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수집가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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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밤의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반면 낮의 시간은 짧아져 꿈을 꾸는 시간이

가을에 비해 훨씬 많아진다.

가을 끝자락에서 만난 그림책은 I LOVE 그림책 시리즈 같지 않고

어른들을 위한 위로의 그림과 글을 배열해놓은 것 같았다.

나는 위로가 필요했다.

지난 시간 내가 애쓰고 힘겹게 이루었던 자리에서 물러나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틈이 생겼고, 그 틈을 즐기고 싶은 욕심이 좀 있었 던 것 같다.

어느 밤 펼쳐 본 그림책.

 

"순간 수집가 (크빈트 부흐홀츠 글, 그림/보물창고 펴냄)"은 제목이 주는 신비함과

표지가 주는 물음이 묘했다.

들판을 바라보는 듯한 뒷모습, 옆에 놓인 커다란 가방을 보니 어딘가 긴 여행을

떠나거나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인 것 같았다.

 

 

주인공 '나'는 섬의 항구 근처 주택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나의 집 5층에 화가 막스 아저씨가

이사를 오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라고는 없는 나와 친구가 된다.

나는 안경을 쓰고 뚱뚱해 언제나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된다.

그런 내가 마음을 내어 주고, 막스 아저씨의 그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아저씨가 내가 마음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혹은 또 다른 이유로 집을 비울 땐 나에게 집을 부탁하고 떠난다.

아저씨의 그림은 때로는 많은 것을 얘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보는 것만으로도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기도 한다.

그림에 담긴 순간을 수집하는 순간 수집가답게.

 

 

나는 막스 아저씨의 순간을 보며 상상력을 발휘해보기도 하고 아저씨의 감정을 공유하기도

한다.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순간을 즐기는 시간들이 지나 나는 어른이 되었고, 나의 길을

찾는데 제일 큰 영향을 준 아저씨를 생각한다.

유일하게 나를 연주자 선생님으로 불러주던 아저씨를 기억하며.

그림과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는 아저씨와 볼품없는 소년의 대화들에 귀를 기울였다.

소년은 언제난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 생각하고 아저씨는 그런 소년에게 그림 속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소년은 아저씨의 말대로 연주를 하며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 된다.

순간 수집가는 그림 속에 장면을 담는 막스 아저씨의 눈을 통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장면들을 찾아내는 시간이며 상상력을 동원해 각자 그림 속에서 보이는 것들을 의지대로

해석할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한다.

나의 순간, 그 순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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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1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러스트 멋집니다. 색감이 아주 부드럽고 평온한 느낌이네요. 순간 수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