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라는 허구를 깨는 9 가지 질문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이 책은 '공정'이라는 주제를 화두삼아 아홉 개의 챕터마다 법치주의, 능력주의, 학벌주의, 분배, 불평등과 양극화, 경쟁, 연고주의, 정의, 신뢰라는 키워드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한국사회가 왜 혹은 얼마나 불공정 사회인지 하나씩 풀어 나가고 있다.
사실 한국만큼 정의로운 것에 대해 민감한 사회가 또 있을까 싶다, 몇 년 전 정치철학서인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딱딱한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읽진 않았어도 집집마다 책꽂이에는 반드시 꽂혀 있는 책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유행했던 적이있다. 저자또한 서두에서 ' 공정을 간절히 외치는 사회는 불공정 사회'라고 정의하며 자유와 평등이 사회적으로 보장된 사회에서는 자유를 갈구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만큼 정의에 민감하지만 민감하기만 한 불공정 사회가 한국 사회다.
사실 한국 사회가 불공정 사회가 된 이유에는 여러 역사적 배경이 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한국 전쟁으로 피폐해진 상황에서 대기업 위주의 국가 개발과 독재 정치라는 배경, 이 책에서도 분명히 언급되고 있는 학벌 우선주의와 IMF, 신자유주의 정책 등등 근 70년의 현대사를 거쳐오며 압축 성장한 과정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논하기에는 전 세대를 포함 기성세대마저 먹고 살기에 급급한 시대였다.
저자는 이 책을 쓴 동기가 정치 철학의 이론을 바탕에 두지만 현실적인 물음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선지 매 챕터마다 정치철학의 이론과 맞물려 예시되는 정치적 사안과 사회현상들의 적절한 배열은 사회문제에 관심히 많은 독자들에게는 쉽게 이해되는 사안들이었다.
특히 능력주의를 논하는 2장에서 인국공 ( 인천국제공항 ) 사태를 예로 들며 '고용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지는 않고 일자리 형식을 바꾸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인국공 사태에 반발하는 세대를 보며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정의의 개념을 이해해야 했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