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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ㅣ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평점 :
존 스칼지.
하인라인의 재래... 놀라움으로 가득한 작가... 가장 좋아하는 sf작가... 등등 그에 대한 너무 많은 극찬들을 봐왔고 그에 따른 반감도 좀 있었다. 인기가 저렇게 많은 걸 보니 미드같은 가벼운 상업sf나 쓰는 작가일 거라고 감히 그의 책을 읽기도 전에 이런 말도 안되는 망언을 뱉은 적도 있다.
편견 때문인지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밀려 책꽂이 구석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몇주 전 책의 앞머리를 읽기 시작했을 때도... "딱 미드네! 미드!" "영화 판권까지 팔렸다더니 그냥그런 상업소설 작가구만!" 이러면서 책갈피를 대충 끼워 다시 책꽂이에 슬쩍 밀쳐 놓기까지 했던...
그리고 두번째로 다시 책을 잡은 어제...
감히 그런 망언을 했던 스스로를 호되게 치고 싶어졌다.
페이지는 순식간에 끝나가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는 좀 울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페이지가 끝나가는게 아쉬워서... 이 작가를 발견해낸 게 너무 기뻐서...
상업적이고 쉬운 문장으로 빠른 전개를 구사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진중함.
그는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내러티브로 아류가 아닌 그만의 세계관을 펼쳐내며, 수많은 sf작가들이 고찰해 온 인간이 아닌 인공의 존재, 안드로이드나 휴머노이드에 대한 참신한 견해를 쏟아낸다.
이 작가의 세계가 너무 좋아서, 그가 바라보는 평등한 세계관, 남자나 여자, 소수자들, 또는 인종의 다름이나, 인간, 또는 인간이 아닌 그 무엇에도 편견없는 사려깊음과, 그 어떤 순간에도 잃지 않는 유머러스함과 인류애, 그 모든것이 숨돌릴 틈 없이 스피디한 전개 속에 녹아들어 있는 그의 세계가 너무나 흥미로워서... 페이지가 끝나갈 때는 정말 좀 울고 싶어졌다.
이 매력적인 작가를 대체 뭐라 표현해야 할까... 이 작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69년생, 젊은 작가도 아닌데 이 장르의 젊은 작가들 뺨 후려치게 세련되고 신선한 감성으로 충만한 이 작가를...
(아무런 정보 없이 읽었다면 아마 그를 젊은 신인작가라 오해했을 것이다.)
그의 다른 작품 들을 주섬주섬 장바구니에 담는다.
발간된 그의 책들을 다 읽어버리면 어쩌지...
그가 앞으로도 오래오래 집필해 주기를... 노인의 전쟁을 뛰어넘는 흥미로우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진중하고 멋진 작품들을 계속해서 써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