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야! 토끼야! I LOVE 그림책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지음, 탐 리히텐헬드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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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시작부터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급기야 눈이 내리고

이어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추운 밤 밖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를 벗 삼아 그림책 한 권을 읽어

보았다.


"오리야! 토끼야!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글, 보물창고 펴냄)"는 제목이 주는

궁금증과 표지가 주는 귀여움이 뒤섞인 그림책으로 오른쪽과 왼쪽에 서로

다른 표현이 있어 표지를 보며 나 역시 주인공이 오리인지 토끼인지

궁금해졌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그림 속 주인공에 대해 토론이 이어진다.

토끼의 귀같기도 하고 오리의 부리같기도 한 그림에 나 역시 그림책을

돌려가며 방향에 따라 다른 주인공을 유추해보았다.

빵을 먹는 오리인지? 당근을 먹는 토끼인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이 친구가 더욱 궁금해지는 건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잠자는 상상력을 동원해 이 친구가 오리인지, 토끼인지 결말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누가, 어떤 시선으로 보는가에 따라 이 친구의

이름이 정해지는 재미가 나름 괜찮아 다음 장, 또 다음 장을 넘기며

메마른 상상력을 깨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하늘과 바다가 등장하며 물 속에 오리의 부리 대신 토끼의 귀가 들어가

더위를 식힌다는 의견과 목이 마른 오리가 물을 마신다는 의견들에 나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의 의견을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틀리지 않았다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결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다양한 시선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 정답을 찾아내기 보다 서로의

상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이라

오리도 토끼도 아닌 그 어떤 것으로 해석해도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이번에는 또 누가 새로운 발견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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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릴리 아가씨 푸른 동시놀이터 13
김이삭 지음 / 푸른책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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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이 살금살금 봄을 피해 뒷걸음을 치는 기분이다.

아직은 매서운 바람이 가득하지만, 낮이면 봄을 닮은 햇빛이 구석구석에

남은 얼음과 눈을 녹이고 있다.

잠이 쉬이 들지 않는 밤, 책 한 권으로 위로를 받고 싶어 꺼내든 동시집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 (김이삭 동시집, 푸른책들 펴냄)"는 표지 그림과

제목이 주는 귀여움에 괜히 마음이 간질거렸다.

봄바람이 살랑일 때면 동네 어느 골목길에서 색이 다른 고양이들을

마주치곤 했는데 혹시 그 중에 릴리 아가씨가 있었을까?

괜한 상상에 기분이 몽글해졌다.

4부로 나누어 각 부마다 소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동시집은 때때로 고양이다

등장하고 시골집 이야기나 바다, 농부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가며 이어진다.

고양이 릴리 아가씨를 읽으며 도도하고 사뿐거리며 길고 느리게 기지개를

켜는 릴리 아가씨의 모습이 그려져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담장 밑에서 잠을 청하는 길고양이를 만난다면 밥보다 잠을 외치며 유리

구두를 벗고 낮잠을 청하던 릴리 아가씨를 떠올릴 것만 같다.

동시집을 읽는 내내 그저 그런 일상 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에 살짝 놀랐고 유난스럽거나 분주하지 않은 동시들을 따라 시인이 본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등장하는 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3월이다. 아직은 꽃샘추위에 꽃을 피우기 위해 변덕스러운 날씨들이

이어지지만 겨울과 봄을 잇는 시간이 지나면 향기롭고 화려한 봄이

시작될 것이고, 동네를 누비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우리동네에 사는 릴리 아가씨를 찾아 걷는 내내 봄마중을 하는 아이처럼

나도 설레일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내가 읽고도 괜히 마음이 포근해지던 동시들로 곧 올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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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캠프 Wow 그래픽노블
재럿 J. 크로소치카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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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음에도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월이다.

겨우내 편치 않았던 마음 자락을 펼쳐 먼지라도 털어버려야지 생각했던

나는 다시 겨울잠을 청하듯 마음 자락을 서둘러 접어 밑바닥에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차디 찬 마음을 데울 무언가가 필요해 읽기 시작한 책은 "햇빛 캠프(재럿 J.

