킵 샤프 - 늙지 않는 뇌
산제이 굽타 지음, 한정훈 옮김, 석승한 감수 / 니들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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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뜬금없이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너무나도 익숙했던 단어나 이름이 까마득해 지고 떠올리려 애를 써도 기억이 나지 않을 때는 정말 난감하다. 이러한 현상을 모두 나이탓으로 돌려보지만 밀려드는 상실감을 지울 수는 없다. 치매 걱정 없이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 [ 킵 샤프 늙지 않는 뇌 ] 뇌 건강을 유지하고 싶은 나와 같은 독자가 읽기에 안성맞춤인 책이다. 대학 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이며 백악관 공무원, 언론 기관의 저널리스트 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책까지 집필하고 있는 저자는 늙어서도 치매를 피하고 충분히 뇌 건강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의 수가 줄어든다는 통념과 더불어 나이 들면 잘 잊어버린다는 점, 노년기에 치매는 피할 수 없다는 생각, 노인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다는 상식등 을 꼼꼼히 반박하며 그것은 '개인의 건강'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2018년 컬럼비아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건강한 노인이 젊은 사람만큼 많은 양의 새로운 뇌세포를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의 전구 세포에서 새로운 신경 세포를 만드는 능력이 나이와만 관련된 게 아님을 발견했다

킵 샤프 늙지 않는 뇌 중에서


저자는 1부의 뇌에 대한 구체적 설명에 이어 2부에서부터는 두뇌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운동에 대한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는 데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사는 내게는 자극이 되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매 시간 2분이라도 가볍게 걸으라고 조언하며 운동은 언제 시작해도 무방하고 자신 또한 인생 후반기에 들어서 뇌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쓰고 있다. 운동이 뇌 건강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해야 할 방법론이라면 그와 더불어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며 몰입 속에 존재하라는 조언이다. 사실 한국의 사회현상에서 비춰보는 세대별 특징은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은퇴 후 삶이 긍정적인 노인은 그다지 많지 않은 점이다. 특히 노후를 소유한 재산을 척도로 가늠하고 남은 생을 연명하듯 살아가는 부모님 세대들이 우리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가? 저자는 '목적 의식이 높은 노인들이 건강한 악력과 빠른 보행 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원봉사를 하거나 학생을 가르치는 등 생계를 위한 직업이 아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몰입하라고 강조한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매우 매력적인 제시다. 하지만 과연 나도 그런 노인으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지에 대해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운동을 통한 신체 건강을 유지해야 사회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소개되는 수면과 휴식 특히 숙면의 중요성은 간과하기 어렵다. 저자는 숙면을 할 수 있는 10가지 비법 ( 방법이 아니라 비법이다 ) 를 소개한다. 나이들어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 또한 다시한번 인지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햐 한다는 말처럼 뇌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특히 3부에서 다루고 있는 치매를 진단받은 후 해야 할 일과 이겨내는 방법에 대한 부분은 경각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뇌에 대한 매커니즘부터 뇌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뇌 건강을 잃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조언까지 뇌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뇌 건강을 위해서라면 한번 읽고 말것이 아니라 수시로 꺼내 보는 것도 이 책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활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 킵 샤프 늙지 않는 뇌 ]는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실용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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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가 - 모두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씽킹
진 리드카.랜디 살츠만.데이지 아제르 지음, 유엑스리뷰 리서치랩 옮김 / 유엑스리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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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장을 펴서 읽다가 깨달았다. 이 책에 대한 오해가 단단히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 ( design )은 내가 생각한 그 디자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의 디자인 이란 '명사로서 의상, 공업 제품, 건축 따위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 이라고 분명히 표기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좀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이 책은 '디자인 씽킹'을 통한 혁신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디자인 혁신이란 일반 대중부터 대형 조직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구성원이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흔히 아는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라면, 디자인 씽킹의 아래의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혁신을 위한 도구가 바로 디자인 씽킹이다. 중략

