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최은영의 단편집을 보다 조금 울었다.
사람의 감성을 흔드는 사소한 말들. 심장을 지그시 쥐는 것 같은 예리함.
처음엔 그냥... 남의 일기를 읽는 듯 조근조근한 문장이 참 달더라. 솜사탕 같이 단 문장이 허를 찌르듯 씁쓸한 아픔에 대해 말하기 전까지는...
이 사람은 알까? 자신이 가진 게 얼마나 찬란한지를.
단단함도, 노련함도, 치밀함도, 감히 사람의 마음을 움켜 쥐는 감성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건 노력이나 훈련으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범주의 것이다.
모든 단편의 주인공들이 마치 복수우주의 또다른 쇼코와 소유 같다.
의도한 연작인가 싶었는데 작가의 말에 그런 언급은 없는 걸 보니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한가지 주제를 반복해서 파고들고 연마하는 스타일일까?
그런 의미에선 가장 완벽하게 마음에 들었던 신짜오신짜오가 2016년 가장 최근 발표작인 것 마저 고무적으로 보인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 못하는 작가들을 보고 상상력 결여라며 지루해 하던 내가... 관계라는 한가지 주제에 계속 골몰하는 작가의 행보에도 괜스레 대단하다며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그만큼 이 작가를 사랑하게 된 거겠지.
작가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화려한 찬사를 등에 업고 등단했다 소리없이 사라져 버리는 숱한 작가들 처럼 포기하지 말아 주기를...
작가님이 부디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를. 이 고독하고 험난할 여정을...
굳이 별점을 매기자면 별 다섯개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단편집에 무려 22 페이지나 잡아먹는 해설을 사족이라며 붙이는 출판사의 만행에 별 한개를 빼고 싶은 충동이 이글거린다.
어지간히 좀 하지 22페이지라니... 징그럽다.(지리멸렬함에 읽다말고 스킵하긴 했지만)
한국 문단은 신인작가가 등단하면 독자에게 뭘 그렇게 이 작가는 어떻다 저떻다 가르치고 싶어하는지.
그 판단은 좀 독자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두면 안되나?
글자 수대로 고료를 받아서 그러는지. 길게길게도 사족을 붙이는 심사위원 내지는 해설자들을 볼 때마다 진심 명치를 갈기고 싶어진다. 그 쓸모없는 페이지를 빼고 나면 책의 부피도 책값도 줄어들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