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 - The King's Spe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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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각본상, 감독상까지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하며 단박에 이목을 끈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그 제목의 의미처럼 '왕의 연설'이라는 소재로 지극히 드라마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 영화는 사실 별 볼 거 없는 영화일 수도 있다. 워낙 우리에게 익숙한 '액션 스릴러 판타지' 등이 소위 판치며 자극적인 영화들이 많기 때문인데, 하지만 역시 아카데미의 안목은 항상 그래왔듯 이런 휴먼성이 짙은 드라마에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니 영화 팬이라면 당연히 안 볼 수가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감독이나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닌 실제 주인공을 모델로 재현한 왕실 드라마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말더듬이왕 '조지 6세'의 콤플렉스 극복기 휴먼드라마 <킹스 스피치>

보통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 잠깐 졸은 탓인지 몰라도, 조지 6세는 누구?! 라며 영국의 왕실을 자세히 몰라도 20세기 초 대영제국의 위상이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그 때를 조망하는 시대적 배경이 영화에 배어있다. 대신에 그런 배경적 이야기보다는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군주에 자리에 오른 왕의 심정과 모습을 중점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왕은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써 국민과 대중을 상대로 용기와 희망을 주는 연설을 밥 먹듯이 해야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말더듬증 증세가 있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소위 '가오' 안 살게 왕으로써 체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그가 한 인물을 만나 자신의 고질병을 고치고 그 어떤 인간승리?에 도전하게 되면서, 어찌보면 '버디무비'같은 한 편의 우정의 휴먼드라마를 완성했으니 영화 <킹스 스피치>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연합군의 비밀무기는 말더듬이 영국 왕?! 세상을 감동시킨 국왕의 콤플렉스 도전이 시작된다!

때는 1939년,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른 버티. 권력과 명예, 모든 것을 다 가진 그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마.이.크! 그는 사람들 앞에 서면 "더더더..."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를 가졌던 것! 국왕의 자리가 버겁기만 한 버티와 그를 지켜보는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 그리고 국민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 게다가 지금 세계는 2차 세계 대전중! 불안한 정세 속 새로운 지도자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들을 위해 버티는 아내의 소개로 괴짜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게 되고, 삐걱거리는 첫 만남 이후 둘은 기상천외한 치료법을 통해 말더듬증 극복에 도전하게 되는데…



이 영화 '킹스 스피치'는 시작부터 제목에 걸맞게 '왕의 연설'로 시작을 하는데, 이게 사람 속이 터지게 만든다. '어부.. 버부.. 부버..' 대중 앞에선 이 사람, 차후 '조지 6세'(George VI, 1895~1952) 왕으로 등극한 '알 버티'(콜린 퍼스)라는 요크 공작은 이렇게 말더듬증이 심한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현시대에도 대중 앞에서 떨고 더듬는 소위 '카메라 울렁증'이 있듯 이런 현상은 낯선 게 아닐 정도로, 이것은 단순히 웃고 넘어갈 계제가 아닌 병적인 치료의 대상이 될 정도다. 그러니 여기 왕의 체통은 뒤로한 채, 국민과 대중 앞에서 연설을 못하다니 이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더군다나 1930~40년대 전세계가 전쟁으로 몸살을 앓던 이때, 한 나라의 왕이 응원군을 자처하며 매일 연설과 독려를 쏟아내야 할 판에, 이렇게 소위 '가오'가 안 살게 구니 영국 왕실로써도 죽을 맛이다. 어디서 저딴 인물이 나왔나 하면서 말이다.

'조지 6세'는 언어치료사 '로그'를 만나 말더듬증 극복에 성공한다.

그러니 이를 지근에서 지켜보는 부인이자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 왕비는 더욱더 속이 탄다. 백방으로 수소문해 남편을 도울려고 하지만 다 허사, 그러다 어느 괴짜 언어치료사를 찾아 가게 된다. 그가 바로 실제로 왕을 도와 말더듬증을 고쳐준 인물이었던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 그때부터 이 로그와 버티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물론 처음부터 다 받아들이고 오케이한 버티가 아니었다. 그래도 명색이 왕족인 자신에게 무람없이 구는 그가 못마땅해 이 언어치료를 버릴까 고민하기도 한 그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연설은 더욱더 궁지로 몰리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로그를 찾아가 연습에 매진한다. 그런 와중에 부왕이던 조지 5세가 죽고 이어서 형 윈저공이 왕위에 올랐지만, 형은 국정에는 관심도 없이 오직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하며, 본의 아니게 왕위를 물려받게 된 말더듬이왕 '조지 6세'.

결국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시점에서 그간의 매진해온 연습을 보란듯이 대중 앞에서 그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나름의 명연설을 쏟아낸다. '지금의 시련을 극복하고, 신의 은총으로 이 전쟁에서 승리하자'며 국왕다운 멋진 연설로 자중을 휘어잡은 거. 즉 전세계가 또 다시 대전이라는 화약고에 빠지는 그 상황에서, 너무나 말 잘하는 히틀러에 맞서 국민과 대중 앞에서 자신만의 연설을 성공한 것이다. 이것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어째든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되는 그림들이자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시퀀스다.



