주중엔 통 말이 없는데. 학교 공부에 입시미술까지 해야 하는 녀석은 주말이나 돼야 입을 겨우 연다. 고 2인데, 갈수록 말수가 적어진다. 그만큼 힘들다는 거겠지. 요새 부쩍 머리 아프단 말을 자주 한다. 그래, 입시고 뭐고 다 그만두자. 하지 못하고 대신 녀석 손에 두통약을 쥐어 주는 이 현실이 아까 뱉어낸 사탕같다.
"이 사탕맛이 인생을 닮았어. 먹을 때마다 그런 생각 들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