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 21세기 신인류, 플랫폼 노동자들의 ‘별점인생’이야기
유경현.유수진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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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쿠팡 로켓 와우 회원이다. 매달 2,900원만 내면 웬만한 물건은 당일 새벽 늦어도 다음 날 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불과 몇 년도 안돼 생긴 쿠팡의 로켓 배송은 사용자 입장에서 너무도 편리했다. 밤 열시에 물건을 주문해도 다음날이면 배송이 가능하다니, 그 편리함에 취해서 모든 생필품을 쿠팡 로켓배송을 통해 구입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즈음은 쿠팡 주문을 의도적으로 자제하고 있다. 로켓 배송이 그다지 좋은 시스템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하고는 있지만, 이 삼일이 걸려도 상관없다는 맘으로 느긋하게 주문하지만 한국의 택배서비스는 너무도 완벽하고 편리해서 늦어도 이틀안에 전국의 모든 물품을 배송해 준다.

이렇듯 나 같은 사용자 입장에서 플랫폼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플랫폼

노동자들의 실태를 다룬 책 [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 는 현장에서 실제로 근무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양한 업종의 플랫폼 기업들에 종사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 노동자들의 이야기 쿠팡 플렉스, 대리주부, 위시켓, 크몽, 배민라이더스, 와요, 숨고, 카카오 대리기사, 미국 기업인 우버 등등 그들의 이야기는 살아있다.

이 책은 1년 동안 kbs 에서 방송되었던 [ 다큐 인사이드 - 별점인생 ]을 만든 PD와 방송작가가 투합하여 방송 당시 취재했던 출연자들의 뒷이야기를 글로 묶어 책으로 출간해서인지 책에서 다루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현실감이 있고 디테일하다. 특히 1장에서 다루고 있는 쿠팡 플렉스 노동자의 사례는 마치 함께 차를 타고 다니며 배송 과정을 함께 경험한 듯한 생동감을 준다.


'연봉 1억 라이더'는 잠 한숨 못 잔 채 악천후를 뚫고 목숨 걸고 배달만 하는 초인적인 인간이지 현실에서 찾기 힘든 존재다. 빗길을 질주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모든 교통 법규를 어기는 범법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무사히 살아남고 '금콜'의 행운이 믿을 수 없게 많이 이어졌으며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 노동을 다 치러 낸 자가 '보험료와 오토바이 감가상각을 하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신기루 일뿐이다

별 다섯개 부탁드려요 중에서


라이더들을 두고 심심찮게 나오는 연봉 1억의 계산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지, 기가 막힌 대목이다. 오토바이가 망가져도 사고가 나도 스스로 모든 걸 다 감당해야 하는 노동자들, 개인 사업자로 등록되어서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결국 노동시간은 무한정 늘어나고 결국 플랫폼 기업에 의해 착취당하는 구조로 보인다. 물론 고출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메이크업 강사로 거듭난 사레는 긍정적이지만 그도 결국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5분 대기조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건 안타깝다. 얼마 전 별점 테러로 자살한 자영업자의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플랫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별점을 사수해야 하는 이들의 현실, 별점을 받기 위해 철저히 을이 되어야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며 매정한 AI의 알고리즘에 의해 부려지는 현대판 신 노예제가 연상되는 건 나 만의 생각일까?

