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북 Wow 그래픽노블
레미 라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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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걸음으로 여름이 물러가고 있다.

두어 번 폭우에 가까운 비가 내렸고, 바람을 따라 온 이슬비들이

춤을 추던 시월이 중반을 지나자 사뿐거리는 걸음으로 가을이

뜀박질을 시작하는 중이다.

서늘한 밤이면 더위에 지쳐 밀어두었던 책들을 한 권씩 꺼내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래서 시월의 밤은 지루한 여름의 밤들과 달리 아껴두어도

아침이 빨리 찾아온다.

그림책을 시작으로 가을 독서가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읽기

시작한 이야기는 기온이 뚝 떨어진 요즘만큼이나 서늘한 이야기이다.

"고스트 북 (레미 라이 지음, 보물창고 펴ㄴ냄)"이라는 이 책은

그래픽노블 시리즈 중 하나로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우두와 마면이 등장해 누군가를 저승으로 데리고 가야하는 12년 전

어느 날, 여자 아기와 남자 아기는 어쩐 일인지 살아남았다.

그리고 12년 후, 여자 아기였던 줄리 첸은 명랑한 학생이 되었지만

귀신을 보는 아이가 되었다.

중국 문화권에서는 음력 7월은 '귀신의 달'이라도 부른다고 한다.

저승 문이 열리고 죽은 사람들의 혼이 이승으로 내려와 산 사람들의

집을 방문한다고 전해지는 귀신의 달.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음식을 차려

놓는다고 하는데 줄리 첸과 친구들 역시 이런 시도를 하다 줄리 첸은

남자 아이 귀신을 마주하게 된다.

언젠가 <코코>라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는데 묘하게 배경이나

스토리가 닮아 줄리 첸을 따라다니는 밤이 되었다.

줄리 첸과 마주쳐 자신의 상태를 엄마에게 알려 달라는 윌리엄 쟈오는

귀신이 아닌 유체이탈자라고 하는데 귀신의 달에 학교 밖으로 나가

윌리엄 쟈오의 부탁을 들어 주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줄리 첸은 윌리엄 쟈오를 삼키려는 아귀에게서 아이를

구하고 이 황당하고 무시무시한 상황을 원래대로 돌려 놓으려 모험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시작된 모험은 아이들이 저승의 문턱까지 넘어야하는

지경에 이른다.

아마도 아이들은 그 누구도 해치고 싶지 않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야 했던 모양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문득 드는 생각, 이 두 아이는 죽음이 정해진

아이들이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아이들은 살아남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며 제 몫의 삶을 살아내는 모습이 이야기의

배경에 비해 너무도 따뜻해 귀신이 등장하는 이야기 임에도 삶과

죽음에 관한 무거운 주제 임에도 내가 아는 귀신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는 반전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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