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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릴리 아가씨 ㅣ 푸른 동시놀이터 13
김이삭 지음 / 푸른책들 / 2024년 12월
평점 :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이 살금살금 봄을 피해 뒷걸음을 치는 기분이다.
아직은 매서운 바람이 가득하지만, 낮이면 봄을 닮은 햇빛이 구석구석에
남은 얼음과 눈을 녹이고 있다.
잠이 쉬이 들지 않는 밤, 책 한 권으로 위로를 받고 싶어 꺼내든 동시집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 (김이삭 동시집, 푸른책들 펴냄)"는 표지 그림과
제목이 주는 귀여움에 괜히 마음이 간질거렸다.

봄바람이 살랑일 때면 동네 어느 골목길에서 색이 다른 고양이들을
마주치곤 했는데 혹시 그 중에 릴리 아가씨가 있었을까?
괜한 상상에 기분이 몽글해졌다.

4부로 나누어 각 부마다 소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동시집은 때때로 고양이다
등장하고 시골집 이야기나 바다, 농부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가며 이어진다.
고양이 릴리 아가씨를 읽으며 도도하고 사뿐거리며 길고 느리게 기지개를
켜는 릴리 아가씨의 모습이 그려져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담장 밑에서 잠을 청하는 길고양이를 만난다면 밥보다 잠을 외치며 유리
구두를 벗고 낮잠을 청하던 릴리 아가씨를 떠올릴 것만 같다.

동시집을 읽는 내내 그저 그런 일상 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에 살짝 놀랐고 유난스럽거나 분주하지 않은 동시들을 따라 시인이 본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등장하는 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3월이다. 아직은 꽃샘추위에 꽃을 피우기 위해 변덕스러운 날씨들이
이어지지만 겨울과 봄을 잇는 시간이 지나면 향기롭고 화려한 봄이
시작될 것이고, 동네를 누비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우리동네에 사는 릴리 아가씨를 찾아 걷는 내내 봄마중을 하는 아이처럼
나도 설레일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내가 읽고도 괜히 마음이 포근해지던 동시들로 곧 올 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