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보드북) - 출간 15주년 기념판 사랑해 보드북 1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지음,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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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가을의 느낌이 뒤섞였던 십일월과 달리 십이월은 겨울의 느낌이 첫날

부터 가득했다.

아, 진짜 겨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이럴 땐 무언가 말랑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마음을 포근하게 해야 매서운 겨울

바람은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림책을 읽기로 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버나뎃 로제티 슈수탁 지음, 보물창고 펴냄)"는 매해

겨울이면 말랑한 곰인형을 찾듯 찾아 읽는 그림책이다.

귀여운 아이가 자신을 닮은 인형을 안아 올리며 웃는 것이 행복하고 따스한 느낌이다.

이미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가 아직도 사랑을 받고 보드북으로 다시 우리를 찾아온 걸 보면

그 어떤 말보다 <사랑해>라는 말이 주는 온도는 따뜻함의 절정이 아닌가 싶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랑하는 아기는 동글동글 귀엽기도 하지만 뒤뚱거리며 아직 불완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부터가 사랑스럽다.

마음 속 깊은 곳은 물론이고 온몸 구석구석까지 사랑스러운 아이는 웃고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 때때로 아이는 울기도 하고 떼를 쓰기도 하지만 그때 역시 부모는 아이에게 그저

사랑한다 말한다.

글보다 그림이 더 따뜻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보드북은 뭐든 입에 넣고 물어보는 아이와

함께 읽으며 놀이를 하는 장난감이 되기도 하고 화가 날 땐 발로 툭툭 차고 화풀이도 할 것

이다.

놀이와 읽기, 그림을 따라 흉내내기 좋은 보드북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로 십이월 첫 그림책

읽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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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흩어질 때 - 2021 월터 상 수상작 Wow 그래픽노블
빅토리아 제이미슨.오마르 모하메드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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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 마지막 독서는 그래픽 노블 중 하나로 정했다.

표지와 제목이 주는 느낌이 시려서 꼭 꼭 숨겨놨다 읽기 시작한

 

"별들이 흩어질 때 (빅토리아 제이미슨 지음, 보물창고 펴냄)"는 오마르와 동생 하산의

이야기이다.

소말리아 내전으로 오마르 형제는 아빠를 잃고, 엄마의 소식을 알 수 없다.

케냐의 다답 난민 캠프에서 형제는 하루하루를 그저 버텨내며 15년을 살아냈다.

그 시간들을 적고 그림으로 설명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내전으로 상처받은

이들의 실상을 살펴볼 수 있었다.

오마르 역시 어른아이였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상황에서 동생을 돌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딘가에 있을 엄마를 기다리고 찾는 것 역시 힘든 일이다.

난민 캠프에서 만난 파투마 아줌마만이 형제의 보호자 역할을 해주지만,

오마르는 파투마 아줌마를 도와 천막 안을 정리하거나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모두들 엄마를 찾는 오마르 형제를 한심하게 보지만 파투마 아줌마는 형제

에게 희망이 되는 말로 격려를 한다.

난민 캠프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텐트 근처에서 보내고, 오마르 역시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동생을 돌봐야 하니 하루가 똑같고 이렇게 살다 무엇이 될지

고민은 하지만 내색하지 못한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재정착을 위해 떠나는 난민 캠프의 가족들을 부럽게 바라보지만

정작 오마르와 하산이 갈 곳이 없다.

다행히 오마르는 학교에 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온종일 동생 하산을 혼자둘 수 없어

어렵게 온 기회를 버리려고 하고 친구들과 파투마 아줌마의 도움으로 학교에 다니게

되게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공부에 대한 기대와 사회복지사라는 목표가 생겨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난민 캠프의 생활이 매일 다른 미래에 대한 생각들로 채워진다.

오마르 형제의 난민 캠프 생활은 희망이나 미래보다는 당장 먹어야할 한끼에가 우선이었고,

부모가 없는 낯선 곳에서 매순간을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버티는 것이 더 큰 의미였다.

종종 이유를 알 수 없는 발작을 일으키거나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한 동생 하산을 위해

진료를 받는 것조차 힘들었던 상황들은 어린 오마르에게도 큰 고통이었다.

미국으로 재정착한 오마르 형제는 엄마를 찾았고, 오마르가 꿈꾸는 미래를 이루었다.

