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반위의 들꽃과 질그릇에 담긴 비빔국수 한 그릇!.

 

여름 손님은 불청객, 대통령이 와도 반갑잖다 라는 말이 있다.

지난 주말

친구를 따라 원당에 있는 도자기 공방엘 갔었다.

불쑥 찾아간 낯선 손님에게 아리따운 공방 주인은

 "손님이 오셨는데." 하며 밖으로 나가더니

들꽃 몇 가지를 꺽어와

자신이 만든 투박한 수반에 물을 채우고  꽃을 꽂는다.

순간  공방 안 분위기가 환해진다.

"아직 점심 전이죠?" 하며

대접할 게 변변찮다며 

금방 비빔국수 한 그릇을 내 놓는다.

파프리카, 배, 매실, 고명으로 넣은 비빔국수는 그릇을 빚는 솜씨만큼이나 맛이 특별했다.

 

더위에 불쑥 찾아간 것도 미안한데

손님이라며 꽃을 꽂고

향 좋은 커피를 내리고

과일을 내 오고 ,...

정말 특별하고 맛있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난 그녀를 처음 봤는데 낯설지가 않다. 뭐랄까. 친구덕분이겠지만

처음 보는 내 앞에서 살아온 얘기, 앞으로 살아갈 얘기를  들려준 그녀를 보며 

세상에 이렇게 순하디 순한 사람도 있구나 싶다.

 

결혼도 안하고 도자기가 좋아  빚고 구워온 그녀 작업실엔

살아온 이력처럼 아기자기한 색과 모양으로 가득하다.

친구와 나는 더 있다 같으면 하는 그녀 맘을 읽고

해가 져서야 공방을 나왔다.

공방이 들 가운데라 밤늦도록 음악을 켜 놓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잠 드는 게 아쉬워 아침까지 구상을 하고 스케치를 한다는 그녀의 삶 한 켠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친구를 통해 새로운 인연이 닿았다.

오는 길에 내 전화번호를 물어 가르쳐 주었는데, 오늘은 전화라도 해 봐야 겠다.​

"찻잔도 예쁘지만 손잡이가 너무 편하고 좋아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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