이렇듯 영화는 지극히 근엄하기로 유명한 영국의 왕실을 조망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근엄과는 거리가 멀게 말더듬증을 실제 갖고 있었다는 '조지 6세'를 소재로, 한 편의 인간 승리의 휴먼적인 드라마를 펼친 게 영화 <킹스 스피치>의 주요 플롯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어찌보면 영국 왕실의 무대 속 뒷이야기 보다는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조력하는 둘의 상황에 치중한 느낌이 많다. 즉 '버디무비'를 보듯 두 남자의 우정 같은 이야기, 그것을 격식이 있으면서도 때로는 재치있게 그리며 절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려낸 말 그대로 왕실의 로얄 휴먼드라마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드라적인 이야기다 보니 다소 지루한 감은 있지만, 남우주연상을 탄 '콜린 퍼스'의 완벽한 말더듬증 연기는 정말로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열연이었고, 이제는 60이 훌쩍 넘긴 명배우이지만 영화 '캐리비언 해적'에서 그로테스크한 해적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 '제프리 러쉬'까지 제대로 호연을 펼쳤다. 물론 버티의 부인이자 엘리자베스 왕비 역에 '헬레나 본햄 카터'도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킹스 스피치', 아카데미 작품상에 걸맞은 우정의 '휴먼드라마'

결국 여기 두 남자를 통해서 극복하기 힘든 약점이 있는 한 남자가 존경받는 왕이 되기까지 여정을 그리고 있지만, 실상은 왕과 그 언어치료사의 관계를 마치 남녀 관계처럼 섬세하게 발전시키는 과정에 재미와 메시지가 있음을 견지하게 된다. 즉 괴짜 언어치료사와 어울려 본적조차 없는 왕은 모든 의미있는 관계들이 그렇듯, 처음엔 순조롭지 않았지만 종국에는 왕과 언어치료사가 '신뢰'로 소통하고, 약점을 극복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따뜻한 유머로 담아내며 그려낸 작품인 것이다. 그렇기에 아카데미다운 작품상에 걸맞은 수상이 나온 것인데, 하지만 이 영화의 내막에는 30여 년 전에 이미 대본이 나왔지만 조지 6세의 아내이자 현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의 반대로 영화화되지 못한 전언이 있듯이 감추고 싶었던 왕실의 뒷이야기도 하다.


(사랑을 위해서 왕위를 버렸다는 윈저공 '에드워드 8세' 역의 '가이 피어스')

하지만 그 왕실에서 정작 주인공은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켜 왕위를 버리며 주목을 받은 버티의 형 윈저공 '에드워드 8세', 그런데 영화는 실제 역사 속에서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윈저공과 심슨부인의 로맨스가 아닌, 이 로맨스로 인해 모든 것을 떠맡아야 했던 불쌍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그러면서 그 남자가 안고 있는 말더듬증 컴플렉스를 내세우며, 결국에 본인 스스로 그런 편견에 갇혀있던 '조지 6세' 삶의 그 내밀한 이면과 진실을 통해서 그려낸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드라마적인 흐름을 유지한 채, 기품있는 클래식한 영상과 음악이 전면을 휘감으며 드라마를 더욱더 품격있게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복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이 영화는 근엄했던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절대 근엄과는 거리가 먼 한 인간의 치부를 드러내며 왕실의 비밀스런 모습을 벗겨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단순히 코믹적인 상황이 아닌, 실제 '그 남자가 국왕으로 사는 법'을 제대로 실현하는 모습을 통해서 지극히 휴먼적인 드라마로 완성시킨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역시 아카데미 작품상에 걸맞은 수상이 아닐 수 없는데, 전쟁보다 마이크가 더 무서웠다는 말더듬이 영국왕 조지 6세. 외모적인 모습만 봐서는 말더듬증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는 이 인물은, 이렇게 영화로 새롭게 부활해 지금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역시 영화적 소재론 끌릴만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는 지금 영국민의 존경을 받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영화 속 실제 영국 왕실 사진들 아래 링크..
http://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hn?code=76439&nid=2352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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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딩 후드 - Red Riding 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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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편의 판타지 무비가 개봉돼 영화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인간의 무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실존과는 거리가 먼 어떤 허상이나 불가능한 꿈을 좇는 듯한 가열한 판타지 세계는 아직도 유효하게 진행중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빨간 모자'를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해, 이른바 성인용으로 탈바꿈시켜 색다른 판타지 세계를 선보였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동화스런 배경과 기본 플롯이 들어가 있고, 이런 어른동화의 주인공은 '아만다 사이프리드'. 국내 영화 팬들에게는 이미 낯선 배우가 아닌 2008년 <맘마미아>를 필두로 스타덤에 오르며, 이후 <죽여줘 제니퍼!>, <클로이>, <레터스 투 줄리엣>, <디어 존> 그리고 이번에 <레드 라이딩 후드>까지.. 그녀는 이미 영화판에서 이름있는 존재감으로 나오는 족족 주목을 받고 있다.

'빨간 모자' 동화를 각색한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레드 라이딩 후드>

큰 키는 아니지만, 다소 탄탄하고 매력적인 바디에 사슴같은 큰 눈망울로 금발의 머리결을 날리며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녀가, 이번에는 빨간 망토를 휘날리며 궁지에 몰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빨간 모자' 소녀로 나온다. 그러니 더욱 강렬해 보이기도 하는 것인데, 먼저 이 영화는 전작에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로맨스를 그린 판타지무비 <트와일라잇> 시리즈 1편을 만든 여성 감독 '캐서린 하드윅'이 다시 메가톤을 잡아 연출한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이야기도 로맨스가 들어가 있어 전작과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물론 이야기 자체는 동화의 모티브를 따왔지만, 꽤 스릴동화의 면모로 때로는 공포스럽게 때로는 몽환적으로 그리며 주목을 끌었으니,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빨간모자야, 사랑에 빠지지마… 옛날 어느 외딴 마을에 빨간모자를 쓴 발레리(아만다 사이프리드)라는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어요. 마을의 외톨이 피터와 사랑에 빠진 발레리는 부잣집 아들 헨리와 결혼하라는 부모님을 피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했지요. 하지만 붉은 달이 뜬 그날 밤, 어둠의 숲에 사는 늑대에게 언니가 죽임을 당하고 말았어요.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솔로몬 신부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신부는 마을 사람들 속에 늑대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숨어 있다고 말했어요. 달이 뜰 때마다 하나, 둘,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우연히 발레리는 자신과 관계된 누군가가 늑대 인간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모든 비밀을 풀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기로 결심하고, 달이 뜨는 밤 홀로 산으로 향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발레리 앞에 나타난 늑대인간은 바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에 레드한 매력이 더해진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