문제에 얽힌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물고 그들로부터 해결책에 관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데 중점을 두므로 어느 분야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는 저자의 이력을 보더라도 이 책은 혁신을 통한 경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디자인 씽킹이라는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그로 인해 변화를 야기해 나가려는 목적과 이미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 씽킹을 통한 변화 사례를 소개하는 책이다. 서문에서 밝힌대로 한국의 경우 제품 개발 과정에서만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일반 독자가 인식하기에는 요원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기업이나 공공기업등을 포함 관료사회에서 반복되는 오류들 - 책에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제프리와 조지의 유형에서 보다시피 이미 조지의 구태의연한 고정형 사고방식 - 대규모 혁신을 천천히 진행시키고, 분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소수의 아이디어만 도출하며 이해관계자의 데이터만 이해하는 - 우리 주변의 진부하고 흔한 이해 관계자들과 공공기관의 관료들, 리더들의 사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또한 과거의 지식 독점적이며 업무를 해 나가는 주체가 간부에 초점을 맞추었던 방식에서 다양한 실무자군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면에도 주목한다.

저자는 성장형 사고방식의 제프리와 고정형 사고방식의 조지가 협력하여 ' 무엇이 보이는가?'무엇이 떠오르는가?''무엇이 끌리는가?''무엇이 통하는가?'로 사고하여 그 답을 도출해 내야 하며 그에 답을 도출하기 위해 적합한 프로그램이 디자인 씽킹 접근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1부는 디자인 씽킹의 개념 설명에 필요한 부분들을 할애한다 하지만 2부에서부터 소개하고 있는 디자인 씽킹이론과 적용방식에 대한 절자적 방법에 의한 구체적 설명과 사례들은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일반 독자가 읽고 이해하고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물론 서론에서 소개하고 있듯이 디자인 씽킹 방식은 개인적인 혁신에도 적용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이론의 복잡성과 분량의 방대함이 만만치 않다. 단적으로 말하면 경영학 학부의 전공 교과서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그런면에서 이 책은 대중서로 접근하기보다는 실질적 실용서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혁신을 위한 방법론을 선택함에 있어 디자인 씽킹 프로그램을 염두해 두는 것도 선택지로서는 좋은 판단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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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화가 - 한국 문단과 화단, 그 뜨거운 이야기
윤범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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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국사 중 근현대사 파트를 좋아한다. 근현대사는 뭐랄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그림자처럼 혹은 무의식처럼 살아서 영향을 준다. 어쩌면 어느 한 세월, 그 어디 한 귀퉁이에서 살았던 기억을 해마 깊이 간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한국사에 있어 격동기에 해당하는 시대, 그런 시대 가운뎃 길을 자신만의 색깔로 뚜벅뚜벅 걸어온 존재들이 있다. 독특한 영감으로 스스로를 가득 체운 체 .

[ 시인과 화가 ] 라고 불리우는 특별한 사람들, 그들은 마치 다른 별에서 온 존재들처럼 독보적으로 빛난다. 그들의 아우라는 너무나도 눈부셔 나 같은 범인은 감히 다가가기조차 어렵다. 신조차 그들의 빛나는 재능에 질투가 나서 세상에 더 두지 못하고 일찌감치 떠매어 갔는가?. 유독 요절한 천재 시인과 화가들은 많은 이유를 나름 상상해 본다. 그들이 살았던 당시의 세상이 어수선한 탓도 있겠지만, 자신의 기예를 감당하지 못하고 육체라는 껍질조차 버거워 훌훌 벗어던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윤범모의 책 [ 시인과 화가 ]는 그렇게 근현대사라는 역동의 시기를 치열하게 살아낸 시인과 화가들의 조합이 어우러진 열 일곱개의 에피소드를 챕터마다 소개하고 있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우리에게 익히 익숙한 인물들, 나혜석, 이상, 백석, 정지용, 윤동주, 박수근, 이중섭, 오영수가 있다면 그에 반해 잘 몰랐던 나혜석의 연인 최승구, 김복진, 김환기, 이원수와 김종영 그리고 민중화가 오윤과 김지하 까지 1930년 부터 1980년 한국을 주름잡았던 그들의 인생과 예술, 함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인 윤범모는 동국대 미술 사학 교수이며 현재는 국립 현대 미술관 관장을 역임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말한다


