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전의 주인공 - 굿의 마지막 거리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들
황루시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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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이란 굿의 마지막에 치뤄지는 굿을 뜻한다. '굿의 마지막 거리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 [ 뒷전의 주인공 ] 에서는 굿과 굿의 말미를 장식하는 뒷 거리의 여러 인물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평소 굿이나 무속 신앙, 무당등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 데 굿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나 경험이 없는 점은 개인적으로 무척 아쉽다. 굿이나 무당하면 웬지 터부시하게 되거나 두렵게만 생각했던 기존의 관념과는 다르게 굿은 우리의 민속 문화이며 과거 우리 조상네의 삶으로부터 내려오는 생활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더군다나 한국식의 굿이나 무속신앙을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쓴 황 루시교수는 무당굿놀이를 연구하는 민속학자이자 교수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 무속문화를 연구하는 분이다. 저자가 오랜세월 굿판을 따라다니며 경험하고 연구한 내용을 학문적으로 체계화 해선지 이 책은 뒷전의 풍부한 이야기를 텍스트로라도 실감나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례의 마지막은 어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무당은 온갖 남은 음식을 섞어서 만든 짭밥을 어른들에게 대접한다. 원래 이 짬밥은 잡귀용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는 술을 거른다면서 입으로 막걸리를 걸러 뱉은 후에 어른들에게 마시라고 한다. 술을 휘저은 젓가락은 사타구니에 문질러 닦는다. 어른들은 웃기만 할 뿐 차마 마시지 못하고 결국은 짬밥에 슬그머니 붓는다

뒷전의 주인공 중에서


뒷전의 주인공은 온전히 저승으로 떠나지 못한 사연있는 잡귀잡신들이다. 이들을 우리는 흔히 귀신, 잡귀, 수비, 영산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실제 느낄 수는 없지만 엄면히 존재한다는 가정아래 굿판이 벌어지면 귀신밥을 얻어 먹기 위해 찾아온 이들에게 영험한 무당은 굿 말미에 그들마저 잘 대접하고 한풀이를 해서 저승으로 보내준다. 이 책의 3장부터 다루고 있는 '뒷전의 인물들'에 나오는 객귀들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어쩌면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이자 이 땅을 살아 온 민초들의 이야기이며 결국 사회적 약자들의 사연으로 한층 더 친근하면서도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그런 고된 삶을 살다가 죽어서도 저승으로 가지 못한 원한 서린 혼들이 굿판에서나마 위로받고 자신의 한을 풀어내는 과정에는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과 온정이 있다.

저자는 '이런 존재들마저 정성스레 기억해 주는 것이 굿'이라고 말하며 굿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신, 삶과 죽음이 화해하는 자리'라고 쓰고 있다. 결국 살아 있는 사람과의 화해를 넘어 죽음과의 화해를 하도록 만들어 주는 살풀이 장이 굿 마당인 셈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무속의 진정한 의미는 실패하고 소외된 삶을 살았던 존재에 대한 관심이며 이는 살아서 끝나는 것이 아닌 죽고나서도 그들의 남은 한을 풀어주고 저승으로 돌려 보내주는 장엄한 죽음 서비스를 하는 종교라는 점은 인상깊다. 우리가 현실에서 복 받고 잘 살기위해 갖는 기복 신앙의 수준을 뛰어넘는 죽음의 종교가 무속이라면 무속 신앙을 미신이라고 터부시할 것만이 아닌 무속의 깊이를 충분히 헤아려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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