생생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 [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는 누구나 읽고 공감해 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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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넘어 보편적 기본서비스로!
안나 쿠트.앤드루 퍼시 지음, 김은경 옮김 / 클라우드나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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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는 대통령 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경선 과정으로 연일 분주하다. 정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유력 후보군들의 공약은 관심있게 지켜보는 편인데, 공약 중 기본 소득의 필요성에 대한 거론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걸 보며 이제 우리 사회도 기본 소득을 본격적으로 논할 때가 됐다는 필요성을 인지하게 된다. 사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온 나라가 발이 묶였던 2020년 정부는 전 국민을 기준으로 재난 지원금을 지급했고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예산 논의중이다. 그런 와중에 짚어든 이 책 [ 기본 소득을 넘어 보편적 기본 서비스로 ]는 왜 기본 소득에서 기본 서비스로 변화되어 나가야 하는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막연하지만 기본 소득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기본 소득 또한 보완과 논의를 통한 수정과 합의점을 찾아가야 하는 정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공저자인 안나 쿠트와 앤드루 퍼시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이끌어가는 신경제 재단 소속 경제 연구원들이다. 기존 방식 = 소비 사회를 이끌었던 신 자유주의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미래의 혁신된 대안 경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기본 서비스를 풀이하면, 공익에 이바지하며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서비스의 일환이며 지불 능력과 상관없이 받거나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보편적 서비스에는 의료, 교육을 포함 돌봄, 주거, 교통, 디지털 정보 가 해당된다. 그러면서 3장에서는 보편적 기본 서비스의 장점을 다루며 ' 평등, 효율성, 연대, 지속가능성 ' 을 주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본 소득보다 기본 서비스의 강점이 부각되는 지점이라 인상깊었던 대목이다


현금 배분은 공동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집단 책임의 이행과는 관련이 없다. 개인에게 각자 필요로 하는 것을 살수 있도록 돈을 주는 것이다. 중략 좀 더 진보적인 지지자들은 대체로 현금 지급이 공공서비스라는 강력한 체제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기본소득을 넘어 보편적 기본서비스로 중에서


사실 현금을 주는 정책은 자율 시장에서 소비를 부추기고 재원 확보를 하는 과정에서 투명하지 않을 수 있으며 지속적인 정책으로 자리잡기가 힘들어 자칫하면 포플리즘으로 역이용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앞으로의 사회적 경제체제로 대안을 확장해 나감에 있어 정부는 기본 소득에서 멈출것이 아닌 기본 서비스를 부가적으로 삼아 실용적이며 꼼꼼하게 정책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차별없이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지속적인 서비스 말이다. 그러한 정책을 만들어가기 위해선 우리의 관심이 중요하다. 그런 정부를 만들어 가는 건 결국 우리가 행사할 한 표일 테니까.

이 책 [ 기본 소득을 넘어 보편적 기본서비스로 ] 는 대선을 앞 둔 시점에서 대선 후보들의 복지 정책을 꼼꼼히 살펴 보기위한 가이드 라인으로 삼기에 좋은 책이다. 짧은 분량이지만 기본 소득과 기본 서비스의 차이점과 필요성에 대한 이론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이해하기도 쉽다. 바이러스와 환경 변화,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두고 어쩌면 꼭 논의되어야 하는 복지정책인 만큼 한번 쯤은 꼭 필독해봄직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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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이주, 생존 -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인류는 끊임없이 이동한다
소니아 샤 지음, 성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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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이주하기 위한 온두라스 이민자들의 목숨을 건 탈출에 대한 기사를 인상깊에 읽은 기억이 난다. 같은 자국민들이면서도 이민자들에게 행해지는 ' 강도, 납치, 강간, 살인'등과 같은 위험은 일상이며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목숨을 건 탈출을 하는 남미인들이라니...그 곳에서 벌어지는 삶의 행위란 어떤 것일까? 이 책 [ 인류, 이주, 생존 ]은 그런 의미에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이다.

이 책 [ 인류 이주 생존 ] 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한 마디로 정의내린다면 '인간은 살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한다' 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이며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고 이동해 온 생명체다. 하지만 근대에 고대 인류가 생존을 위해 무리지어 이동을 해 왔다는 걸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는 고정된 사고방식과 오류에 대한 이야기들은 책을 읽으며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이민자들이 이주하지 못하도록 과학자와 정치인들의 결탁을 통해 만들어낸 반 이주 자료들과 유언비어를 통한 끊임없는 조작행위들의 사례들을 디데일하게 소개한다. 더불어 이민자를 대하는 정치적 자세 ( 이민이 사회적 재앙을 불러올 수 도 있다는 ) 는 현대에 들어 점점 고착화되어가고 이주를 위험한 행위로 규정짓기 위한 트럼프와 일당들의 사고 방식에 대한 고발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 갖게 해 준다.