시는 곧 그림이요. 그림은 곧 시이다. 중략 시화를 따로 떼어 놓고 어떻게 풍류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진정한 의미의 선비는 시서화를 잘하는 삼절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시인과 화가 중에서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시인가 화가들의 풍류에 대한 이야기이며, 풍류를 즐기며 한바탕 놀다가 소풍 끝내고 돌아간 이들의 이야기다. 물론 지금까지 생존하여 활동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작품만 남겨두고 떠나간 분들이 더 많다. 하지만 생사를 떠나 서로 서로 연결된 이들은 죽었어도 산 사람의 기억속에 고스란히 남아 회생하며 남겨진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무엇이 먹고 싶어? "

이에 이상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대답한다

" 셈비끼야 의 멜론 "

변동림은 멜론을 사 와서 깎아 주었지만 이상은 받아넘기지 못했다

시인과 화가 중에서


멜론을 깎아 접시에 담다가 이상을 떠올렸다. 이상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먹고 싶었던 음식이라고 하니 흔한 멜론이 새롭게 보인다. 언제였던가 이상의 오감도를 읽으며 그의 정신세계가 무척 궁금했는 데 그도 삶과 죽음앞에 무기력한 한 사람이었나 보다.

이 책에서 다룬 시인과 화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는 40세에 요절한 판화가 오윤이다. 갯마을을 썼던 작가 오영수의 아들이며 80년대 민중미술가로 알려진 그의 작품은 작품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았다. 오윤의 누나 오 숙희의 소개로 만난 김지하의 인연을 다룬 일화도 흥미롭다. 저자의 바램대로 울산에 있는 오 영수 문학관 옆에 오윤 미술관도 함께 추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 시인과 화가 ]는 저자가 실제로 몸 담고 있는 미술계의 인맥과 경험을 압축해서 쓴 책이라 그런지 에피소드들이 살아있다. 또한 먼저 떠나간 그들에 대한 회고와 그리움이 문장마다 문득 문득 엿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이 책 [ 시인과 화가 ]는 자뭇 감동적이고 재미도 있어 독서하는 쾌감을 오랫만에 느꼈던 인문학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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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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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국가 폴란드 판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는 카피 덕분에 읽게 된 소설이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개인적으로 최애 소장 영화 리스트 상위를 차지하는 영화다. 콜마비는 주 인공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 뿐만 아니라 80년대 이탈리아의 여름 풍광과 햇살을 고스란히 담아낸 화면과 정서 덕분 때문에 더더욱 눈길이 가곤한다. 퀴어 영화와 퀴어 소설이라는 연장선에서 기대감으로 집어든 소설 '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는 콜마비의 스토리와 분위기에 버금가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 역시 80년대 초반 폴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식료품 및 생필품 부족으로 시위가 일어나자 1981년 12월 13일 게엄령이 선포된다. 소설은 게임령이 선포되기 일년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농촌 활동을 간 주인공 루드비크는 그 곳에서 야누시에게 한 눈에 반한다. 하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루드비크는 야누시에게 가까이 가지 않지만 두 사람은 산책길에 우연히 만나게 되고 [ 조반니의 방] 이라는 소설을 통해 서로의 정체성을 알게 되며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졸업 후 서적 검열을 하는 기관에 취업한 야누시와는 다르게 어릴 적부터 가족안에서 체제에 불응하는 의식을 가졌던 루드비크는 체제 순응적이며 출세 지향적인 야누시와 갈등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루드비크는 폴란드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소설을 쓴 작가 토마시 에드로프스키 또한 소설 속 주인공인 루드비크와 같은 성 저체성을 가진 작가이며 폴란드계 부모님에게 태어나 독일에 살고 있다고 한다. 작가의 첫 번째 장편 소설답게 자신의 자전적 요소도 가미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소설의 독특함은 소설적 배경을 소련이 무력으로 개입하던 폴란드의 80년대 모습을 묘사하며 사회주의 국가의 모순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의 폴란드는 식료품과 생필품 부족 등 사회적 인프라가 전무하고 먹거리조차 국민 전체에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고 국민들은 수시로 배급을 위해 줄을 서지만 식재료는 변변치 않다. 또한 사지가 절단될 정도의 중한 병이 아니고서는 이용할 수 없는 의료혜택 등을 통해 당시의 공산주의 체제의 모순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그런 모순된 전체주의 국가에서 동성애라는 성 정체성을 가진 주인공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와 내면묘사는 탁월하다.