어느 시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럽의 중세시대일 것으로 보인다. 깊은 산속에 자급자족하듯 올망졸망하게 모여사는 사람들,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이 마을엔 고민이 하나 있다. 해가 지고 붉은 달이 뜰 때면 나타나는 늑대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떤다. 그러던 중, 마을에서 제일 예쁜 소녀 발레리의 언니 '루시'가 늑대에게 살해되고 만다. 그 순간 너무 놀란 발레리 가족들, 엄마와 아빠를 위시해서 할머니까지 충격파에 빠진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 중 건장한 남자들이 그 늑대를 잡으러 산으로 간다. 하지만 어느 동굴 속에서 습격을 받아 몇몇 사람이 죽고, 정작 잡은 건 일반 늑대 한 마리 뿐. 그건 그 늑대가 아니었다. 이렇게 마을의 공포는 계속되는 가운데, 발레니가 좋아하는 한 남자인 '피터'가 있다. 그리고 그 피터를 대신해 약혼을 청혼한 '헨리', 이렇게 두 남자가 발레리를 두고서 사랑의 결투를 하듯 이들 로맨스도 진행된다. 


(약혼을 청한 좌측의 '헨리'와 소싯적부터 소꼽친구인 우측의 '피터', 두 남자의 대립구도)

그런데 이야기는 어쨌든 이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는 그 늑대 때문에 공포는 계속된다. 위처럼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한 사랑싸움도 계속되는 가운데, 하지만 발레리는 오랫동안 사귀어온 '피터'에게 마음이 간다. 그런데 발레리의 동선을 몰래몰래 숨어서 보는 이가 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늑대의 시선을 목표점으로 돌리며 긴장감을 준다. 즉, 누가 그녀를 미행하고 보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가 늑대가 아닐까? 하는 그런 추리를 하게 만드는데.. 그런 점에서 저 두 남자가 단연코 의심이 가게 된다. 아무튼 늑대 문제가 해결이 안 되자, 어디서 교황의 부름을 받고 온 솔로몬(게리 올드만)신부가 나타나면서 이 마을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즉 솔로몬 신부가 신의 가호로 늑대를 처단해 주리라 믿는 것인데, 그는 자신의 오랜 영감으로 이건 그냥 늑대가 아닌 '늑대인간'이라 명명하며 인간의 탈을 쓴 늑대 잡기에 몰두한다. 이른바 나는야 울프 사냥꾼.. ㅎ


(그림이 이상하게 나왔지만, 마녀로 지목된 발레리를 취조하는 솔로몬 신부, 너 마녀지?)

마을에 늑대인간을 잡기 위해서 덫을 놓으며 바쁘다. 하지만 붉은 달이 뜬 날 마을의 잔치가 벌어지고, 그 현장을 괴수같은 모습의 늑대인간이 급습해 많은 이들을 또 죽인다. 그리고 어느 한적한 장소로 몰린 발레리와 친구 앞에 나타나 발레리와 대화를 나눈다. 물론 친구는 무슨 말인지 안 들리지만, 발레리는 늑대가 말하는 것을 다 알아 듣는 신기?를 지녔다. 늑대인간이 내건 말은 딱 하나다. '나랑 이 마을을 같이 떠나자, 같이 가지 않으면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거. 이에 너무 놀란 발레리는 이 늑대인간이 분명 두 남자 중 하나일 거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런데 솔로몬 신부는 늑대인간의 탈을 쓴 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발레리 친구의 남동생을 지목하며 가열하게 고문을 가한다. 이에 발레리 친구는 보다못해 솔로몬 신부에게 찾아가, 실은 발레리가 늑대와 말을 하는 게 의심스럽다며 그녀를 마녀로 몬다.

과연 늑대인간은 누구일까? 라는 의문을 던진 스릴러 동화, 볼만하다.

이에 솔로몬 신부는 발레리를 마녀로 지목해 그녀를 늑대인간을 끌어들이는 도구로 삼는다. 그리고 그 순간 또 다시 나타난 늑대인간, 하지만 늑대인간이 들어오지 못하는 성지 안으로 들어간 마을 사람들은 발레리가 계속 늑대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놀라는데, 하지만 발레리는 늑대인간이 같이 가자고 한 제안을 뿌리치며 마녀라는 비판의 멍에를 벗고, 그녀 스스로 늑대인간 찾기에 나서면서 동화속 이야기처럼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찾아가게 된다. 특히 이 할머니는 극 중에서 꽤 비중있는 역할로, 다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보는 이들을 의심케 만든다. 그렇다면 마을 사람들을 계속 공포로 몬 늑대인간은 누구였을까?

이렇게 영화는 스릴러적으로 긴장감있게 전개를 한다. 즉 늑대인간이 누굴까요? 하는 질문을 던지며 보는 이들을 추리케 하는데, 단박에 발레리의 두 남자인 피터와 헨리에게 의심이 가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발레리의 할머니 또한 그렇고, 마을의 몇몇 사람까지.. 그런데 나중에 늑대인간이 누구인지 밝혀질 때는 다소 허망한 기분이 들게 만들기도 했는데, 그것은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영화는 동화 속에서 늑대의 배를 갈라 돌을 집어 넣었다는 우화처럼 그런 시퀀스를 집어넣는 등 재미난 센스도 보인다. 어쨌든 영화 자체는 꽤 볼만하다. 중세의 시대적 배경에다 산속의 세트장에서 올 로케로 진행된 이 마을의 분위기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 공간으로 변모했고, 빨간 모자 소녀로 분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 또한 마음껏 발산이 됐다.

