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국사 중 근현대사 파트를 좋아한다. 근현대사는 뭐랄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그림자처럼 혹은 무의식처럼 살아서 영향을 준다. 어쩌면 어느 한 세월, 그 어디 한 귀퉁이에서 살았던 기억을 해마 깊이 간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한국사에 있어 격동기에 해당하는 시대, 그런 시대 가운뎃 길을 자신만의 색깔로 뚜벅뚜벅 걸어온 존재들이 있다. 독특한 영감으로 스스로를 가득 체운 체 .
[ 시인과 화가 ] 라고 불리우는 특별한 사람들, 그들은 마치 다른 별에서 온 존재들처럼 독보적으로 빛난다. 그들의 아우라는 너무나도 눈부셔 나 같은 범인은 감히 다가가기조차 어렵다. 신조차 그들의 빛나는 재능에 질투가 나서 세상에 더 두지 못하고 일찌감치 떠매어 갔는가?. 유독 요절한 천재 시인과 화가들은 많은 이유를 나름 상상해 본다. 그들이 살았던 당시의 세상이 어수선한 탓도 있겠지만, 자신의 기예를 감당하지 못하고 육체라는 껍질조차 버거워 훌훌 벗어던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윤범모의 책 [ 시인과 화가 ]는 그렇게 근현대사라는 역동의 시기를 치열하게 살아낸 시인과 화가들의 조합이 어우러진 열 일곱개의 에피소드를 챕터마다 소개하고 있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우리에게 익히 익숙한 인물들, 나혜석, 이상, 백석, 정지용, 윤동주, 박수근, 이중섭, 오영수가 있다면 그에 반해 잘 몰랐던 나혜석의 연인 최승구, 김복진, 김환기, 이원수와 김종영 그리고 민중화가 오윤과 김지하 까지 1930년 부터 1980년 한국을 주름잡았던 그들의 인생과 예술, 함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인 윤범모는 동국대 미술 사학 교수이며 현재는 국립 현대 미술관 관장을 역임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