결국 미국으로 건너간 주인공은 고국 폴란드를 그리워하지만 게엄령이 선포되고 노동자들의 탄압소식을 들으면서도 음식을 사기위해 미국의 도시를 걸으며 소설은 끝이난다. 밤 거리를 걷는 루드비크를 상상하며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콜마비를 버금가는 영화가 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묘사로 살아난 폴란드의 자연 풍광과 호수, 두 사람이 허니문을 즐기던 숲의 이미지는 텍스트로 접해도 생생하다. 영화처럼 재밌는 소설 [ 어둠속에서 헤엄치기 ]는 모처럼 흥미롭고 재미있는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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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대답들 - 10가지 주제로 본 철학사
케빈 페리 지음, 이원석 옮김, 사이먼 크리츨리 서문 / 북캠퍼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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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접근하기 어렵지만 어려운 만큼 미묘한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키는 분야다. 철학과 관련된 책은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그건 어쩌면 철학적 식견이 짧은 나의 소양 탓이겠지만 또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항상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학문이며 그것이 철학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이 책은 삶과 죽음, 인간, 지식, 언어, 예술, 시간, 자유의지, 사랑, 신 등 총 10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시대를 막론하여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초월한 80여명의 철학가들을 매 챕터 마다 등장시켜 담론을 이어간다. 열 가지의 주제의 범주안에 다양한 철학 이론으로 변주되는 철학가들의 논리를 매 장마다 핵심적으로 정리해 실은 부분들은 놀랍다. 그 많은 철학가들의 이론을 섭렵하여 주제별로 정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깊은 철학적 이해가 필요한 것일까? 이 책을 쓴 케빈 페리는 미국 리버사이드 시티 칼리지 인문학 교수다. 사실 한 사람의 철학가의 이론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철학가의 계보를 따라가는 것도 때론 벅찰 때가 있다. 다행히 이 책은 저자가 철학가마다 핵심적인 이론을 잘 녹여 쓰고 있어 읽고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매 챕터마다 등장하는 시대별 계보는 색인사전 처럼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싶은 이론도 짤막하게 핵심만 언급하고 있어 맛보기처럼 느껴지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철학자 그들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철학자의 역할이란 그 어떤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철학의 대답들 중에서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어떤 사상가도 삶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당연시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그럼으로 철학가야 말로 시대를 앞서간 혁명가이며 철학이란 곧 시대정신의 반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니체가 말한대로 ' 엄격하게 고정되고 억압적인 도덕규범' 에 호소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만드는 창조적 사상으로 촉발되는 사고 역시 철학의 본질을 나타내는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대의 철학가, 소크라테스, 플라톤, 니체나 데카르트, 샤르트르를 접할 수 있지만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철학가들의 핵심적 이론을 접해보기에 좋다. 매 장마다 실어놓은 80여명의 철학가들의 프로필과 캐리커쳐는 흥미로웠다

돈에 얽매이지 않아 유산으로 몇몇 가난한 예술가들을 후원했고 결국에 가서는 대부분의 돈을 형제자매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형제 셋이 우울증으로 자살했는데 가족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철학의 대답들 중에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설명이다. 비트겐슈타인의 [ 논리철학 논고]를 이해할 순 없지만 그에게 우울증 가족력이 있었다는 걸 기억한다는 것만 해도 내겐 큰 수확이었으며 역시 개인적으로 죽음 파트에 대한 철학가들의 남다른 고찰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 철학의 대답들 ] 은 삶을 관통한 주제의 통합이며 인류의 철학사를 개괄적으로 볼수 있는 책으로 철학으로 접근하기에 좋은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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