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음 - 존 케이지의 음악 세계 I LOVE 아티스트
리사 로저스 지음, 나일성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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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화려한 이른 봄꽃들과 이별인 동시에 싱그러운 초록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게으른 독서지만, 새로운 이야기들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싶어

골라든 책은 화려한 표지를 가진 그림책이었다.

"아름다운 소음 : 존 케이지의 음악 세계 (리사 로저스 지음,

보물창고 펴냄)"이었다.

존 케이지? 제목에 등장한 존 케이지가 누구일까? 궁금해

찾아보니 그는 소음마저도 음악이라 믿었던 작곡가였다고 한다.

창문을 여닫는 소리, 계단에서 공이 구르는 소리, 알 수 없는 기타

연주 소리 등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우리는 종종 귀를 막을

만큼 짜증을 낼 때가 있다.

특히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요즘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주변 소음을 차단하곤 한다.

존 케이지처럼 되기 위해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음악은 어떤 것에서 부터 시작되는 건지 궁금해 나도 그처럼

책을 읽으며 책장이 넘어가며 내는 사락사락 소리에 집중한다.

우리가 아는 소음들은 대부분 익숙하지만 거슬리기도 하는 소리들이다.

책에 등장하는 청소차나 아이들이 동네를 뛰어다니며 내는 소리나

음악회에서 내가 마이크를 조작해 선율이 고운 곡이 연주되는 동안

음악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면 그 사이 공백까지 음악으로

생각한다면 나도 존 케이지처럼 된다는 문장에서 듣던 음악을 멈췄다,

다시 재생하기를 반복해보았다.

난 아직 존 케이지가 아니다 ㅋㅋ

그의 음악에는 음표나 악보가 주는 정렬대신 자유로움이 가득한

것 같다.

오롯이 음악과 조명, 색에 집중하여 온전히 음악과 연주되는 음악

사이에 느껴지는 작은 소음마저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간,

그 시간이 정말 존 케이지의 음악을 이해하고 수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상상력을 발휘해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음악계의 생태계의 교란자, 개척자라는 또 다른 이름을 불리우는

존 케이지는 어쩌면 음악은 아름답게 조율되고 다듬어진 것 뿐

아니라 주변에서 내는 모든 소리 또한 어떠한 규칙과 박자가

존재하기에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존 케이지의 정의를 따르자면 어떤 작곡가의 곡을 어느 오케스트라가

혹은 어떤 연주자가 연주해 음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차를 끓이는 주전자에서 내는 반복적인 소음을 좋아하는 사람과

듣는다면 그것 역시 음악이라는 것.

생각을 자유롭고 유연하게 갖는다면 주변에서 내는 소음에도

그리 예민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림책을 통해 또 하나를 배우는 밤, 봄과 여름을 잇는 오월이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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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지음, 박정임 옮김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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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을 잇는 시간이 너무나 심드렁하고 건조해
매일이 그저그런 날이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마주하지 않으면 정말이지 우울해
버티기 힘들 것만 같을 즈음 따뜻한 표지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만났다.
"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지음, 놀 펴냄)"
가 이야기인데 제목이 주는 묘함보다 나를 더 자극한 건
봄을 닮은 화사한 낮의 카페 퐁과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짙푸른 밤의 카페 퐁의 모습이었다.
마치 삶과 죽음의 각기 다른 세계의 시간처럼.
표지에 적힌 문장에 나는 몇 년이 지나도 아직 몸이
기억하는 시간과 그날의 공기, 사람들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아마 사는 동안 내가 기억하는 가슴이 시리게 아픈 시간
중 하나일 것이다.

