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배은희 지음 / 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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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지루한 이번 여름은 나와 남편의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잊고 지내던 두려움을 다시 한 번 맛 본 시간이었다.

다시 시작된 남편의 치료가 결정된 구월, 책 한 권이 나를 찾아왔다.

 

"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배은희 에세이, 놀 펴냄)"

막연하게 책의 제목을 보고 아기가 태어났구나. 라고 생각하곤 표지를 보며 우리 부부말고

모두는 참 행복하구나... 싶어 쉽사리 책을 펼쳐보지 못했다.

 

어떤 에피소드로 사랑을 배울 만큼 행복한가 엿보기로 하고 우선 소제목만 읽기로 했다.

그리고 2장에 <언젠가 돌려보내야 할 사랑>이라는 제목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항암을 하는 남편을 항암 주사실에 넣어두고 보호자 대기실에 앉아 책을 읽는 시간,

사랑을 배우는 작가와 가족들이 느끼는 시간의 무게를 느끼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평범한 범주의 삶을 살던 작가는 제주에 거주하며 나와 같은 직업(이전 직업)인

그림책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책을 통해 소통을 하던 중 11개월 은지를 만난다.

사회복지 수업을 듣는 내게 가정위탁제도는 낯설지 않았으며 아이가 없는 우리

부부는 남편의 발병 전 입양에 대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던 터라 은지네 가족

이야기에 더욱 더 집중이 되었다.

은지를 만나기 전 걱정했던 부분들과 공부를 하며 가정위탁에 대한 준비를 하던

가족들의 모습에서 이미 사랑을 나눌 준비가 된 여유와 정성이 느껴졌다.

그리고 은지를 만나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 아이를 먹이고 재우는 작가의 설명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자꾸 떠올랐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다뤄지던 주제를 책을 접하니 한 가족의 지난 7년을 엿보는 것

같은 기분과 동시에 시간이 주는 무게, 어느 순간 은지가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을

때 어떻게 할까라는 불안감이 밀려 들었다.

 

아마 나는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겁을 내는 사람인 것 같다.

은지를 처음 만난 날부터 엄마는 매일이 전쟁이고 신기한 경험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은지가 보는 세상을 조금 더 밝고 건강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그 마음이 느껴져 읽는 내내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오빠와 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은지, 생모를 언니라 부르는 아이의 눈에

키워주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세상 모든 엄마의 모습으로 각인된 모양이다.

은지를 위탁한 것이 아니라 잠시 동안 가족이 위탁되었다 표현하는 부분에서

은지의 위탁가정이 어떤 가정인지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졌다.

지금 내 앞에 펼쳐진 고통의 무게로 나는 그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은 상황

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이 고통의 시간이 지나면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사랑을 배우는 시간의 무게... 그 무게가 전달되는 책을 만나 행복한 가을이

시작될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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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희 2021-09-24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자 배은희에요.
읽고, 정성스런 서평까지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은 위탁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낯설고, 쉽게 읽히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달걀로 바위치기일지라도 저는 계속 하려고 합니다.
바위를 깨지는 못 해도, 바위를 감쌀 수는 있을테니까요^^
그 믿음으로 오늘도 위탁가족의 목소리를 내 봅니다.
함께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큰 힘이 됐어요.
행복한 가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