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나무 I LOVE 그림책
발린트 자코 지음 / 보물창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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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짙어지는 시간이다.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는 날들, 배려따윈 사라진 일상에는 짜증이 자리를

잡는다.

어느 밤 잠이 쉬이 들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그림책 한 권을 펼쳤다.

표지에 제목 위치도 앞장을 꽉 채운 그림도 도대체 무얼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감을 잡기 힘들었던 그림책

"토끼와 나무(발란트 자코 지음, 보물창고 펴냄)"은 단 한 줄 어떤 이야기도

존재하지 않는 그림만 가득한 그림책이다.

제목에서 등장하는 토끼와 나무가 이야기를 끌고 가고 그림을 보는 내내 혼자

이들의 대화를 상상하게 하는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각 장이 9개로 구성되었다.

풀씨 하나가 바람에 날려 떨어져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낸다.

이제 제법 나무는 바람에도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날카롭게 눈을 뜨고 토끼들을 공격하는 늑대를 피해 이러저리

뛰는 모습들을 보고 있던 나무는 자신의 곁에서 보호를 원하는 토끼를 위해

늑대와 맞선다.

토끼는 나무가 자신만이 아닌 다른 토끼들도 보호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나무를 옮기기로 한다.

물론 그 일은 자신들을 위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들판에 홀로 선 나무가 언젠가 숲을 이룰 수도 있으며 그럴만한 공간으로

옮겨주면 좋을 거라 생각을 해서 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시작된 여정은 배와 비행기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산과 바다를 지나며

계속 이어진다.

드디어 그들이 머물 자리를 찾았고, 토끼들이 함께하며 나무의 뿌리는 조금

더 넓고 깊으며 다채롭게 뿌리를 내린다.

계절이 변하며 또 다른 그들만의 세상이 만들어진다.

토끼와 나무는 이제 안전하고 행복한 공간에서 서로를 닮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나간다.

이 책을 읽으며 <작은 집 이야기>라는 그림책이 떠올랐고, 마지막에서는

<비밀의 화원>이라는 동화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스며들었던 시간, 타인을 향한 배려와 그 속에서

찾아내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경험할 수 있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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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7
진 웹스터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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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가고 오는 시간이 주는 변화는 풍경 뿐아니라 마음에도 적용되어

때때로 감정이 일렁이기도 한다.

아주 오랜만에 고전을 둘러보다 읽기 시작한 '행복'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 지음, 보물창고 펴냄)"는 언제 읽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고전 중 하나이다.

이 이야기는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며 우리와 가까워졌다.

고아 소녀 제루샤 애벗이 우울한 수요일에 겪은 일들을 수필로 써 고아원을

벗어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제루샤는 대학에 보내준다는

고마운 분은 아쉽게도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고 그저 마지막 뒷모습,

긴 그림자로만 키가 무척이나 큰 신사라고 가늠할 뿐이다.

제루샤는 대학에 입학해 매일매일을 기록하듯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고,

자신의 이름을 원장님이 성의없이 지었다며 주디라는 이름으로 보내는 이를

정정한다.

그렇게 주디의 일상은 색다르고 풍족하며 때때로 낭만적으로 흘러간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인 줄리아 대신 줄리아의 삼촌에게 캠퍼스 안내를 부탁

받고 고아원에 방문한 위원회 사람들이 아닌 사람에게 안내를 한다는 생각에

설레임과 낯섬이 뒤섞인다.

그리고 주디는 편지에 사소한 일 외에 줄리아의 삼촌 저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등장시킨다.

자신이 자란 환경과 다른 친구들 속에서 주눅들고, 외로웠을 것 같지만 주디는

매일이 새롭고 신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문학 소녀에서 성인이 되어가며 주디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

소설을 완성한다.

때때로 키다리 아저씨와 어긋나는 의견이 있지만 자신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주디, 저비스와 또 다른 감정을 키워가지만 자신의 형편때문에 주저한다.

키다리 아저씨가 저비스라는 것을 알게 되고 보고서와 같았던 주디의 편지들을 러브레터로 변한다.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한 날들을 유쾌하게 즐기는 주디의 일상,

어쩌면 우리에게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 행복이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오랜만에 만난 고전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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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 왜 호박을 자꾸 만드는 거야? I LOVE 아티스트
파우스토 질베르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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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그림책 읽기에 제격은 시간이다.

낮과 밤이 길이를 조율하는 계절의 시간은 그림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읽혀진다.

작고 귀여운 ILOVE아티스트 시리즈 중 하나인

"쿠사마 야요이 왜 호박을 자꾸 만드는 거야? (파우스토 질베르티 글,그림/

보물창고 펴냄)"는 일본의 유명 화가, 곧 100세가 되는 쿠사마 야요이의

이야기이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인테리어 소품이나 유명 브랜드 콜라보로 잘 알려져

있는데 어릴적 쿠사마 야요이는 조금 이상한 아이였고, 어른이 되어서도

독특한 그녀의 예술 세계는 쉽사리 인정받지 못했던 것 같다.