아직 빛나지 못하고 어딘가에 흩어져있는 별들을 위해 오마르는 오늘도 별을 향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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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을 도는 여자들 오늘의 젊은 문학 3
차현지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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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무언가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는 달이다.

갑작스런 백수 생활이 시작되었고, 새로운 공부로 정신이 없었으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였다.

그럼에도 공허함에 사로잡혀 하루에도 몇 번씩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해대는 걸 보면 나는 의사의 말대로 일중독이 확실하다.

삶의 의미, 나의 의미에 대한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릴 무렵 독특한 책을

만났다.

 

"트랙을 도는 여자들 (차현지 소설, 다산북스 펴냄)"이 그 책인데 제목이 주는 느낌과

표지가 주는 느낌이 너무 달라 '이건 뭐지?'라며 나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며 읽기 시작

했다.

총 10편의 이야기가 담긴 트랙을 도는 여자들은 여성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줘 살짝

우울했고, 사회 속 여자들의 자리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책 제목과 같은 첫 번째 이야기 트랙을 도는 여자들은 딸과 둘이 살던 303호 여자가

누군가가 휘두른 칼에 찔려 죽는 사건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분명 그녀는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주택 한가운데서 죽음을 맞는

여자를 돕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자신들의 일상에 그녀를 끼워주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전염병처럼 떠돌았고, 그녀의 죽음이 수많은 남자들을

집으로 끌어들여 생겨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니까.

름이와 마주한 그녀의 딸 우지.... 둘은 트랙을 돌지만 명확한 이유는 없다.

그저 삶이 주는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눌러 잠시라도 잊고 싶은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 밖에.

미주와 근화의 쌍둥이 썰이라는 이야기는 방송국 임시 구성 작가로 일하는 근화는

주변 사람들의 무시, 폭언을 견디기 위해 매일 밤 자극적이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밀

어 넣으며 미주라는 여성의 개인 방송을 시청하는 재미로 하루를 버텨낸다.

미주는 통통하고 자신을 아름답게 꾸밀 줄도 알고 삶에 대해 자신감도 있어 보여 미주에

대한 동경같은 것이 생겨난다. 미주가 방송 중 단추가 터졌다는 말에 사람들을 악플 아닌

악플을 달고 그 일로 개인 방송을 그만 둔 미주를 찾다 근화는 미주 행세를 하게 된다.

미주 행세를 하는 근화는 행복할까?

어쩌면 바지 단추가 터지는 건 일상다반사일지 모른다. 그게 미주라서 미주가 여자라서 단추가

터지는 일이 수치스럽고 흉한 일이라 이야기 하는 건 누군가 잣대를 만들어 두고 그 잣대에

끊임없이 나를 우리를 대어 보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그 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들 역시 여성이 주인공이다.

미성년인 미치의 일상, 학교를 벗어나면 자기 나이의 옷을 벗어던지고 아저씨와 만나 모텔을

들락거리고, 미치의 감성과 달리 아저씨는 그저 미치를 성적 대상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취급을

한다. 정신을 놓아버린 말라비틀어진 나무같은 할머니의 말, 괜찮다는 그 말이 위로가 되었는지

아님 독약이 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미치는 미치의 자리를 찾아가려고 한다.

10편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상처들은 그 깊이가 상당하고, 살기위해 애쓰는

모습들이 너무도 아프게 보여서 아직도 남아있는 가부장 의식과 매일을 공포 속에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 느껴져 읽는 내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죽음을 바라며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하루하루를 위태롭고 불안정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한 애씀이 헛되지 않게 누군가

손을 내밀고 안아주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폭력과 범죄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여성의 삶, 그것은 비단 여성의 삶 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의 삶에 보내는 미치 할머니의 당부가 자꾸 떠오른다.

"잘 지내야 된다. 단디 몸 챙기고,. 매사 조심하고, 매사 감사하고, 알제"

언젠간 괜찮다고, 이젠 안전하다고 답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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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여행 I LOVE 그림책
피터 반 덴 엔데 지음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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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의 날들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일중독에 가깝게 나는 일에 매달렸고, 끝도 없는 의미를 부여하며 나를

동기화시키기에 좀 지쳐있었던 것 같다.

제목이 묘한 그림책을 만나고 나는 또 다른 길 앞에서 망설이는 나 자신

과 마주해야 했다.

 

"먼 여행 (피터 반 덴 엔데 지음, 보물창고 펴냄)"은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묘해지는 그림책이다.