결국 이 이야기는 동화의 원작을 모티브로 했지만 전혀 색다른 분위기로 일관하며 기존을 틀을 깬 방식이다. 즉 한 소녀가 자신도 알지 못했던 늑대인간과 말이 통하면서 종국에는 신의 가호라는 명분으로 나선 신부의 처단으로 마녀로 몰리고, 그런 상황에서 그녀를 구하기 위한 두 젊은 남자의 사랑 싸움이 계속 되는 가운데, 늑대인간은 과연 누구일까? 라는 스릴러적 판타지 요소로 시선을 끌고 있다. 물론 그게 다 밝혀졌을 때는 다소 때꾼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예상을 뒤엎는 그림일 수도 있기에 색다른 맛이기도 하다. 그것은 마치 동화의 모티브와 마녀와 늑대인간이라는 판타지의 단골요소를 잘 버무린 결과할 수 있는데, 그와 함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적인 비주얼만으로도 끌리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면 혹시 그녀도 늑대인간이었을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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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베이젼 - World Inva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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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종족인지 모르겠지만 어디서 또 다른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다. 그들에게는 이 뷰피풀한 지구가 그렇게도 구미가 당기나 보다. 그럴 때마다 우리 지구인들은 합심해 외계인을 물리치고 지구를 지킨다는 게 SF 외계 판타지류들의 전형적인 스토리다. 그것이 책이든 드라마든 이렇게 영화든 지구는 오늘도 내일도 외계 종족을 무찌르기 바쁘다. 그리고 이번에 그런 일에 발벗고 나선 이들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의 해병대. 바로 그들이 나서서 이들과 전면전을 펼친다. 그것이 바로 <월드 인베이젼>이라는 SF 액션 영화의 가열한 기본 스토리이자 플롯이다. 이런 유의 전작들을 보면 미국 대통령이 전투기를 몰며 외계인을 물리친 <인디펜더스 데이>를 비롯해 톰 크루즈의 주연의 민간인을 주인공으로 한 <우주전쟁>, 최근에 다큐스러운 실사로 주목을 끌며 남아공 어느 누락촌에 점거된 외계인을 그린 <디스트릭트 9>, 그리고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도망만 치다가 외계 종족에게 결국 잡혀 먹었다는 <스카이라인>까지.. 종류도 나름 다양하다.

외계 종족의 대공습을 그린 SF 액션 블록버스터 <월드 인베이젼>

물론 이런 영화들 이전에도 유명한 외화 시리즈 <스타트랙>도 있고, 재미나고 임팩트하게 그려낸 SF 액션물 <스타쉽 트루퍼스>도 있음이다. 다들 얼추 대동소이한 내용에 그림들은 제각각이지만, 흥미를 유발시켜 전형적인 외계 종족과의 사투를 그린 SF 영화들이다. 그리고 이번에 나오게 된 <월드 인베이젼> 또한 제목의 의미처럼 세계를 상대로 대공습을 감행한 외계인과의 사투를 그려냈다. 그리고 그들을 물리치는 주인공들은 미 해병대, 그렇다고 이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지 않는다. 10명 내외의 소대원들이 그들을 물리치러 격전지로 뛰어들었으니, '월드'라는 제목에는 다소 걸맞지 않게 그린 SF 영화가 <월드 인베이젼>이다.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지금, 전세계가 공격 받고 있다!

1942년 LA UFO 대공습 사건 이래 지난 수십년간 UFO 목격 사례는 전세계 각지에서 꾸준하게 보고되어 왔다. 2011년, 거대한 유성 떼가 지구에 떨어지고, 사상 최대의 유성쇼에 들떠있던 세계 각 도시는 정체불명의 적으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고 초토화된다. LA 주둔군 소속 낸츠 하사(아론 에크하트)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지금껏 싸워본 적 없는 적들에 맞서 사상 최대의 반격 임무를 맡아 전면전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렇게 영화는 1942년에 실제 벌어졌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든 영화다. 현대에 들어서 UFO 떡밥은 아직도 유효한 채, 이 UFO 이슈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것이 실제로 벌어져 그들이 전방위적으로 대공습을 감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에서 출발한 영화가 '월드 인베이젼'이다.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 영화는 작년 말 가열한 홍보로 눈길을 끌었다가 시망한 SF 망작 '스카이라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제작비 1억 달러가 투입된 초대형 SF 액션 블록버스터다. 그래서 그런지 인류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외계인 적과의 사실감 넘치는 대규모 전투 액션은 분명 볼만하다. 마치 전쟁터 한 가운데 포화 속에서 있는 듯한 현실감까지 주며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대규모 운석이 떨어진 줄 알았지만 그 외계 종적은 바다를 기점으로 전 세계 도시를 위협하고 점거해간다. 그러면서 그 중심에 있는 미국 LA가 이른바 쑥대밭이 된다. 그러니 보무도 당당한 미 해병대가 출동하게 된 거. 하늘은 공군이 맡는다지만 지상의 육상전은 그들의 임무. 그래서 적지 한복판에서 고립된 민간인을 구출하고 그곳을 빠져나오는 게 그들의 최우선 과제다.
 