어릴적 그림을 도피처로 삼아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던 아이였다는 아이,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 공부를 했지만 가난은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

다녔던 것 같다.

어린시절에 생긴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으로 점 그리기를 무한 반복해

작품을 완성했던 그녀, 땡땡이 호박이 그녀를 살게 한다는 그녀의 말이

아프지만 그녀는 호박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커다랗고 모양이 제각각인 호박에 찍힌 수많은 점들, 쿠사마 야요이의 그림이나

소품을 마주하는 사람들도 쿠사마 야요이처럼 행복을 느끼고 자신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아이나 어른 모두가 행복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길을 잃은 어느 날,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들이 수많은 점들이 나에게도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며 오월 그림책 읽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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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름은 ㅅ I LOVE 그림책
모니카 아르날도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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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지고 다시 피는 오월은 책읽기와 어울리는 좋은 계절이다.

오월 첫 책읽기는 그림책 읽기로 정하고 만난 표지가 귀여운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선생님 이름은 ㅅ (모니카 아르날도 지음, 보물창고 펴냄)"은 알 수

없는 제목과 동시에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이 표지를 가득 채운다.

새 학기 첫날, 2반 아이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마도 새 학기가 시작된 첫날이 이 일로 인해 더 요상하고, 낯설고 떨리는

처음의 순간이 유쾌하지만 당혹스럽게 시작된다.

친구들이 교실에 모두 들어왔음에도 이상하게 선생님만 보이지 않아 아이들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생님 자리에는 김이 나는 커피 한 잔과 무언가 이상한 샌드위치만 덩그라니

자리 잡고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은 점점 커져가고,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

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을 하며 각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본다.

피부색이 다르고, 이동의 수단이 다른 친구가 뒤섞인 2반 선생님은 과연

어떤 분이실까?

칠판에 '선생님 이름은 ㅅ'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발견한 아이들은 혹시 선생님이

샌드위치일까 살짝 고민을 한다.

이내 아이들은 샌드위치 선생님과 샌드위치에 대한 공부를 이어나가는데

미술도 음악도 모두 샌드위치에 대한 것 뿐이다.

각자 의견을 내뱉으며 수업을 이어가지만 여전히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문이 열리며 뛰어들어오는 남자, 2반 아이들은 흠뻑 젖은 옷을 입고

뛰어들어온 사람은 칠판에 이렇게 적는다.

스펜서 선생님.

아이들은 까르르 웃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지만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장마다 스펜서 선생님은 아이들의 뒤 혹은 옆 창 밖에서 교실에 들어오지

못할 사건을 몸으로이야기 하고 있었다.

유쾌한 새 학기 첫날, 선생님은 당혹스러웠지만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첫 만남의 어색함이나 낯섬 대신 즐거운 시작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오월 그림책 읽기도 또 이렇게 휘리릭, 나도 샌드위치 선생님을 만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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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 - 2024 뉴베리 아너상 I LOVE 스토리
다니엘 나예리 지음, 다니엘 미야레스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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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밤은 노곤함과 향기로움이 공존한다.

묘한 밤의 기운을 느린 독서로 다스리는 사월은 신비로운 이야기 읽기에

딱 맞는 시간이다.



그리하여 읽기 시작했던 "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 (다니엘 나예리

지음, 보물창고 펴냄)"은 세계사 시간에나 들었던 낯설지만 익숙한 실크로드를 배경

으로 마법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유독 이야기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자

이야기를 펼치는 사미르가 굉장한 매력을 지닌 화자였다.

11세기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벗겨진 머리에 늙지도 젊지도

않은 키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뚱뚱하기까지한 상인 사미르가 중심에 있다.



그의 본업은 당나귀 등에 값나가는 향신료나 향수, 모피 등을 싣고 다니는 장사꾼

이지만, 장사를 위해 사기꾼보다 더 사기꾼스럽게 입담을 발휘한다.

언제나 길 위에서 삶을 꾸리는 상인들의 고단함을 위로하기 위해 사미르는

사기꾼이나 암살자 등을 등장시켜 얽히고 설킨 관계를 마법처럼 풀어낸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너무 사실적이고, 그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처럼

느껴져 쫓고 쫓기는 사건들 사이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이야기가 너무 치밀해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한다.

역사 속에서나 등장하던 실크로드는 삭막하고, 때때로 위험이 도사린 장소이지만

사미르의 이야기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미르와 그리고 오마르가 등장하며 이 이야기가 뒤죽박죽이 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암사자들에 의해 여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그는 자신의 입담에

취한 듯했다.


"나는 쓰러졌다.

주위가 어두웠다.

대체 죽음이란 무엇인가?

그건 사고였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 - p.224


사미르의 입담은 죽음의 순간에서 누군가를 구해내는 반면, 그것으로 인해

암사자들에서 쫓기며 수시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고와 같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매순간 우리의 삶을 짓누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내고 내일을 위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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