장마다 조금씩 다른 담론들을 다루고 있어 이 책은 생각할 거리도 읽을 거리도 풍부하다. 이주에 대한 주제에 걸맞게 인종에 대한 편견과 유럽인들이 원주민들을 다뤘던 역사에 대한 각종 일화들은 흥미를 더한다. 또한 아프리카나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과 우생학이 유행하던 20세기 초반 혼혈 인종의 취약점을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연구 과정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 책을 쓴 소니아 샤는 과학저널리스트이며 저술가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의대를 다니던 재원이었고 이민법이 개정되던 1965년 이주를 통해 미국에 정착한 덕분에 저자는 미국에서 저술활동을 하는 작가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삶에서도 이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생존 방식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이주를 통한 밀집에 대한 대안으로 협력을 제안한다. 효율적인 농업 기술의 도입을 통해 생산량을 6배로 늘린 멕시코의 예시를 통해서다.


개체가 함께 모여 있을 때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협력이 빚어지고 이는 개체의 생존과 번영에 이익이 된다.

인류, 이주, 생존 중에서


소위 엘리효과로 불리우는 연구의 결과다. 앞으로의 미래 사회는 기후와 환경변화그로 인한 각종 전염병 등으로 점차 살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많은 미래학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지금의 코로나도 이런 일련의 상황을 반영하는 사태라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각 나라마다 국경을 걸어닫고 자국만의 이익을 고수하는 것은 인류의 생존과 역행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인류 만이 아닌 모든 동식물 또한 생존을 위해 행해 온 본능적인 이주의 역사,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인류의 공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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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의 주인공 - 굿의 마지막 거리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들
황루시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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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이란 굿의 마지막에 치뤄지는 굿을 뜻한다. '굿의 마지막 거리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 [ 뒷전의 주인공 ] 에서는 굿과 굿의 말미를 장식하는 뒷 거리의 여러 인물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평소 굿이나 무속 신앙, 무당등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 데 굿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나 경험이 없는 점은 개인적으로 무척 아쉽다. 굿이나 무당하면 웬지 터부시하게 되거나 두렵게만 생각했던 기존의 관념과는 다르게 굿은 우리의 민속 문화이며 과거 우리 조상네의 삶으로부터 내려오는 생활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더군다나 한국식의 굿이나 무속신앙을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쓴 황 루시교수는 무당굿놀이를 연구하는 민속학자이자 교수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 무속문화를 연구하는 분이다. 저자가 오랜세월 굿판을 따라다니며 경험하고 연구한 내용을 학문적으로 체계화 해선지 이 책은 뒷전의 풍부한 이야기를 텍스트로라도 실감나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례의 마지막은 어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무당은 온갖 남은 음식을 섞어서 만든 짭밥을 어른들에게 대접한다. 원래 이 짬밥은 잡귀용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는 술을 거른다면서 입으로 막걸리를 걸러 뱉은 후에 어른들에게 마시라고 한다. 술을 휘저은 젓가락은 사타구니에 문질러 닦는다. 어른들은 웃기만 할 뿐 차마 마시지 못하고 결국은 짬밥에 슬그머니 붓는다

뒷전의 주인공 중에서


뒷전의 주인공은 온전히 저승으로 떠나지 못한 사연있는 잡귀잡신들이다. 이들을 우리는 흔히 귀신, 잡귀, 수비, 영산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실제 느낄 수는 없지만 엄면히 존재한다는 가정아래 굿판이 벌어지면 귀신밥을 얻어 먹기 위해 찾아온 이들에게 영험한 무당은 굿 말미에 그들마저 잘 대접하고 한풀이를 해서 저승으로 보내준다. 이 책의 3장부터 다루고 있는 '뒷전의 인물들'에 나오는 객귀들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어쩌면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이자 이 땅을 살아 온 민초들의 이야기이며 결국 사회적 약자들의 사연으로 한층 더 친근하면서도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그런 고된 삶을 살다가 죽어서도 저승으로 가지 못한 원한 서린 혼들이 굿판에서나마 위로받고 자신의 한을 풀어내는 과정에는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과 온정이 있다.

