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차승민 지음 / 아몬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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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다양하고 독특한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 그 중 믿고 선호하는 책들이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과 에피소드를 녹여 글을 쓰는 닥터들의 에세이다. 의사들의 글은 어느 과에서 근무하는가에 따라 이야기 색깔이 달라지는 데 한 동안 응급 의학과 전문의로 유명한 이 국종 교수나 프로 작가 뺨치게 글을 잘 쓰는 남 궁인 작가의 글을 인상깊게 읽었다. 근간에는 종양 내과 의사 작가가 쓴 [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를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책 [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또한 닥터가 쓴 책이다. 이 책을 쓴 작가 차승민은 정신질환을 앓으며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들이 교도소 대신 가는 국립 법무 병원이자 치료 감호소에서 일하는 정신과 전문의다. 우리나라 국립 법무 병원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이자 환자들이 입원하여 치료 받는 곳이다. 아쉬운 점은 이곳이 의사 일인 당 맡고 있는 환자 수가 160명에 달하는 열약한 환경이며 이 곳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월급은 일반 병원의 절반 수준이어서 말 그대로 사명감 없이는 일하기 어려운 국가 기관이다. 차승민 작가는 말한다


나는 평범한 의사다. 엄청난 사명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더 선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렇기 때문에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에서 '버틴'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을 구원해야겠다는 거창한 마음이라기보다는, 그냥 정신과 치료를 제대로 받아야 할 환자고 대하기 때문이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중에서


이 책은 작가가 이 곳 국립 법무 병원에서 무섭지만 애처롭기도 한 자신들의 환자를 만나서 그들을 치료하고 버티어 낸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환자이자 범죄자의 유형은 다양하다. 작가는 정신과 병력의 동기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 가정폭력, 성범죄, 조현병, 사이코패스, 조울증, 치매 등의 병력을 구분하고 각각의 병에 대한 이론을 간단히 언급 하고 그 병에 해당하는 환자들의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가 소개하는 사례들에는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건을 일으켰던 피의자의 숨겨진 이야기도 들어있다. 가정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에서 자라나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 분조 조절 장애등의 병증을 가지고 있던 'pc 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 성수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작가는 유명한 사건의 범죄자라고 감싸지도 상처를 주지도 않으려는 객관적인 시선에서 글을 쓰려고 최선을 다 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김 성수의 가정 배경을 안다고 해서 그가 용서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사례를 통해 가정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작가는 잔악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임에도 국가에서 그들을 책임지고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재범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 [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은 제목처럼 다루고 있는 내용들도 무겁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 한 켠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외면하고 도외시 하는 것이 오히려 그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질환에 대한 바른 이해와 관심 그로 인한 적절한 치료야 말로 범죄율을 줄이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해법이 아닐까 싶다. 더 많은 의사들이 작가와 같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의사들에 대한 지원과 처우 개선이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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