외계인 군대와 미 해병대간의 '시가전'을 중점으로 그린 '월드 인베이젼'

전장터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군인 낸츠 하사와 소대장이 이끄는 2대대 5중대 소대원들이 그곳에 투입된다. 적은 사람이 아닌 외계인들, 이미 도시 자체가 마비되고 폐허가 된 그곳에서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렇기에 10명 내외의 해병대원들은 초긴장 상태. 이때부터 영화는 스펙타클의 초점을 '시가전'에 맞춘다. 물론 상공에서는 계속 비행선과 전투기들이 충돌하고 공격하며 하늘을 불꽃놀이처럼 수놓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걷고 있는 땅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사람도 아닌 외계인들을 상대로 총구를 겨누게 된 것인데, 그들은 모습은 마치 '디스트릭트 9'에 나오는 외계인처럼 마르고 키가 크고 페이스는 삼각과 둥근 모양의 중간형태로 완전 기계인 싸이보그 스타일이다. 어쨌든 민간인 가족이 있는 곳까지 가게 된 그들은 이제 다시 그곳을 탈출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사방이 적이라 총을 난사하기 바쁘다. 그건 외계인 군대들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런 전투 중에 버스를 타고 나오다가 공격을 받아 소대장이 죽고, 베테랑 낸츠 하사가 적 비행선을 주유소로 끌어들여 폭파시키는 등, 이들의 시가전은 몇몇 장면에서 임팩트하고 사실감 넘치는 전투씬을 선보였다. 결국 민간인을 헬기로 후송하면서 반만 살아남은 여기 소대원들은 이제 귀환을 하려고 하는데, 낸츠 하사가 이렇게 돌아갈 수 없다며 적지의 한복판에 뛰어들고 만다. 이른바 이들 외계인 군대를 조종하는 대장급 숙주 비행선을 타겟으로 삼아 공격한다는 거. 물론 총 몇 방으로 안되기에 미사일 지원 요청을 해 레이더 감지기의 추적 시스템으로 명중을 시키려 하는데, 과연 땅 속에 숨어있던 이 거대한 비행선은 미사일 한방에 무너졌을까? 그렇다면 여기 낸츠 하사가 이끄는 소대원들은 그들 본연의 임무를 완수했을까? 완수했다 하더라도 이들은 물 한 모금 축이고, 바로 또 다른 현장으로 달려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영화는 어찌보면 미 해병대의 활약상을 다룬 일종의 홍보성? 영화같은 느낌도 든다. 그렇다고 그들의 활약을 폄하할 정도는 아니다. 어쨌든 외계 종족들로부터 민간인을 구출하고, 마지막까지 몸을 부사르는 투혼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장터가 주는 공포적 현실감에서 오는 그림 때문이라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더군다나 실사와 같은 화면 처리 기법과 핸드헬드 방식으로 종군기자가 그들을 좇듯 잡아낸 전투씬은 분명 볼만하다. 마치 '클로버필드'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월드'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전 세계의 대공습을 가열하게 담아내지 못했다. TV 뉴스를 통해서 몇 번 보도가 끝이고, 사실 여기 LA 어느 곳에서 벌이는 전투씬이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시가전에 불과하다.

대신에 그 시가전은 같은 인간의 적이 아닌 기계인 싸이보그와 싸운다는 점에서 꽤 이채롭고, 그런 전투씬은 분명 볼거리 위주로 사실감있게 그려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살기위한 공포를 느끼면서도 미군 해병대로써의 의로운? 죽음 등, 다소 센치한 구석과 영웅주의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즉 지구를 구할려면 우리에겐 영웅이 필요하다는 그 흔한 메시지처럼 말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낸츠 하사 역의 '아론 에크하트', 제대로 군인 같다.)

'월드'라는 제목이 무색하지만, 시가전은 극사실주의로 잘 그려냈다.

그런 점에서 이런 역을 잘 소화했던 낸츠 하사 역은 '아론 에크하트'가 맡았는데, 정말 해병대스러운 모습으로 제대로 선보였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이었던 게,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선과 악의 두 얼굴의 검사역을 맡아 나중에 얼굴 한쪽이 일그러진 임팩트한 모습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월드 인베이젼>에서는 적지 한 가운데서 가열한 전투를 선보이며 지구를 구하기 위한 영웅으로 등극한다. 이와 함께 많은 소대원들이 있었지만, 중반 전에 공군 출신의 여조종사 산토스 역을 맡은 '미쉘 로드리게즈'. 개인적으로 이 처자는 <레지던트 이블>에서도 그렇고, <아바타>에서도 헬기를 조종하듯이, 주연급은 아니어도 조연급 여전사 이미지로 꽤 강한 구석이 있는데, 여기서도 제대로 또 그렇게 나와 전투씬을 선보인다.

아무튼 <월드 인베이젼> 영화를 관람하는 포인트는 별거 없다. 대다수가 그렇듯 SF 액션 블록버스터라면 내용보다는 바로 비주얼과 스케일이다. 얼마나 임팩트한 모습으로 CG로 점철되는 게 아니라, 실사스럽게 그려내며 사실감을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월드 인베이젼'은 충분히 볼만한 SF 블록버스터다. 미군 해병대가 인간을 상대로 벌이는 적과의 전투가 아닌 외계 싸이보그와 한판 대결을 벌이는 외계인 군대와 전면전, 이것을 영화적 극사실주의로 그려내 여기 소대원들은 그렇게 버티며 그들을 물리치려 한다. 바로 그점에서 이 영화는 외계인 침공을 현대전의 관점에서 다룬 극사실주의 SF 영화로써 주목을 끈다 할 수 있다.

아직도 유효하게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낸 저 외계 종족의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것은 환경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지구의 또 다른 재앙이자 재난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인류 최대의 위기에 맞선 그들의 운명을 건 전면전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그런 면에서 '월드 인베이젼'은 분명 볼만했고, 물론 '월드'라는 제목이 다소 무색한 스케일이었지만, 시가전은 분명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SF 액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소위 '밀덕'들은 나름 봐야될 영화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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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러 - Controll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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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의 장르가 한정될 수는 없다. 기본 뼈대가 있으면 그 속에서도 드라마적인 로맨스와 액션 스릴러 코드가 들어가 여러가지 매력을 발산한다면 영화팬으로서 그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하지만 이것이 잘 어우러져 그 어떤 시너지를 발산했을 때 이야기고, 이게 그런 시너지는 고사하고, 마치 속아 넘어가듯 그 어떤 것도 아닌 것으로 비춰지면 사실 보는 이들은 깔끄장한 기분이 괴어오를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영화가 이번에 개봉한 맷 데이먼 주연의 '컨트롤러'가 아닌가 싶다. 강호는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줄거리도 자세히 모른 채,-(심지어 그가 정치인으로 나오는 줄도 몰랐다)- 아는 것이라곤 대충 SF 스릴러로 리얼 첩보액션을 선보인 '맷 데이먼' 최고의 히트작 '본 시리즈'같은 느낌으로, 여자랑 같이 고생하며 위기를 벗어나는 것으로 알았다.

