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호넷 - The Green Horne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헐리웃 영화에서 '액션'이라는 장르 중에서도 '히어로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름 크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시리즈만 봐도 그렇고, 이들은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 아니면 도시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서 시민을 살리는 영웅으로 그려지며 꽤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다. 물론 이런 '맨'시리즈 이외에도 수많은 영웅들이 사람들 상상 속에서 활약을 펼치며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히어로물의 영웅들은 보통 우리와 같은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절대강자가 아닌 꽉낀 슈트를 입고 멋진 가면을 써도 적과 싸우는 와중에도 총을 피해야 하는 다소 임팩트가 떨어지는 모습으로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즉 완전체가 아닌 불완전한 영웅의 모습으로 말이다. 최근 학원 히어로물 <킥 애스>만 봐도 그렇고..

2011년 첫 액션 히어로물 <그린 호넷>,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그러면서 여기 그런 완성되지 못한 영웅의 모습 아니, 불완전한 정도가 아닌 똘끼충만의 꽤 머저리같은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묘하게 이목을 끈 영화가 있다. 전작 <이터널 선샤인>, <수면의 과학>을 통해서 자신만의 영상미학을 공구리쳐 왔다는 '미셸 공드리'감독, 그만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블록버스터급의 액션 히어로물로 탄생시켰으니 이름도 엣지있게 발음좋게 '그린 호넷'이다. 그리고 '그린 호넷'에서 영웅을 맡은 이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이제는 살집이 올라 마치 '잭 블랙'같아 보이기도 한 미국 코미디계의 샛별 '세스 로건'과 아시아의 젊은 미남자에 엄친아 '주걸륜'이 도시의 영웅으로 분전했다. 그리고 그런 영웅을 돕는 섹시한 비서역으로 '캐머론 디아즈'와 영웅에 맞설 악당으로 분전한 '크로스토프 왈츠'가 출연해 눈길을 끌었으니,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철없는 백만 장자,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다! | 우리의 룰대로 세상을 튜닝한다!

미디어 재벌의 외아들인 브릿 레이드(세스 로건)는 정의로운 언론인 부친과는 달리 매일 파티만 즐기며 소일하는 한량 중에 한량. 하지만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에 충격을 받은 그는 부친의 뜻을 따라 처음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자 다짐한다. 결국 브릿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직원이었던 케이토(주걸륜)와 힘을 합쳐 수퍼 히어로의 삶을 선택하는데! 도시를 타락시키는 악당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브릿과 케이토는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며 눈에 띄는 방법을 택한다. 마침내 완성시킨 엄청난 장비와 화력을 겸비한 수퍼카 ‘블랙 뷰티’를 타고 밤의 거리를 장악한 그린 호넷 콤비는 암흑 세계의 보스 추노프스키(크리스토프 왈츠)와의 전면 대결을 선포하는데…



이렇듯 영화의 줄거리나 구도는 지금껏 히어로물들이 그러하듯 '영웅 대 악당'의 플롯이다. 즉 영웅이 악당이 물리치는 이야기, 이 초딩스런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사골국 우려내듯 유구한 원작 시리즈를 빌어 이렇게 영화를 만들어내는 헐리웃 시장은 역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영웅은 분명 기존과는 다른 모습이다. 보통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초능력자도 아니요, 총을 맞으면 곧바로 죽을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인간이다. 그런데 그 인간은 돈이 너무 많아 한량짓으로 허송세월하는 미디어 재벌의 아들 '브릿'(세스 로건)이다. 그러다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죽자 그 거대 신문사를 맡게 되면서 그는 한량짓을 그만두고 일에 매진하려 한다. 그런데 놀기만 했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그에게 다가온 이가 있었다.

'그린 호넷'의 히어로는 둘, '블랙 뷰티'를 타고 악당의 속을 긁는다.