저자는 '이런 존재들마저 정성스레 기억해 주는 것이 굿'이라고 말하며 굿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신, 삶과 죽음이 화해하는 자리'라고 쓰고 있다. 결국 살아 있는 사람과의 화해를 넘어 죽음과의 화해를 하도록 만들어 주는 살풀이 장이 굿 마당인 셈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무속의 진정한 의미는 실패하고 소외된 삶을 살았던 존재에 대한 관심이며 이는 살아서 끝나는 것이 아닌 죽고나서도 그들의 남은 한을 풀어주고 저승으로 돌려 보내주는 장엄한 죽음 서비스를 하는 종교라는 점은 인상깊다. 우리가 현실에서 복 받고 잘 살기위해 갖는 기복 신앙의 수준을 뛰어넘는 죽음의 종교가 무속이라면 무속 신앙을 미신이라고 터부시할 것만이 아닌 무속의 깊이를 충분히 헤아려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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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차승민 지음 / 아몬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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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다양하고 독특한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 그 중 믿고 선호하는 책들이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과 에피소드를 녹여 글을 쓰는 닥터들의 에세이다. 의사들의 글은 어느 과에서 근무하는가에 따라 이야기 색깔이 달라지는 데 한 동안 응급 의학과 전문의로 유명한 이 국종 교수나 프로 작가 뺨치게 글을 잘 쓰는 남 궁인 작가의 글을 인상깊게 읽었다. 근간에는 종양 내과 의사 작가가 쓴 [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를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책 [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또한 닥터가 쓴 책이다. 이 책을 쓴 작가 차승민은 정신질환을 앓으며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들이 교도소 대신 가는 국립 법무 병원이자 치료 감호소에서 일하는 정신과 전문의다. 우리나라 국립 법무 병원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이자 환자들이 입원하여 치료 받는 곳이다. 아쉬운 점은 이곳이 의사 일인 당 맡고 있는 환자 수가 160명에 달하는 열약한 환경이며 이 곳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월급은 일반 병원의 절반 수준이어서 말 그대로 사명감 없이는 일하기 어려운 국가 기관이다. 차승민 작가는 말한다


나는 평범한 의사다. 엄청난 사명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더 선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렇기 때문에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에서 '버틴'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을 구원해야겠다는 거창한 마음이라기보다는, 그냥 정신과 치료를 제대로 받아야 할 환자고 대하기 때문이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중에서


이 책은 작가가 이 곳 국립 법무 병원에서 무섭지만 애처롭기도 한 자신들의 환자를 만나서 그들을 치료하고 버티어 낸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환자이자 범죄자의 유형은 다양하다. 작가는 정신과 병력의 동기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 가정폭력, 성범죄, 조현병, 사이코패스, 조울증, 치매 등의 병력을 구분하고 각각의 병에 대한 이론을 간단히 언급 하고 그 병에 해당하는 환자들의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가 소개하는 사례들에는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건을 일으켰던 피의자의 숨겨진 이야기도 들어있다. 가정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에서 자라나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 분조 조절 장애등의 병증을 가지고 있던 'pc 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 성수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작가는 유명한 사건의 범죄자라고 감싸지도 상처를 주지도 않으려는 객관적인 시선에서 글을 쓰려고 최선을 다 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김 성수의 가정 배경을 안다고 해서 그가 용서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사례를 통해 가정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작가는 잔악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임에도 국가에서 그들을 책임지고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재범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 [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은 제목처럼 다루고 있는 내용들도 무겁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 한 켠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외면하고 도외시 하는 것이 오히려 그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질환에 대한 바른 이해와 관심 그로 인한 적절한 치료야 말로 범죄율을 줄이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해법이 아닐까 싶다. 더 많은 의사들이 작가와 같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의사들에 대한 지원과 처우 개선이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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