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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캠프 ㅣ Wow 그래픽노블
재럿 J. 크로소치카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10월
평점 :
봄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음에도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월이다.
겨우내 편치 않았던 마음 자락을 펼쳐 먼지라도 털어버려야지 생각했던
나는 다시 겨울잠을 청하듯 마음 자락을 서둘러 접어 밑바닥에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차디 찬 마음을 데울 무언가가 필요해 읽기 시작한 책은 "햇빛 캠프(재럿 J.
크로소치카 글, 그림/보물창고 펴냄)"있었다.

제목만 보고 난민과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삶과 죽음,
희망을 가르쳐 준 일주일 동안의 캠프"라는 설명에 어쩌면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고등학생 재럿은 친구들과 일주일 동안 소아 난치병을 앓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하는 햇빛 캠프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된다.
재럿은 가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야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알지 못해 고민스러웠다.
햇빛 캠프는 그저 봉사자의 역할로 끝날 줄 알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기록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대상자가 정해지고, 재럿은 살짝 고민스러웠다.
귀엽고, 다정한 아이들과 한 팀을 이뤄 일주일을 웃으며 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치료로 머리카락을 잃은 아이도 그의 가족들도 어느 일상에서나 마주할
법한 모습이라 재럿은 신기하고 놀라웠다.
재럿이 담당할 디에고는 덩치가 큰 뇌종양을 앓는 아이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다른 친구들이 캠프를 즐기는 모습을 보기만 하는 친구였다.
치료와 병원 생활로 지친 디에고를 캠프 활동에 참여시키고 싶지만, 디에고는 하고 싶지 않다는 답을 할 뿐이다.
재럿은 그런 디에고 옆에서 그림을 그린다.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그리며 디에고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준다.
디에고가 마음을 열고 캠프를 즐기기 사작하자 약속된 일주일은 끝나는 중
이었다.
다시 각자 일상으로 돌아갔고, 캠프에서 봉사자였던 그들도 자신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본다.
어느 날 캠프에서 만난 에릭의 죽음을 마주하며 미래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던 재럿은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그래픽노블 중 한 권인 이 책은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 더 마음에 와닿았는지
모른다.
아픈 아이들과 만남, 낯선 환경에서 적응, 봉사자들 간 소통 등이 그려져 마치
내가 캠프에 참여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투병으로 외모가 변해버린 친구들, 치료를 위해 연결된 장치들... 어쩌면 첫
대면부터 경험하지 못한 낯선 것들로 불편하고 당황스러웠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살아가고 살아내는 시간을 그 후에 맞이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별까지 잘 견뎌낸 재럿과 친구들이 그저 대견하다.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봄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