바로 아버지의 숨겨둔? 비서이자 차량 정비공에 무기 제조술은 물론 무술 실력까지 뛰어난 케이토(주걸륜)가 합세하며, 브릿은 공상에 들어간다. 곧바로 케이토와 함께 그가 만들어낸 범퍼카 아니 '블랙 뷰티'를 타고 밤의 세계를 돌아다닌다. 그러다 아버지 무덤가에서 동상의 머리를 잘라와 그것을 가지고 신문에 대서특필해 이목을 집중시키게 하고, 그런 짓을 한 자를 '그린 호넷'이라 명명하며 이른바 '안티 히어로'로써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한다. 참.. 남는게 돈이요 시간이다 보니 이런 발상을 한 것인데, 그 와중에 범죄학을 전공한 자존심 강한 미녀 비서 '르노어'(카메론 디아즈)까지 가세해 두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그녀는 '그린 호넷' 콤비의 활동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뭐.. 그렇다고 디아즈가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린 호넷' 콤비 브릿과 케이토는 그 도시의 우범지대로 들어가 '블랙 뷰티'를 타고 무법천지인 그곳에서 제대로 불을 지핀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아니 도시 전체에 '그린 호넷'이 주목을 받게 되자, 그 무법지대의 보스인 '처드놉스키'는 앙앙불락되며 자신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그린 호넷'을 제거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고, 결국에 음모까지 꾸미며 누구와 손을 잡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브릿과 케이토는 미녀 비서 때문에 티격태격 싸우기까지 해 서로가 잠시 떨어져 있게 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마수를 뻗쳐 온 처드놉스키 악당.. 그러면서 이들의 대결은 마지막에 액션물답게 총격전은 물론 자동차 추격씬으로 쫓다가 들어간 그 신문사에서 쏘고 터지고 부수고 아주 제대로 터뜨리며 액션 히어로에 방점을 찍는다.

과연 그린 호넷 콤비는 악당을 무찌르며 영웅으로 등극했을까..
아니면 계속 정체를 숨긴 채 다음 꺼리를 찾아 나섰을까.. 마지막도 뻔한 히어로물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세스 로건'이 분한 히어로, 진정한 모습이 아닌 머저리 영웅이다.

이렇듯 영화는 '그린 호넷'이라는 영웅으로 분전한 두 남자의 활약상을 액션물답게 그린 영화다. 그런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들의 모습은 그렇게 슈퍼 히어로답지 않다. 특히 세스 로건이 분한 '브릿'이라는 인물은 무술 실력은 고사하고 살집도 다소 있어 외견상 히어로스럽지 않거니와 겁도 많아 기실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한껏 폼만 잡는 품행이 방정맞은 놈으로 리얼 히어로와는 반대다. 더군다나 그가 왜 '그린 호넷'이 되어 이 마구방발식 무람없는 안티 히어로의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개연은 전혀 안 보인다. 그냥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니 제대로 설명이 안 된 셈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영웅들과는 달리 악행을 저질러 악당의 심기를 건드리는 톡특한 전략을 구사하며 살길을 찾는 방식이다. 즉 그는 완전체 영웅이 아닌 것이다.

이에 반해 '브릿'과 다른 느낌으로 주걸륜이 맡은 '케이토' 역. 먼저 이 시리즈가 가장 유명해진 것은 1966년 미국 <ABC>의 TV시리즈에서 케이토 역을 '이소룡'이 맡으면서 부터다. 그 역을 바로 79년생의 홍콩의 또 다른 미남자 '주걸륜'이 맡으면서 새롭게 눈길을 끈 것인데, 소문으로는 이 역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서 한국의 이소룡을 자처하고 싶어한 배우 '권상우'가 맡을 뻔 했다가 언어문제로 고사했다는 후문이 있다. 아무튼 주걸륜이라는 배우는 영화 <황후화>에서 당 고조의 셋째 아들 '이원걸'역을 했는데 눈여겨 보질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강호는 제대로 봤는데, 같은 남자가 봐도 무언가 매력이 물씬 풍기는 배우이자 그런 마스크를 지녔다. 마치 미소년같은 모습도 보이면서도 강인함 보다는 유연함이 돋보이는 게, 참 매력적이다.