크로소치카 글, 그림/보물창고 펴냄)"있었다.



제목만 보고 난민과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삶과 죽음,

희망을 가르쳐 준 일주일 동안의 캠프"라는 설명에 어쩌면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고등학생 재럿은 친구들과 일주일 동안 소아 난치병을 앓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하는 햇빛 캠프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된다.

재럿은 가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야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알지 못해 고민스러웠다.

햇빛 캠프는 그저 봉사자의 역할로 끝날 줄 알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기록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대상자가 정해지고, 재럿은 살짝 고민스러웠다.

귀엽고, 다정한 아이들과 한 팀을 이뤄 일주일을 웃으며 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치료로 머리카락을 잃은 아이도 그의 가족들도 어느 일상에서나 마주할

법한 모습이라 재럿은 신기하고 놀라웠다.

재럿이 담당할 디에고는 덩치가 큰 뇌종양을 앓는 아이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다른 친구들이 캠프를 즐기는 모습을 보기만 하는 친구였다.

치료와 병원 생활로 지친 디에고를 캠프 활동에 참여시키고 싶지만, 디에고는 하고 싶지 않다는 답을 할 뿐이다.

재럿은 그런 디에고 옆에서 그림을 그린다.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그리며 디에고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준다.

디에고가 마음을 열고 캠프를 즐기기 사작하자 약속된 일주일은 끝나는 중

이었다.

다시 각자 일상으로 돌아갔고, 캠프에서 봉사자였던 그들도 자신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본다.

어느 날 캠프에서 만난 에릭의 죽음을 마주하며 미래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던 재럿은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그래픽노블 중 한 권인 이 책은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 더 마음에 와닿았는지

모른다.

아픈 아이들과 만남, 낯선 환경에서 적응, 봉사자들 간 소통 등이 그려져 마치

내가 캠프에 참여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투병으로 외모가 변해버린 친구들, 치료를 위해 연결된 장치들... 어쩌면 첫

대면부터 경험하지 못한 낯선 것들로 불편하고 당황스러웠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살아가고 살아내는 시간을 그 후에 맞이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별까지 잘 견뎌낸 재럿과 친구들이 그저 대견하다.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봄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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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키즈 Wow 그래픽노블
베티 C. 탕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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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고 두 번째 달, 이월이다.

누군가에겐 희망이고, 누군가에게는 어색한 새해지만 모두 제 걸음을

걸어내고 있다.

나는 아직 길 위에서 내 걸음에 대한 생각들로 제대로된 첫 걸음을 시작

하지 못한 기분이다.


그러다 만난 이야기 "낙하산 키즈 (베티 C.탕 지음, 보물창고 펴냄)"는 내게

작은 울림을 선사했다.

낙하산 키즈는 부모없이 홀로 떨어져 조기 유학 생활을 하는 아이를 뜻한다고 한다.


대만에서 유학 생활을 위해 미국으로 온 삼남매는 비자와 경제적인

문제로 부모와 떨어져 이모와 삼촌이라 불리는 이들의 이웃이 되어

생활을 한다.

당장 영어가 되지 않는 아이들은 학교 생활도 동네도 낯설기만하다.

더구나 불법체류자로 유학 중인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곳도 없는

상황이다.


더 많은 기회와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설명으로 아이들의 외로움과

공포는 해소되지 않는다.

방구석에서 슬픔을 달래는 막내 앤은 아직은 어린 아이라 가지고 싶은

게임기를 훔치고 그로 인해 경찰과 함께 집으로 오게 되지만 아이와

아이의 보호자인 미성년 언니 제시를 보고 보호를 받은 어른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으로 사건을 마무리한다.

이제 아이들을 도와줄 어른은 그 어디에도 없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부모가 당장 아이들에게 올 수 없으니 공부를

하며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진다.

