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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수집가 ㅣ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평점 :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밤의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반면 낮의 시간은 짧아져 꿈을 꾸는 시간이
가을에 비해 훨씬 많아진다.
가을 끝자락에서 만난 그림책은 I LOVE 그림책 시리즈 같지 않고
어른들을 위한 위로의 그림과 글을 배열해놓은 것 같았다.
나는 위로가 필요했다.
지난 시간 내가 애쓰고 힘겹게 이루었던 자리에서 물러나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틈이 생겼고, 그 틈을 즐기고 싶은 욕심이 좀 있었 던 것 같다.
어느 밤 펼쳐 본 그림책.

"순간 수집가 (크빈트 부흐홀츠 글, 그림/보물창고 펴냄)"은 제목이 주는 신비함과
표지가 주는 물음이 묘했다.
들판을 바라보는 듯한 뒷모습, 옆에 놓인 커다란 가방을 보니 어딘가 긴 여행을
떠나거나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인 것 같았다.

주인공 '나'는 섬의 항구 근처 주택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나의 집 5층에 화가 막스 아저씨가
이사를 오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라고는 없는 나와 친구가 된다.
나는 안경을 쓰고 뚱뚱해 언제나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된다.
그런 내가 마음을 내어 주고, 막스 아저씨의 그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아저씨가 내가 마음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혹은 또 다른 이유로 집을 비울 땐 나에게 집을 부탁하고 떠난다.
아저씨의 그림은 때로는 많은 것을 얘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보는 것만으로도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기도 한다.
그림에 담긴 순간을 수집하는 순간 수집가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