맷 데이먼 주연으로 기대를 모은 '컨트롤러', 과연 스릴러 영화였나?

물론 여기서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마지막에 가열하게 뛰어다닌다. 그녀의 손을 잡고, 하지만 그게 다다. 이 영화는 본 시리즈에서 보여준 '맷 데이먼'의 액션은 고사하고 그 어떤 스릴감도 없다. 지극히 드라마적인 영화다. 즉 한마디로 어떻게 보면 참 밋밋한 영화가 아닐 수 없는 게, 그것은 바로 여기서 데이먼이 맡은 캐릭터가 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즉 기존에 액션을 선보인 첩보요원이 아닌 정치인이기에 그는 싸움보다는 대중 앞에서 달변을 쏟아내야 하는 모습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모습을 표출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편의 드라마다. 그것도 어느 순간 만난 묘령의 발레리나와 사랑에 빠진 로맨스라니.. 중간에 졸아보기도 간만이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이길래 이 지경까지? 온 것인지,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계획된 사랑, 조작된 미래 이제 그가 모든 것을 되돌린다!

전도 유망한 정치인 데이비드(맷 데이먼)는 신비한 매력의 무용수 앨리스(에밀리 블런트)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둘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의 정치 생명은 위태로워지고, 알 수 없는 힘이 둘을 갈라놓으려 한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결국 그녀와의 만남은 물론, 그의 정치 생활, 그를 돕는 친구들까지도 모두 일명 ‘조정국’의 ‘미래 설계도’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데이비드. 이제, 그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자신의 미래를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이 영화는 한 정치인의 일상을 다룬 영화다. 초반부터 젊은 정치인 데이빗은 하원 의원으로 인기가 높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상원 의원 선거에 출마해 승리를 낙관하는 사이, 과거 질퍽하게 놀았던 사진이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걸리면서 소위 물을 마시고 만다. 이에 낙담한 데이빗. 화장실에 가서 그간의 사정을 꼽씹어보며 재기를 노리는데, 그 공간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아니, 남자화장실에 웬 여자?! 깜놀한 데이빗이지만 그녀의 뷰티풀하고 매력적인 외모에 반해 그만 급키스를 날리며 차후를 기약한다. 이때부터 데이빗은 그 여자 엘리스에 빠져들어 오매불망 모드로 돌변한다. 정치 인생의 길을 걸어오며 전략팀이 써주는대로 이미지 정치를 해온 그가, 그녀를 통해서 자신만의 솔직한 이미지로 다시 대중에게 다가가며 그는 서서히 변모한다.

한 정치인의 로맨스를 방해하는 미래 조정국과 한판 대결 <컨트롤러>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런 데이빗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4명의 중절모 신사들이 있다는 거. 영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판타지 스릴러 코드로 전환한다. 바로 이들은 데이빗의 매번 행동반경을 조사하고, 앞으로 예정된 일이 착착 진행되도록 현황을 파악하는 일명 '조정국'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데이빗을 미래 대통령이 될 인물로 점찍어 '미래 설계도'를 다 그려놓은 상태다. 그렇기에 소위 '갑툭튀'한 이 여인네가 그들에게는 반가울 리가 없다. 어떻게든 저 처자를 데이빗에게서 떨어뜨려 놓으려 한다. 왜냐? 이미 자신들이 결정한 미래의 설계도대로 진행돼 움직여야 할 데이빗의 동선이 그녀로 인해서 방해를 받기 때문인데, 하지만 데이빗은 이런 조정국의 훼방을 무시한다. 어떻게든 그녀와 사랑의 정점을 찍고자 애쓴다.

그렇지만 그도 자신의 야망에 대한 욕심이 있는 인물, 그들의 감언이설일지라도 당신이 대통령이 될 인물이라는 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래서 그는 그녀를 만나지 말라는 조정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녀와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든 배신자나 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자가 있듯이, 여기 조정국내에서 4인방 중 한 명의 흑인신사가 그에게 언질을 준다. 그들의 조정대로 끌려가서는 안 되며 그녀를 잡는 것이야말로 당신 운명의 성공을 볼 수 있다는 조언에 데이빗은 다시 그녀를 찾는다. 이미 그녀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지만, 그곳으로 달려가 그녀를 데리고 어디든지 무한으로 이동이 가능한 중절모를 쓰고 둘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이곳 저곳을 움직인다. 즉 자신을 조정하려는 조정국을 피해 무던히도 계속 달린 것인데, 과연 데이빗은 엘리스와 이 난관을 뚫고 사랑의 정점에 방점을 찍었을까?



이렇듯 영화는 어떻게 보면 꽤 스릴러스러운 면모를 갖춘 것처럼 보인다. 여기 조정국 사람들의 이미지나 모습도 영화상에서 많이 봐 온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악의 개념이 아닌 이 사회를 바꿔 보겠다는 일념하에, 천사적? 이미지로 사회가 자신들이 계획한 '미래 설계도'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는 이론을 가진 집단이다. 그래서 그들은 차기 대통령감 '데이빗'에게 올인한 것이다. 그렇기에 데이빗이 그 설계도에서 벗어나면 날수록 그를 옥죈 것인데, 이게 스릴러 코드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막상 스크린으로 부활된 그림은 그렇게 스릴감을 주지는 못했다. 도리어 이들이 쫓는 모양새가 조금은 어설퍼 보이기도 한 게, 엘리스와의 사랑에 빠지며 도망자 신세가 된 데이빗만 힘들 뿐, 기실 연출에서는 큰 점수를 주기가 힘들다.

