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설득 -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세계 정상들의 스피치
카민 갤로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7;3 정도의 비율로(숱한 유명인사들의 반복되는 지루한 성공담7, 실전에 도움될 날카로운 키포인트3) 꾸벅꾸벅 잠오는 지루함 속에 스피치, 혹은 스토리 텔링의 피같은 실전해법이 들어 있다. 7부분은 식상하나 나머지 3 부분이 너무나도 유용하다.

망한 프리젠테이션 자료에 이 책의 기대심리 배반의 법칙으로 단 두줄을 고쳐서 살려냈다.

내 경쟁자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책. 나만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혁명하는 여자들
조안나 러스 외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모처럼 읽은 훌륭한 단편집.

 

르귄의 단편이 실려 있다는 정보 외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 책을 접했다.

뒤늦게야 이 책이 페미니즘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편집된 여러작가들의 선집인 걸 알게 되었다.

정작 기대했던 르귄의 작품 보다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흥미로운 몇몇 작품들이 현재 sf계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여성작가들의 힘을 느끼게 한다.

 

우선 페미니즘 이라는 주제에도 충실하면서 뛰어난 몇 가지 단편을 추려 보자면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단편은 수전 팰위크의 "늑대여자"일 것이다. 

작가가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영문학 교수인 탓인지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한 구성력과, 소설로서 갖춰야할 미덕을 모조리 갖춘 뛰어난 소설이었다. 아마 수록 단편 중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낼 작품이지 않을까.

 

히로미 고토의 "가슴 이야기"는

동양계 작가답게 모유수유와 모성강요에 대한 문제를 딱히 이 장르의 팬이 아니라도 누구나 고개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게 풀어냈다.

 

파멜라 사전트의 "공포"는 여성들의 개체수가 현저히 부족해진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흥미로운 단편이다.

매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 처럼 여성들은 통제되고 다산이 미덕이 되며 불임, 피임은 철저히 금지되는 사회.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숨어 사는 소수 여성들의 삶이 마치 나치 치하의 유태인들의 삶을 연상케 한다. 

 

 

 

단편집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의식에선 조금 떨어져 있는 듯 하지만

개인적 취향으로 마음에 든 단편 중 하나는 마지막 수록작인 엘리자베스 보나뷔르의 "바닷가 집".

도입부만 봤을 땐 흔하디 흔한... 안드로이드에 열광하던 90년대 sf 사조를 어설프게 답습한 평작이려나... 싶었는데.

엔딩까지 보고나니 울컥! 

이 분야의 대가인 필립 k딕이 끊임없이 자문해온 인공적 존재의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전혀 촌스럽지 않게 넌지시 던지는...

그걸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 자연스레 치환시켜 보는 이의 감성을 울컥 하게 만드는 보기드물게 세련된 수작이었다.

게다가 마지막의 반전의 반전은... 거의 리처드 매드슨 급.

 

 

다 읽고 나니 이 분야의 여성작가들이 정말 풍성해 보이지만

책 말미 역자 후기에도 있듯이 오랜 세월 sf란 분야는 여성들에게 특히 배타적인 장르였다.

여성경시 풍조가 심했던 휴고상에 1967년까지 여성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요. 2016년 여성 수상자들이 쏟아져 나오기까지도 그 역사는 평탄하지 못했다. 

여성작가들이 휴고상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자는 운동까지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 일환으로 남성 작가들의 여성들을 비꼬는... 여성을 무지하고 철없는 사고뭉치, 내지는 냉혹하고 융통성 없는 여성들이 권력을 장악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도.

 

여태까지 이 장르를 즐겨 오며 그저 여성 작가들이 이 분야에 취약해서 적은 거겠거니... 생각해 왔던 스스로의 무지 또한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여성들에게 적대적인 sf 소설계에서 존경해 마지않는 르귄 여사와 옥타비아 버틀러 같은 뛰어난 작가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투쟁해 왔나를 생각하니 숙연한 마음까지 드는...

참 좋은 단편집이고 좋은 시간이었다.   

 

 

 

 

 

 

늘 좋은 책들을 내주는 아작에 고맙다.

아작의 책들은 판형 또한 손에 착 감기는 사이즈와 무게감이고.

편집 또한 가독성이 좋고 읽는 내내 피로감이 거의 없어서 좋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17-04-23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나니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아나킨 2017-04-24 06:07   좋아요 0 | URL
읽어 보셔도 후회는 안하실 겁니다.^^
 
엄마를 미워해도 될까요?
다부사 에이코 지음, 윤지영 옮김 / 이마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흠...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책이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국내 만화 "단지"처럼... 깊이 있는 공감 포인트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더라.

 

일기에 가까운 1인칭 시점의 매우매우 개인적인 기록.

딱히 주인공의 엄마만 유별난 사람이고 자식을 학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서로간에 상성이 너무나 맞지 않는

부모자식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

 

 

주인공 에이코의 모친은 인간관계를 할때 남의 입장은 생각지도 않고 자기 본위의 수직적 관계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 부분이 유난히 예민하고 소심한 주인공과 사사건건 부딪치게 되는데.