어두운 바다 위에 뜬 종이배, 수많은 별들이 쏟아지듯 하늘을 채우고, 별빛인가

싶어 바라본 바다 아래는 물고기인 듯한 검은 형체들이 별빛과 마주해 종이배를

비추고 있다.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니?'

종이배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실상 그 질문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그림책은 글자가 없는 그림책이다. 글자없는 그림책의 묘미는 상상력인데

종이배의 여행을 따라가며 나 역시 말라가고 있는 상상력을 끄집어내야 했다.

커다란 종이배를 접어 바다로 보내는 두 사람, 그들은 이 종이배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제 몫읭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릴 뿐.

종이배는 바다 위에서 자신보다 몇 백배는 큰 배를 만나고, 바다 생물들과 여행

친구 삼아 바다를 누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갈수록 종이배는 처음보다는 지친 모습이지만,

바다와 하늘이 그들을 품은 풍경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종이배의 여행은 우리의 인생과도 같았다.

 

평온함을 지나 당혹스럽거나 힘겨운 순간을 지나고, 다시 평온함이 찾아온다.

때때로 종이배는 자신이 흘러가는 곳에서 만나는 위험요소들을 피하지 못해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럼에도 종이배는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마침내 종이배는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쩌면 이 곳이 종이배의 목적지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종이배는 끝까지 자신의 모습을 지켜내며 자신의 길을 걸어냈다.

삶이 힘들고 버겁다 말하는 우리에게 종이배는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칠 땐 흘러가는대로 몸을 맡겨도 좋다고, 다시 걸을 힘을 얻었을 때

길 위에서 길을 찾아 떠나면 된다고.

십일월 그림책 읽기, 또 이렇게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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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수집가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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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밤의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반면 낮의 시간은 짧아져 꿈을 꾸는 시간이

가을에 비해 훨씬 많아진다.

가을 끝자락에서 만난 그림책은 I LOVE 그림책 시리즈 같지 않고

어른들을 위한 위로의 그림과 글을 배열해놓은 것 같았다.

나는 위로가 필요했다.

지난 시간 내가 애쓰고 힘겹게 이루었던 자리에서 물러나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틈이 생겼고, 그 틈을 즐기고 싶은 욕심이 좀 있었 던 것 같다.

어느 밤 펼쳐 본 그림책.

 

"순간 수집가 (크빈트 부흐홀츠 글, 그림/보물창고 펴냄)"은 제목이 주는 신비함과

표지가 주는 물음이 묘했다.

들판을 바라보는 듯한 뒷모습, 옆에 놓인 커다란 가방을 보니 어딘가 긴 여행을

떠나거나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인 것 같았다.

 

 

주인공 '나'는 섬의 항구 근처 주택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나의 집 5층에 화가 막스 아저씨가

이사를 오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라고는 없는 나와 친구가 된다.

나는 안경을 쓰고 뚱뚱해 언제나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된다.

그런 내가 마음을 내어 주고, 막스 아저씨의 그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아저씨가 내가 마음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혹은 또 다른 이유로 집을 비울 땐 나에게 집을 부탁하고 떠난다.

아저씨의 그림은 때로는 많은 것을 얘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보는 것만으로도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기도 한다.

그림에 담긴 순간을 수집하는 순간 수집가답게.

 

 

나는 막스 아저씨의 순간을 보며 상상력을 발휘해보기도 하고 아저씨의 감정을 공유하기도

한다.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순간을 즐기는 시간들이 지나 나는 어른이 되었고, 나의 길을

찾는데 제일 큰 영향을 준 아저씨를 생각한다.

유일하게 나를 연주자 선생님으로 불러주던 아저씨를 기억하며.

그림과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는 아저씨와 볼품없는 소년의 대화들에 귀를 기울였다.

소년은 언제난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 생각하고 아저씨는 그런 소년에게 그림 속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소년은 아저씨의 말대로 연주를 하며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 된다.

순간 수집가는 그림 속에 장면을 담는 막스 아저씨의 눈을 통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장면들을 찾아내는 시간이며 상상력을 동원해 각자 그림 속에서 보이는 것들을 의지대로

해석할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한다.

나의 순간, 그 순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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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1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러스트 멋집니다. 색감이 아주 부드럽고 평온한 느낌이네요. 순간 수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