무언가 철학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컨트롤러', 정치인의 로맨스만 남다.

연출자는 바로 <오션스 트웰브>, <본 엘티메이터> 등으로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이 높은 '조지 놀피'. 유명하게 인기를 끌었던 <블레이드 러너>와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을 영상화한 '필립 K. 딕' 소설들 중에서, 이번에는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조정국이 인간의 삶에 개입한다는 원형의 모티브만 가져온 채, 정작 그림은 로맨스로 방점을 찍은 영화가 바로 '컨트롤러'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감히 SF 스릴러 영화라고 부르기가 잦바듬하다. 자세히 파고 들어가더라도 '조정국'이라는 사람들의 존재가 물론 SF스럽긴 하지만, 그들의 모습이나 인간을 조정하는 모습이 어떤 SF적 스릴감을 주진 않는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이런 스릴러적 코드보다는 다소 철학적 메시지를 다분히 담아내려 하고 있다.

그것은 영화 대사에서도 나왔지만 인간의 '자유의지'와 '운명론'에 대한 설파가 바로 그것인데, 즉 인간 스스로의 의지로 인해 운명을 개척할 것인가? 말 것인가? 논제에 대해서 영화는 따져 묻지만, 기실 이것도 한 정치인에게 불현듯 찾아온 로맨스를 돋보이기 위한 일종의 장치적인 느낌이 다분하다. 결국 그런 묵직한 메시지 전달도 다소 허망하게 들린 뿐, 정곡을 찌르진 않는다. 결국 그들만의 로맨스만 남은 영화 '컨트롤러'.. 그렇다고 두 남녀의 사랑이 그렇게 애잔한 분위기도 아닌 게, 마치 데이빗만 죽자사자 쫓아다니는 형국의 느낌이다. 또 여기 영화에서 중요한 조정국 요원들도 그렇게 요원스럽지 못한 모습과 다소 뜬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 구조에 제대로 된 상상력의 부재까지, 총체적으로 난국을 맞이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종국에는 제목처럼 영화를 전반적으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한 정치인의 로맨스만 남은 영화 '컨트롤러'..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클 뿐이다.

역시 맷 데이언은 '본 시리즈' 때가 최고였다. 이후 나올 '히어애프터'도 심히 걱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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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 Black Swa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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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직업은 발레리나, 그렇기에 그녀는 온몸으로 자신의 열정을 태워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발산하려 한다. 한 마리 백조가 되든, 흑조가 되든 그 사랑의 세레나데 앞에서 그녀는 춤춘다. 고로 존재한다. 이것이 영화 '블랙 스완'에서 극 중 발레리라 '니나'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나탈리 포트만'의 존재 이유다. 그 존재 이유에 대한 고찰과 성찰을 드라마적으로, 때로는 매혹적인 스릴러 구도로 그려낸 것이 영화 '블랙 스완'이다. 과거 레옹의 소녀 마틸다로 각인된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 이 한 편의 영화로 지금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인데, 어릴 적에 실제 발레를 했다는 후문처럼 그녀가 영화 상에서 보여준 발레리나 연기는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완벽 그 자체였다.

실제 발레리나 모습의 '나탈리 포트만', 최고 화제작 '블랙 스완'

살을 뺀 가냘픈 모습의 발레리나가 안고 있는 그 심리적 갈등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매혹적인 관능까지 그녀는 이 영화에 제대로 빙의돼 모든 것을 바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영화는 '미키 루크'를 레슬러로 변모시킨 2008년 화제작 '더 레슬러'를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감독 작품으로, 그간의 빠른 편집과 현란한 카메라 워크,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의 연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천재감독답게 그는 이미 주목을 끌었다. 그런 그가 10여 년 전 이 작품을 구상할 때 이미 여주인공으로 '나탈리 포트만'을 낙점했다는 후문처럼, 이 영화는 이미 그렇게 만들어지고 만들어 낸 한 편의 예술과 영화적 경계에 서며 눈길을 끌었으니, 이 영화 '블랙 스완'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당신의 심장을 할퀴는 사이코 섹슈얼 스릴러 '흑조'를 탐한 '백조'의 핏빛 도발!

뉴욕 발레단의 니나(나탈리 포트만)는 연약하지만, 순수하고 우아한 '백조' 연기로는 단연 최고로 꼽히는 발레리나. 새롭게 각색한 '백조의 호수' 공연을 앞두고, 감독 토마스(뱅상 카셀)는 니나를 '백조'와 '흑조'라는 1인 2역의 주역으로 발탁한다. 하지만, 완벽한 '백조' 연기와 달리 도발적인 '흑조'를 연기하는 데에는 어딘지 불안하다. 게다가 새로 입단한 릴리(밀라 쿠니스)는. 니나처럼 정교한 테크닉을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관능적인 매력은 뿜어내, 은근히 그녀와 비교된다. 점차 스타덤에 대한 압박과 이 세상의 모두가 자신을 파괴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니나. 급기야 그녀의 성공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던 엄마마저 위협적인 존재로 돌변한 상황에서 그녀는 내면에 감춰진 어두운 면을 서서히 표출하기 시작하는데...



사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자세히는 알지 못해도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백조의 호수'는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유명한 발레곡이다. 마법에 의해 백조로 변한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왕자, 그들을 시기하고 유혹하는 흑조의 출현으로 백조의 위험스런 사랑을 다룬 이야기로 보면 무방한데, 이런 '백조의 호수' 공연에 있어 1인 2역의 퀸으로 발탁된 '니나', 이때부터 그녀는 여기에 모든 것을 건다. 사실 실력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이렇게 프리 마돈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처음. 그래서 그녀는 너무 설레고 가슴이 뛰는 이 배역에 자신의 역량을 모두 발휘할려고 한다. 그런데 순수하고 아름다운 결정체 '백조' 역과는 달리, 치명적이고 도발적인 '흑조'를 연기하는데 무언가 자신이 없는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감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백조'와 '흑조', 두 역을 위한 그녀의 몸부림이 파국을 향한다.

