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 Shanghai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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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를 정말로 묻지 않을 수 없는 영화가 바로 '상하이'가 아닐까? 영화적 규모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미중일 배우들을 대대적으로 쓰면서 홍보에 열을 가했던 영화 '상하이', 더군다나 그 어떤 근대의 역사 속으로 안내를 하듯 '1941년, 진주만 공격의 거대한 음모가 밝혀진다'로 주목을 끌었던 이 영화는 사실 어느 장르 하나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또한 '초호화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명시에 드라마적 블록버스터까지 불렸지만, 정작 '상하이'라는 세트 안에서 서로 허우적대며 참 때꾼하게 그려진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영화 평론가들은 물론 누리꾼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인데, 블록버스터는 고사하고 참 심심하게 전개되는 등 어느 것 하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세계 열강이 다투는 화약고이자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격정의 도시 '상하이'를 배경으로 이들이 펼친 드라마적인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1941년, 진주만 공격의 거대한 음모가 밝혀진다

1941년, 진주만 공격 60일 전… 세계 열강의 세력 다툼과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격정적인 도시 상하이. 미 정보부 요원인 폴(존 쿠삭)은 동료의 의문에 싸인 죽음을 밝히기 위해 기자로 위장해 상하이에 잠입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폴은 혼란의 도시 상하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강대국간의 거대한 음모를 눈치챈다. 폴은 음모의 중심에 있는 상하이 지하조직 삼합회 보스인 앤소니(주윤발)와 그의 매혹적인 아내 애나(공리), 그리고 비밀의 열쇠를 쥔 일본 정보부의 수장 다나카 대좌(와타나베 켄)에게 접근해 전쟁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일본은 비밀리에 함대를 빼돌려, 제2차 세계대전의 서막을 알리는 진주만 공격을 시작하는데…

이렇게 영화는 역사적 사건이기도 한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 60일 전이라는 명제를 던지고, 세계 열강의 화약고로써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격정의 도시 '상하이'를 배경으로 네 명의 군상을 통해서 다소 얽히고설킨 구도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런 네 명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바로 '폴'(존 쿠삭), 그는 뼈속까지 미국인으로 그 시대를 바라보는 관중으로 나선다. 그래서 어떤 정보 입수에 최우선인 CIA 첩보원 출신으로, 그와 같은 동료가 여기 상하이에서 암약중에 어느 날 한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이에 폴은 기자로 위장해 상하이에 잠입하고 사건을 조사하는데, 그러면서 폴 주변으로 세 명의 군상이 꼬약꼬약 꼬여든다. 그런데 꼬인다기 보다는 폴 주변에 서성이는 정도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로 일본 정보부 수장인 '다나카'(와타나베 켄)가 초반에 그를 매질로 취조를 하며 우선 나오며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데, 상하이 마피아 보스 '앤소니'(주윤발)는 어느 무도회장에서 나타나더니, 바로 앤소니의 아내이자 '상하이를 뒤흔든 치명적 아름다움의 소유자'라 언급된 애나(공리)까지 가세하며, 이렇게 이들 셋은 미 정보부 요원인 '폴' 주변에 나타나 그를 위기에 빠뜨리는 식으로 전개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애나'의 알 수 없는 무언가 미스터리한 매혹에 빠진 폴은 임자있는 그 여자와 금지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등, 영화는 기본적인 첩보와 스릴러라는 장르에 로맨스인 멜로까지 집어넣는 무리수를 둔다. 그것이 바로 극의 흐름을 깨는 것으로, 왜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에 대한 개연성도 부족하다.

'초호화 글로벌 프로젝트'가 무색하게 때꾼한 영화 '상하이', 최선입니까?

그러면서 여기 '애나'만이 어찌보면 고군분투하듯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그녀는 바로 중국 저항군 출신, 그래서 이 상하이에서 일본군 세력에 맞서 싸워는 보스의 아내로 분하며 혼자서 애를 썼으니, 이제는 40대 중반이지만 공리의 매력은 어찌됐든 많이 발산된 셈이다. 하지만 폴의 동료가 죽은 것이 결국에는 다나카의 애인과 관련되면서 이 영화는 그 거대한 음모에 맞선 군상의 대결을 한 순간에 치정으로 극화시키며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영화 말미에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격하게 됐으니, 어서 그 불똥이 이곳으로 튀기 전에 위험한 상하이를 떠나게 된 폴, 물론 사건 조사차 들어 올때는 혼자였지만, 나갈 때는 그 옆에 여자가 있었으니 바로 애나였다. 그렇다면 그는 성공한 인생?!

이렇게 영화는 '역사도 맞지 못한 그들의 운명이 시작된다!'는 홍보 문구처럼, 또 '전쟁보다 잔인한 사랑이 온다!'처럼 가열하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 문구로 결국에는 첩보멜로의 로맨스로 귀결시키고 있다. 하지만 동료의 죽음을 조사하는 폴의 첩보적 활동의 스릴러와 폴이 사랑하게 된 애나의 멜로는 혼란스럽게 뒤섞이며 잘 융화가 되지 못했고, 죽음의 배후를 밝히려는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과정에서 무시로 멜로 코드가 등장하며 맥을 끊어놓았다. 그렇다고 이들 멜로가 그렇게 파격적이고 위험스럽지도 않게 그냥 때꾼할 뿐이다. 더군다나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동양의 파리'라 불리는 그곳 상하이를 무슨 '인형의 집' 놀이하듯 만들어 낸 세트적 분위기를 풍기며 상하이 자체가 주는 공간적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도 아쉽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들이 맡은 배역은 눈에 띄고 영화적 연출을 기대케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로 다가온다. 거대조직의 보스와 그의 매혹적인 아내, 이들과 단단하게 결탁된 일본군과 정보수 수장, 이들 내막에 얽힌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상하이로 날아온 미국 요원까지 구도는 좋다. 그런데 이런 매력적인 배역과 소재를 갖고서 영화는 잘 버무리지 못했고, '초호화 글로벌 프로젝트'는 사실 이런 말을 하기에 깔끄장할 정도로, 그렇게 초호화스럽거나 글로벌하지 못했다. 첩보도 스릴러도 그렇다고 멜로적 로맨스도 어느 것 하나 생동감있게 내밀하게 이야기를 조여들 듯 몰입감을 주기에는 많이 부족한 영화 '상하이', 잘 알려진 세계적인 배우들의 출연만으로 능사가 아닌, 물론 배우들의 호연은 있었지만 특히 '공리' 혼자서 애를 쓴 느낌으로 다가오며 많은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결국에 1940년대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그 '상하이'를 담아내는 것이 시대적 배경의 혼란스러움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도 고스란히 혼란스럽게 어느 것 하나 잡지 못하고 '초호화 글로벌 프레젝트'라는 명제 앞에서 블록버스터라 표방한 '상하이', 확실해요? 이게 최선입니까? 이렇게 정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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