"떠난 이들은 사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 배달부들은 다섯 번째
임무를 모두 수행해야 성공 보수를 받을 수 있다.
19년 묘생을 마친 후타가 이 세계에 들어오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다 발견한 카페 퐁,
점장 니지코와 만나 고양이 배달부가 된다.
후타는 이 세계, 저 세계라는 표현 조차 아직은 어색하다.
그리고 고양이 배달부로 일을 하며 함께 하지 못하고 추억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이해되지 않지만, 후타 역시
간절히 바라고 꼭 만나야할 대상이 있기에 다섯 번째
임무까지 모두 수행해야 한다.
카페 퐁의 니지코는 사람과 고양이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듯하다.
니지코는 인간과도 고양이와도 소통이 가능해 그 특별함
으로 카페 퐁의 특별한 주문들을 해결한다.
손님들은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이거나 혹은
만날 수는 있지만 직접 무언가를 시도하기 힘든 사람들에
대한 사연을 적고 니지코는 그 사연들이 담긴 우편함을
열어 선별 작업을 한다.
그리고 선별된 사연 속 소원을 이루어지게 하는 건
고양이들이다.
그렇게 모두 다섯 개의 사연이 후타에게 배정된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자신이 꿈을 이루고 지금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고 싶은 딸의 사연, 태어나지 못했지만
오래 아이를 기억하려는 부부의 사연, 지금이 아닌 오래전
기억 속 첫사랑과 만나고픈 여자의 사연, 자신에게 상처를
줬지만 성공한 지금의 자신을 옛 스승에게 보여 증명하고픈
청년의 사연, 의절했지만 어머니를 그누구보다 그리워하는
중년의 딸이 마주하는 과거의 아픔에 대한 사연.
사연 하나하나가 아픔을 이겨내고 성장한 자신을 상처를
극복하고 일어나 씩씩한 걸음을 걷고 있는 자신을 대견해
하며 과거와 화해하고 혹은 그럴 수 없게 된 시간이나 사건을
뒤돌아보는 것 같다.
나의 봄밤도 여름으로 향하는 시간도 어쩌면 오랜 뒤에
돌아보면 나를 성장시켰던 시간으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로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는 삶을 살아내는 게 내 몫의 걸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퐁카페의마음배달고양이
#놀
#다산북스
#나의삶을사는것
#만남에대한따뜻한이야기
#소설읽는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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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의 벚꽃 엔딩 초등 읽기대장
이규희 지음, 이지오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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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사월, 분홍빛 비밀이 가득한 이야기를 만났다.

열한 살 소년과 낯선 동갑내기 소녀의 만남은 향기로운 봄 꽃들

사이에서 가장 아름답고 따스한 이야기 꽃을 피워냈다.

"열한 살의 벚꽃 엔딩 (이규희 글, 한솔수북 펴냄)"은 시골 폐교로

이사 온 이준이의 심심하고 평범한 일상에 해나가 등장하며 매일

새롭게 꽃잎처럼 물들어 가는 분홍빛 이야기이다.

처음 아빠와 엄마를 따라 폐교에 왔을 때 여기가 집이라는 엄마, 아빠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던 이준은 이사 후 하루하루가 지루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엄마와 조각을 하는 아빠는 작품 활동도 하고

전시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아토피로 고생하는 이준이에게 맑은

공기를 줄 수 있는 이 동네가 그저 좋아 이준이의 지루함은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믿는 것 같았다.

그렇게 홀로 떨어진 달래분교에 살며 읍내 구름초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된 이준이 앞에 어느 날 거짓말처럼 해나가 나타났다.

심심하고 크기만했던 운동장에 낯선 여자아이 나타나자 이준이는

달려가 아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동네에서 또래 친구를 만난 적이 없는 이준이는 해나가 그저 신기해

해나의 말과 행동에 집중하며 해나와 만나는 시간을 기다린다.

더구나 해나는 이준이가 좋아하는 과일 빙수가 맛있는 한옥 카페 집

딸이란다.

봄볕처럼 이준이 앞에 나타난 해나와 이준이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단 하나 동네 친구가 된다.

때때로 제멋대로인 해나가 밉지 않은 건 벚꽃을 보는 해나의 표정과

이준이를 볼때마다 환하게 웃기 때문이다.

해나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준이는 심심하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해나와 같이 있으면 시간도 빨리 가고, 해나와 헤이질 땐 서운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종종 어이없게 벚꽃을 보고 누워 있자거나 소꼽놀이를 하잘 때만 빼고

이준이는 해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좋다.

폐교 전 달래분교에 있던 풍금 이야기를 꺼내자 이준이는 해나를 데리고

풍금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해나는 풍금을 치며 노래를 불렀는데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동요를 많이

알고 있었다.