엄마도 엄마지만, 에이코의 예민함도 범상한 정도는 아니더라.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되는 게 미덕인 일본이라 더 그런 건지.

친구들 눈치를 보느라 발레가 너무 싫은데도 발레학원에 계속 다니겠다고 엉엉 우는 일화나, 

엄마가 자기 친구에게 촌스런 선물을 하거나 사돈댁 호텔방에 큰 화환을 장식했을 때도

선물 받은 당사자는 별 피드백도 없는데 주인공만 지레  상대방이 싫어할까봐 안절부절못하는 건 좀 유난이다 싶었다.

못 본척 넘기지를 못하고 꼭 지적을 하니, 엄마도 분노하고, 트러블이 생기고. 무한루트...

바꿔 생각하면 그런 식으로 선물을 하는 게 엄마란 사람의 즐거움이고 삶의 낙일 수도 있을 텐데. (너무 자기본위라 상대방은 괴로울 지언정.) 성인이 된 뒤에도 그걸 나쁘다고 꼭 지적하는 주인공도 그리 건강한 마인드로 보이진 않더라.

 

 

해결점에 관한 작가의 고민이라던가. 객관적 성찰은 없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하는 정도의 위안은 얻을 수 있겠지.

 

부모와 연을 끊은 뒤에도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노력하거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뭔가를 제시할 줄 알았는데, 

유일한 자기 편인 남편에게 주기적으로 히스테리를 부린다는 후일담은 좀 암울하다.

엄마에게 받은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은 건 명백하지만, 주인공의 병적일 정도의 예민함과 남들 눈치를 보는 성격까지 엄마의 양육방식에 기인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듯.

 

 

 

역시 인간이란 백인백색 다양한 생물이고

부모자식 이라도 인간관계에는 상성이 참 중요하구나...란 생각이 든다.

 

 

 

연을 끊는 문제는

사실 서로에게 지옥이고 안맞는다면, 부모자식간이라도 당연히 끊을 수 있다고 본다.
괴롭고 죽겠어서 살자고 그러는 건데 그게 뭐 어때서.

개인적 견해는 그러한데... 세상은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몸이 거부를 하고 아프기까지 하는 저런 상황에 엄마를 미워할 수도 있지, 미워해도 되느냐는 눈치 보듯한 제목을 붙인 걸 보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부모에겐 무조건 참으라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더 많은 모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은영의 단편집을 보다 조금 울었다.

사람의 감성을 흔드는 사소한 말들. 심장을 지그시 쥐는 것 같은 예리함.

처음엔 그냥... 남의 일기를 읽는 듯 조근조근한 문장이 참 달더라. 솜사탕 같이 단 문장이 허를 찌르듯 씁쓸한 아픔에 대해 말하기 전까지는...

이 사람은 알까? 자신이 가진 게 얼마나 찬란한지를.

단단함도, 노련함도, 치밀함도, 감히 사람의 마음을 움켜 쥐는 감성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건 노력이나 훈련으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범주의 것이다. 

 

모든 단편의 주인공들이 마치 복수우주의 또다른 쇼코와 소유 같다.

의도한 연작인가 싶었는데 작가의 말에 그런 언급은 없는 걸 보니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한가지 주제를 반복해서 파고들고 연마하는 스타일일까?

그런 의미에선 가장 완벽하게 마음에 들었던 신짜오신짜오가 2016년 가장 최근 발표작인 것 마저 고무적으로 보인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 못하는 작가들을 보고 상상력 결여라며 지루해 하던 내가... 관계라는 한가지 주제에 계속 골몰하는 작가의 행보에도 괜스레 대단하다며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그만큼 이 작가를 사랑하게 된 거겠지. 

 

작가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화려한 찬사를 등에 업고 등단했다 소리없이 사라져 버리는 숱한 작가들 처럼 포기하지 말아 주기를...

작가님이 부디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를. 이 고독하고 험난할 여정을... 

 

 

 

 

굳이 별점을 매기자면 별 다섯개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단편집에 무려 22 페이지나 잡아먹는 해설을 사족이라며 붙이는 출판사의 만행에 별 한개를 빼고 싶은 충동이 이글거린다.

어지간히 좀 하지 22페이지라니... 징그럽다.(지리멸렬함에 읽다말고 스킵하긴 했지만)

한국 문단은 신인작가가 등단하면 독자에게 뭘 그렇게 이 작가는 어떻다 저떻다 가르치고 싶어하는지.

그 판단은 좀 독자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두면 안되나?

글자 수대로 고료를 받아서 그러는지. 길게길게도 사족을 붙이는 심사위원 내지는 해설자들을 볼 때마다 진심 명치를 갈기고 싶어진다. 그 쓸모없는 페이지를 빼고 나면 책의 부피도 책값도 줄어들 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 복식 문화사 - 세상 모든 스타일의 기원에 관한 기록
퍼트리샤 리프 애너월트 지음, 한국복식학회 옮김 / 예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일 때문에 필요한 책이 아니었다면 구입하기 망설여졌을 책이긴 하다. 가격도 두께도...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았을 책. 이제껏 많은 복식사 책과 화보를 접해왔지만 단연 탑10 에 그것도 당당히 상위 랭크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