오빠 제이슨의 사고로 아이들은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자신도 부모에게

솔직하게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침대

속으로 숨는다.


꿈을 가지고 오른 유학길이었고, 부모의 그늘이 없어도 버텨낼 줄

알았는지 모른다.

의식이 없는 제이슨을 위해, 병원비를 위해 미국행을 포기한 부모를

위해 제일 먼저 침대를 벗어낸 아이는 앤이었다.

동네를 돌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매일 돈을 모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제시 역시 식당에서 일을 하며 매일을 채워나간다.

가족들이 다같이 모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각자 무엇을 위해

걸어내야 하는지 고민한다.

이제 아이들은 서로를 위해 손을 잡아본다.

아직은 소소한 잡음이 있지만, 부모님이 자신들을 위해 어떤 희생을

하는지 서로가 어떤 일들로 힘들어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어려움을 통해 제 걸음의 소중함과 가족의 사랑을 느낀 아이들은 처음

미국에 온 그때보다 조금 더 성장했고,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야기를 통해 이방인의 낯설고 고독한 시간을 그 속에서 성장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새해 내가 걸어내야 할 길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잘 걸어내자,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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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북 Wow 그래픽노블
레미 라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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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걸음으로 여름이 물러가고 있다.

두어 번 폭우에 가까운 비가 내렸고, 바람을 따라 온 이슬비들이

춤을 추던 시월이 중반을 지나자 사뿐거리는 걸음으로 가을이

뜀박질을 시작하는 중이다.

서늘한 밤이면 더위에 지쳐 밀어두었던 책들을 한 권씩 꺼내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래서 시월의 밤은 지루한 여름의 밤들과 달리 아껴두어도

아침이 빨리 찾아온다.

그림책을 시작으로 가을 독서가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읽기

시작한 이야기는 기온이 뚝 떨어진 요즘만큼이나 서늘한 이야기이다.

"고스트 북 (레미 라이 지음, 보물창고 펴ㄴ냄)"이라는 이 책은

그래픽노블 시리즈 중 하나로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우두와 마면이 등장해 누군가를 저승으로 데리고 가야하는 12년 전

어느 날, 여자 아기와 남자 아기는 어쩐 일인지 살아남았다.

그리고 12년 후, 여자 아기였던 줄리 첸은 명랑한 학생이 되었지만

귀신을 보는 아이가 되었다.

중국 문화권에서는 음력 7월은 '귀신의 달'이라도 부른다고 한다.

저승 문이 열리고 죽은 사람들의 혼이 이승으로 내려와 산 사람들의

집을 방문한다고 전해지는 귀신의 달.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음식을 차려

놓는다고 하는데 줄리 첸과 친구들 역시 이런 시도를 하다 줄리 첸은

남자 아이 귀신을 마주하게 된다.

언젠가 <코코>라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는데 묘하게 배경이나

스토리가 닮아 줄리 첸을 따라다니는 밤이 되었다.

줄리 첸과 마주쳐 자신의 상태를 엄마에게 알려 달라는 윌리엄 쟈오는

귀신이 아닌 유체이탈자라고 하는데 귀신의 달에 학교 밖으로 나가

윌리엄 쟈오의 부탁을 들어 주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줄리 첸은 윌리엄 쟈오를 삼키려는 아귀에게서 아이를

구하고 이 황당하고 무시무시한 상황을 원래대로 돌려 놓으려 모험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시작된 모험은 아이들이 저승의 문턱까지 넘어야하는

지경에 이른다.

아마도 아이들은 그 누구도 해치고 싶지 않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야 했던 모양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문득 드는 생각, 이 두 아이는 죽음이 정해진

아이들이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아이들은 살아남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며 제 몫의 삶을 살아내는 모습이 이야기의

배경에 비해 너무도 따뜻해 귀신이 등장하는 이야기 임에도 삶과

죽음에 관한 무거운 주제 임에도 내가 아는 귀신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는 반전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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