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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ㅣ 한빛문고 2
황순원 지음, 강우현 그림 / 다림 / 1999년 4월
평점 :
오랫만에 말간 수채화를 본 듯한 느낌이 진하게 전해져 온다.
책으로도 보고, 드라마로도 본 경험이 많은 이야기이나 참으로 오랫만에 읽어 보니 다시금 마음이 맑아지고 순수해지는 것 같다.
요즘처럼 버겁고 힘든 시절에 마음에 따스해지고 촉촉히 젖어드는 이야기들이다.
역시 황순원!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가보다 시인으로 먼저 등단을 해서인지 그의 소설은 문장이 간결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는 힘을 지녔다.
소나기-한 소년과 소녀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사랑이라고 하면 어른들의 사랑만을 떠올릴텐데 그 둘도 어린이들만의 아름다운 사랑이다.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다름 속의 어울림. 맑은 그들이 눈 앞에 선하다.
닭제-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어린 소년의 아픔과 성장을 잘 그려내고 있다. 어른들의 미신을 믿은 어린이의 새생명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늙은 닭이 뱀으로 변해 새끼 제비를 죽일까 봐 전전긍긍하다 결국은 그 원인을 없애는 방법을 어렵게 택하고 몹시 앓게 되는 소년 이야기
산골아이-한 겨울 시골에서 먹을 것이라곤 도토리 뿐인 소년의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
별-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누나를 통해 대신하는 데 엄마를 미화하고픈 어린 소년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로 갈팡질팡하면서 성장통을 겪는다.
송아지-전쟁을 밑그림으로 썼으나 기실 이야기의 중심 주제는 어린 소년과 어린 송아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아마 어린이들이 동물들을 좋아하고 잘 지내는 것은 그런 아름다운 마음이 통해서이지 싶다.
과거에 읽어 본 이야기도 있고 처음 접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오래 전에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어린 소년 소녀들이 자라면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아름답게 잘 그려내고 있어 좋다. 좋은 글을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