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전의 주인공은 온전히 저승으로 떠나지 못한 사연있는 잡귀잡신들이다. 이들을 우리는 흔히 귀신, 잡귀, 수비, 영산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실제 느낄 수는 없지만 엄면히 존재한다는 가정아래 굿판이 벌어지면 귀신밥을 얻어 먹기 위해 찾아온 이들에게 영험한 무당은 굿 말미에 그들마저 잘 대접하고 한풀이를 해서 저승으로 보내준다. 이 책의 3장부터 다루고 있는 '뒷전의 인물들'에 나오는 객귀들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어쩌면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이자 이 땅을 살아 온 민초들의 이야기이며 결국 사회적 약자들의 사연으로 한층 더 친근하면서도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그런 고된 삶을 살다가 죽어서도 저승으로 가지 못한 원한 서린 혼들이 굿판에서나마 위로받고 자신의 한을 풀어내는 과정에는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과 온정이 있다.
저자는 '이런 존재들마저 정성스레 기억해 주는 것이 굿'이라고 말하며 굿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신, 삶과 죽음이 화해하는 자리'라고 쓰고 있다. 결국 살아 있는 사람과의 화해를 넘어 죽음과의 화해를 하도록 만들어 주는 살풀이 장이 굿 마당인 셈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무속의 진정한 의미는 실패하고 소외된 삶을 살았던 존재에 대한 관심이며 이는 살아서 끝나는 것이 아닌 죽고나서도 그들의 남은 한을 풀어주고 저승으로 돌려 보내주는 장엄한 죽음 서비스를 하는 종교라는 점은 인상깊다. 우리가 현실에서 복 받고 잘 살기위해 갖는 기복 신앙의 수준을 뛰어넘는 죽음의 종교가 무속이라면 무속 신앙을 미신이라고 터부시할 것만이 아닌 무속의 깊이를 충분히 헤아려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