여기 극 중에서 중요한 배역인 '케이토' 역은 바로 뒷골목에서 험난하게 자란 덕분에 온갖 무술에 능통, 기상천외한 발명품도 척척 만들어내는 천재이자 브릿의 아버지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그를 도와 슈퍼히어로의 삶을 살게 되는 배역이다. 물론 브릿의 보조로 나오지만 그는 절대 보조가 아니다. 또 '블랙 뷰티'를 계속 운전하다보니 마치 조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브릿과 다른 제대로 된 영웅심리가 내재돼 있다. 그래서 그가 악당을 무찌를 때 시퀀스는 무언가 집중을 하면 시야가 멈춘듯 느려지며, 그는 나비처럼 날아 벌같이 쏘는 신개념의 무슬 액션으로 새로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런 연출은 정말 돋보이게 제대로 볼만했다. 나중에 브릿도 이걸 따라하다가 마지막에 실패했지만, 아무튼 '그린 호넷'에서 제대로 된 영웅은 '케이토'로 분한 주걸륜이 아닐까 싶다. 

'케이토'로 분한 '주걸륜', 매력적인 게 '그린 호넷'에서 그나마 볼만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이면서도 또 기존의 히어로물과 궤를 달리하는 느낌이 다분히 많은 영웅물이다. 절대강자도 아닌 절대약자도 아닌 '블랙 뷰티'라는 슈퍼카로 중무장하고 밤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그들은 블랙슈트를 입고 배트맨 같은 반면 가면을 썼지만 좌충우돌 악당과 부딪치면 무언가 임팩트한 면을 보이진 않는다. 이게 다 품행제로 '브릿'으로 분한 '세스 로건' 배역 때문인데, 그런 다소 코믹적이고 머저리같은 모습이 불완전체 영웅을 보듯 일견 새로운 재미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게 다다. 그래도 명색이 슈퍼히어로를 다룬 블록버스터급이라 표방했다면 기대치가 있기 마련인데, 사실 이 영화는 불친절하게도 꽤 임팩트한 면을 보이지 않았다. 액션씬의 시퀀스도 마지막 장면을 빼고는 다소 평이한 수준이다.

특히 '블랙 뷰티'라는 슈퍼카의 존재도 꽤 복고적인 느낌으로 기실 '배트맨'이 타고 다니는 그 슈퍼카보다 못한 느낌이다. 더군다나 이야기의 구성이나 전개도 사실 치밀하지 못하고, 이들의 펼친 악당과의 한판 사투는 여자 비서까지 얽히고 무람없이 전개돼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다. 즉 블록버스터급은 절대 아니고, 소소한 오락 액션물로는 볼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대신에 '그린 호넷'에서 몇 번의 무술씬을 영화적 연출로 색다른 재미를 부여한 '주걸륜'<바스터즈:거친 녀석들>에서 독일장교로 한 포스한 '크리스토프 왈츠'가 분한 기이한 무법보스의 이미지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뭐.. '카메론 디아즈' 누님은 그냥 탱큐고..

아무튼 개인적으로 영화 '그린 호넷'은 사실 '미셀 공드리' 감독의 위명에 못 미친다는 혹평이 있는 걸 안 상태에서 봤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대치를 낮추고, 본 것이라 그런지 그러저럭 볼만했다. 특히 주걸륜의 무술 액션씬은 색다른 재미를 준 백미다. 그렇다면 '케이토' 그가 진짜 슈퍼히어로가 아닐까? '브릿'은 전형적인 입만 살은 영웅, 보는 내내 그런 밉상도 처음이다. 사실 히어로물 이야기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시리즈도 간다면.. 다음에 '케이토'를 원톱으로 한번 내세워라.. '세스 로건'은 진짜 아니다. 물론 그게 컨셉이긴 하지만, 역시 이래서 히어로물이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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