영화는 이때부터 니나를 중점으로 더 파고 들어가 그녀의 혼돈과 심리에 따른 강박을 보여준다. 마치 이것이 현실인지 허상인지 구분도 하지 않은 채, 니나가 파국으로 치닫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섞인 모습으로 연이어 표출한다. 자신을 가르치던 발레선생 '토마스'와 과격한 발레씬을 연습하는가 하면 그렇게 잘 대해주고 딸 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전직 발레리나 출신의 어머니를 차갑게 대하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등, 또 발레공연에 있어 대역으로 경쟁상대인 '릴리'에 빠져들어 레즈비언처럼 동성애에 빠지고, 급기야 그녀를 죽이기까지 하는 등, 그녀는 이번 공연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며 그 어떤 완벽한 연기를 위해서 스스로의 덫에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실제 공연의 휘날레가 오르는 순간 그녀는 매 막마다 완벽하게 연기를 해보인다. 특히 흑조로 변신할 때 시퀀스는 정말 백미가 아닐 수 없는데, 하지만 그녀는 완벽함을 추구한 무대 위에서 그 백조처럼 가열하게 몸을 던지고 만다.

이렇듯 영화는 어느 한 발레리나의 연기 투혼에 대한 이야기라 보면 사실 쉽다. 즉 어떤 카리스마가 있는 히로인은 아니었는데, 운이 좋은 것인지 실력을 이제서야 인정을 받은 것인지 몰라도, 어쨌든 그녀는 '백조의 호수' 공연의 댄싱 퀸이 되었다. 이때부터 그녀는 완벽주의자로 변모해 그 완벽한 공연을 위해서 강박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그녀를 둘러싼 상황과 그림들이 마치 환청을 듣듯 환영을 보듯 현실과 허상의 모호한 경계에서 달린다. 그러면서 그 지점에서 그녀의 잔혹한 욕망이 내뿜는다. 즉 완벽함에 대한 연기의 욕심과 함께 흑조를 연기하기 위한 내재된 섹슈얼리티가 살아나며 그녀는 몸부림친다. 무대에서 펼치듯 말이다. 결국 니나는 완벽한 연기에 대한 강박과 욕망이 절묘하게 조화가 되면서도 때로는 상충돼 극한으로 치닫게 됨을 본다. 그러면서 영화는 이런 니나의 모습을 때로는 환청과 환영의 신기루처럼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발렌 공연과 어우려져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블랙 스완'의 의미는 무엇일까? 스완(swan)은 백조. 단어 그대로 하얀색의 백조인데, 검은색 백조는 무엇일까? 여기에도 근원은 있다. 18세기 유럽의 조류학자 2명이 항해에 나섰다.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간 먼 바닷길, 그 끝에 드디어 발견한 신대륙. 이후 '오스트레일리아'라고 불릴 그 땅에서 그들은 기이한 새 한마리를 만난다. 이른바 검은 백조. 흰 새라서 백조(白鳥)라고 이름 지은 새가 검은색이라니.. 조류학에 몸담은 평생의 백조 연구가 이 검은 백조 앞에서 일거에 무너져 버리고 만 것이다. 딱 한 마리의 새 앞에서. 이후 '블랙 스완' 검은 백조는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어떤 것'이라는 의미로 인용되고 있다. 즉 다시 말해 전혀 생각하지 않은 현상이 갑자기 어느 날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불가능이 현실로 발생하는 '블랙 스완', 영화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사례에서는 동명으로 책 출간이 화제가 되었듯이, '구글의 성공' 이나 '9·11테러'를 블랙 스완의 가장 쉬운 예로 꼽고 있다. 이것은 매우 개연성이 희박한 사건이나 그에 대한 특징을 예측할 수 없고 엄청난 충격을 동반하며, 일단 현실로 나타나면 그 충격파는 엄청나다는 가장 핫한 개념인 것이다. 고로 여기 영화 '블랙 스완'이 의미하는 바는 얼추 느낌이 온다. 완벽한 발레 연기를 위해서 강박에 시달리고 욕망을 향해 달려오면서 그녀가 흑조로 변모한 순간, 기존의 현실과 능력을 무시하고 충격파를 던지게 될 거라는 일종의 스포일러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완벽을 꿈꾸는 한 발레니라의 눈물과 광기가 서린 가운데, 누구나 알지만 이제껏 아무도 본적이 없는 '백조의 호수', 그 무대 뒤의 잔혹사를 펼쳐내고 있는 것이 바로 영화 '블랙 스완'인 것이다.

그 어떤 전문가적인 호평의 단어들이 난무하더라도 이처럼 한 편의 예술을 드라마적이고 밀도감 있게 사이코 섹슈얼 스릴러같은 묘미로 그려낸 작품도 흔하지 않음을 다시 보게 된다. 그것은 이미 전미 비평가협회와 골든 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까지 확실시 되는 '나탈리 포트만', 그녀가 완벽한 춤을 추기 위한 욕망은 사악한 쌍둥이 자매인 '흑조'를 대변하는 순간에 발현된다. 즉 자신 내면의 이중적 자아의 표출로 인한 자기파괴적 욕망, 그 속에서 대역에 대한 두려움까지 겹치며 강박과 광기로 치닫는 모습까지, 이 작품은 '백조의 호수'의 비극적 요소와 주인공의 정신세계를 뒤섞은 심리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에는 잔혹한 욕망을 향해 내던진 치명적인 탐미의 세계를 절묘하게 그려낸 한 편의 전위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완벽함의 추구..
그 순간 파멸로 갈 수도 있음을 한 마리 검은 백조는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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