엄마, 아빠에게 해나 이야기를 했지만, 풍금 소리와 노래 소리를 들었지만

해나를 보진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이준이를 보러 온 해나는 벚꽃이 지고 있다는 말을 하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친구들과 숨겨둔 구슬을 찾아야 한다고

말을 한다.

아빠가 알려준 통로를 통해 해나와 교실 바닥에 숨겨둔 구슬을 찾아낸

이준이.

해나는 이준에게 찾아낸 알록달록 색이 예쁜 구슬을 선물로 준다.

엄마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집으로 놀러온 날, 모처럼 학교 전체가

시끌벅적하지만 이준이의 마음은 해나가 오지 않음 어쩌나...

에 머물고 엄마 친구 딸 유리에게 학교 구경을 시켜주는 동안

수시로 창밖을 확인했다.

유리와 함께 있는 이준이를 본 해나는 심술이 나서 유리의 신발을

숨겨둔다.

이준이는 그런 해나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곤 해나는 내년에 벚꽃이 필 때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한옥 카페로 향한 이준이는 해나 찾으며 눈물을 흘리고 주인

아줌마인 해나 엄마는 이준이의 말에 놀라며 해나는 교통사고로

죽었으며 그 이후에 여기에 한옥 카페 해나의 집을 열어 해나를

기억한다는 말과 며칠 이상한 일들이 생긴 이유를 이제 알았다는

설명을 하며 한쪽 벽에 걸린 해나의 기록과도 같은 사진들을 보며

해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제 이준이는 또 다시 혼자가 된 기분이다.

또래였던 해나를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꿈만 같고 이상하고

별나다고 생각했던 해나가 죽어서도 벚꽃을 보러 왔다 다시

가버린 것이 슬프기만하다.

해나 아줌마는 슬프게 우는 이준이를 달래며 해나가 좋아하던

달래분교도 벚꽃도 모두 여기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자고,

내년에 다시 올 해나를 기다리자며 이준이를 토닥인다.

이준이는 이제 내년 봄을 위해 더 건강하고 씩씩하게 매일을

지내고 있을 것이다. 벚꽃과 함께 올 해나에게 지난 1년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어서.벚꽃과 함께 피어난 분홍빛 설레임이

가득한 소년소녀의 시간은 벚꽃이 지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내년 봄에는 열두 살의 벚꽃 엔딩이 있지 않을까?

분홍빛 봄 인연이 아프지만은 않은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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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피어나 웅진 모두의 그림책 59
김주현 지음, 유진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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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계절이면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

책 읽기에 더욱 게을러진다.

봄꽃만큼 예쁘고 화려한 책이 있으면 좋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제목도 그림도 너무 예쁜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매일매일 피어나 (김주현 글, 웅진주니어 펴냄)"가 그 책인데 꽃이 피듯

매일매일 조금 더 피어나는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개인적으로 민화를 좋아하는데 색 고운 꽃과 고양이가 등장해

매일이 매달이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이 그림책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느낄 수

있었다.

매일매일 피어나는 태어나 매달 성장하는 고양이, 어쩌면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 아기일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보내는 축하 인사인지도

모르겠다.

화첩 그림책이라 꽃과 열매, 배경이 또렷하게 표현되었다.

처음 태어난 아기(고양이)는 강보에 싸인 채 눈을 꼭 감고 있다가

매달 조금씩 다르게 성장하며 때로는 개구쟁이같고, 때로는 생각에

빠져든 어른 흉내를 내고 있다.

1월부터 12월로 표현된 아기의 성장과 그에 따라 피고 지는 꽃들이

가득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화사하고 따뜻한 색들에 나도

물들어간다.

그렇게 아기는 매달 다른 모습의 꽃들과 만나며 다리에 힘을 실어

걷기도 하고, 꽃과 더불어 장난을 치며 시간과 한 몸이 되어 성장한다.

어느덧 아기는 태어나 1년을 사계절을 오롯이 보내고 있다.

아기의 성장을 축하하며 봄과 여름, 가을과 또 다시 겨울을 맞이한 아기는

이제 제법 어른스러워졌다.

