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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 ㅣ I LOVE 그림책
석영주 지음, 차호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7월
평점 :
구월은 제법 가을 흉내를 내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세찬 비바람이 치는 밤들이 지나고 나자 바람이 서늘해지는 날들이
이어져 그림책 읽기 좋은 시간들이 펼쳐지는 중이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우리의 이야기로 그려진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 (석영주 글/차호윤 그림, 보물창고 펴냄)"은 미국
이민 2세대 작가가 전하는 6.25 전쟁의 역사 이야기다.
표지 속 여자 아이는 바다 앞 집에 사는 아이인 모양이다.
바다색을 닮은 기와 그리고 바다색 만큼이나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아이는
돌을 든 채 수많은 말들을 참고 있는 얼굴이다.

한국인 최초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차호윤이 그린 그림책은 그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 마치 그 시대 속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 들었다.
전쟁으로 집을 두고 떠나온 피난민들이 아이의 집 앞에 섰을 때 대문 안
수석이 그들을 보는 듯했다는 아이의 설명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이의 이름은 경이고 피난민들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경이는 겁이나
아빠 뒤로 숨지만 아빠는 경이를 안심시키며 이 상황을 설명한다.
피난민들은 집안으로 들어서며 안도하고, 적군이 뒤에 있고 이 집
안으로 피신을 한 것이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에서 본인들이 숨을
쉴 수 있음을 감사 인사를 경이의 가족에게 전한다.
선희 언니에게 바닷가에서 주운 돌을 주며 언니의 상황을 위로하던 경이는
늘어나는 피난민들이 집안으로 들어오자 불편하고 시끄럽고 혼란스러워
종종 심술이 난다.
아직은 누군가와 나누는 것이 힘이 드는 경이는 어린 아이다.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공포스러워 여자와 아이들은 대피소로 피하고
긴 기다림 속에 빛이 드는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경이는 겁이 나 울기도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 피난민들은 자리잡을
곳을 찾아 떠난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기억 속에 있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간들, 이 이야기는
작가의 가족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작은 것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했던 마음을 이 그림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배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