계절마다 아기 앞에 나타난 봄볕이나 더위, 쌀쌀한 바람과 눈을 마주하며

아기는 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 어쩌면 꽃처럼 매일매일

피어나는 자신을 모습을 대견해하며 신기해할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반짝이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는 계절, 우리도 아기처럼

매일 조금씩 자라나고 피어나고 물들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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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치즈 스마일 미래의 고전 66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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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음을 실감하는 건 바람의 냄새, 하늘의 색 그리고 사람들의

가벼운 발걸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겨우내 묵직하게 눌러 두었던 날이

선 감정들 사이로 봄의 기운이 스며들 틈마저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경이라 뭐라도 틈을 만들 구실이 필요했다.

마음을 말랑일 봄을 닮은 이야기를 찾다 발견한 동화집이 있어

단숨에 읽으며 겨울과 봄을 잇는 시간을 걸어낼 힘을 얻었다.

"김치 치즈 스마일 (진희 지음, 푸른책들 펴냄)"이라는 제목이 붙은

동화집은 온 가족이 어딘가를 향해 기차놀이를 하며 걷는 것 같다.

이들은 가족이 맞을까?

여섯 편의 동화가 모여 담긴 이 책은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를 잃어버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정이네 집에 새 식구가 된 동주, 어쩐지 다정이는 동주가 좋다가도 엄마,

아빠를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동주가 살짝 밉기도 하다. 하지만

다정이 역시 처음에는 동주처럼 이 집에 선물처럼 온 아이였으니 이제

동주에게 자신의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줄넘기 수업을 해야 하는데 은기는 어쩐지 자신이 없다. 하필 하얀이와

짝이 되어 은기는 줄넘기 시간을 어떻게든 대충 넘겨보려 하지만

하얀이의 웃는 얼굴을 보면 왠지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지구가 아플까봐 뛰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은기 말에 하얀이도

까르르.

두 아이는 그렇게 지구를 걱정하며 사뿐거리며 줄넘기를 해댄다.

소라와 언니같은 엄마 뚜이는 가족이 되는 과정이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속에서는 보글거리는 감정이 뒤섞여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낳아준 엄마의 제사를 통해 엄마와 딸로 서로를 인정하기 위해 마음

속 감정을 표현해본다.

코로나로 조금은 마음이 편했던 마스크 맨, 언제나 마스크를 쓴

아이의 모습이 익숙한 솔이는 마스크 맨의 비밀을 알게 되며 이제

그 아이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엄마를 위해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 모반을 수술하는 아이,

그 아이와 더 친해지고 싶고 아이들 사이에 그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고 싶었던 솔이는 어디론가 사라진 마스크 맨을 오래

기억하겠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오빠가 돌아오지 못한 날부터 우리 집은

그저 물 속에 가라앉은 배처럼 어둡고 눅눅한 감정과 눈물이 뒤섞여

누가 누굴 돌볼 상황이 되지 않는다.

막내인 내가 오빠를 그리워하듯 언니도 엄마도 아빠도 오빠를

그리워하며 자신들의 감정을 내보이지 못하고 속앓이를 한다.

가족 사진을 위해 노력하는 은무, 그런 은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형은 사진관에 나타나지 않아 결국 가족 사진을 찍지

못한다.

그래도 다음에는 꼭 멋진 가족 사진을 찍어보자는 엄마, 아빠

얘기에 은무는 속상한 마음을 지우고 삼겹살 파티를 준비한다.

집으로 와준 사진사 아저씨 덕분에 다섯 가족은 다같이

김치 치즈 스마일~

환하게 빛나는 다섯 해님처럼 그렇게 은무네 가족 사진이 찰칵.

어제 본 것처럼 오빠를 만나러가면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겠다는 아이의 말이 먹먹해 문장을 반복해 여러 번 읽으며 아프게

다가오는 사월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가족이나 친구가 되는 과정 만큼이나 헤어짐의 과정은 더 아프고

힘든데 아이와 남은 가족들은 어떤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갈지 감히

헤아릴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또 봄은 오고 있고,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과 감정에

충실하기 위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봄길을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가족을 맞이하고, 가족이 되어 가고, 가족 중 누군가를 잃고, 친구가

되었지만 곧 이별이 다가왔고, 유쾌한 가족이 다시 한 번 빛을 내는

밤이 그려진 동화 덕분에 나 역시 내 앞에 펼쳐진 나의 봄을 걸어낼

힘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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