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 - The King's Speec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83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각본상, 감독상까지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하며 단박에 이목을 끈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그 제목의 의미처럼 '왕의 연설'이라는 소재로 지극히 드라마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 영화는 사실 별 볼 거 없는 영화일 수도 있다. 워낙 우리에게 익숙한 '액션 스릴러 판타지' 등이 소위 판치며 자극적인 영화들이 많기 때문인데, 하지만 역시 아카데미의 안목은 항상 그래왔듯 이런 휴먼성이 짙은 드라마에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니 영화 팬이라면 당연히 안 볼 수가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감독이나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닌 실제 주인공을 모델로 재현한 왕실 드라마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말더듬이왕 '조지 6세'의 콤플렉스 극복기 휴먼드라마 <킹스 스피치>

보통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 잠깐 졸은 탓인지 몰라도, 조지 6세는 누구?! 라며 영국의 왕실을 자세히 몰라도 20세기 초 대영제국의 위상이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그 때를 조망하는 시대적 배경이 영화에 배어있다. 대신에 그런 배경적 이야기보다는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군주에 자리에 오른 왕의 심정과 모습을 중점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왕은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써 국민과 대중을 상대로 용기와 희망을 주는 연설을 밥 먹듯이 해야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말더듬증 증세가 있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소위 '가오' 안 살게 왕으로써 체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그가 한 인물을 만나 자신의 고질병을 고치고 그 어떤 인간승리?에 도전하게 되면서, 어찌보면 '버디무비'같은 한 편의 우정의 휴먼드라마를 완성했으니 영화 <킹스 스피치>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연합군의 비밀무기는 말더듬이 영국 왕?! 세상을 감동시킨 국왕의 콤플렉스 도전이 시작된다!

때는 1939년,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른 버티. 권력과 명예, 모든 것을 다 가진 그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마.이.크! 그는 사람들 앞에 서면 "더더더..."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를 가졌던 것! 국왕의 자리가 버겁기만 한 버티와 그를 지켜보는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 그리고 국민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 게다가 지금 세계는 2차 세계 대전중! 불안한 정세 속 새로운 지도자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들을 위해 버티는 아내의 소개로 괴짜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게 되고, 삐걱거리는 첫 만남 이후 둘은 기상천외한 치료법을 통해 말더듬증 극복에 도전하게 되는데…



이 영화 '킹스 스피치'는 시작부터 제목에 걸맞게 '왕의 연설'로 시작을 하는데, 이게 사람 속이 터지게 만든다. '어부.. 버부.. 부버..' 대중 앞에선 이 사람, 차후 '조지 6세'(George VI, 1895~1952) 왕으로 등극한 '알 버티'(콜린 퍼스)라는 요크 공작은 이렇게 말더듬증이 심한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현시대에도 대중 앞에서 떨고 더듬는 소위 '카메라 울렁증'이 있듯 이런 현상은 낯선 게 아닐 정도로, 이것은 단순히 웃고 넘어갈 계제가 아닌 병적인 치료의 대상이 될 정도다. 그러니 여기 왕의 체통은 뒤로한 채, 국민과 대중 앞에서 연설을 못하다니 이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더군다나 1930~40년대 전세계가 전쟁으로 몸살을 앓던 이때, 한 나라의 왕이 응원군을 자처하며 매일 연설과 독려를 쏟아내야 할 판에, 이렇게 소위 '가오'가 안 살게 구니 영국 왕실로써도 죽을 맛이다. 어디서 저딴 인물이 나왔나 하면서 말이다.

'조지 6세'는 언어치료사 '로그'를 만나 말더듬증 극복에 성공한다.

그러니 이를 지근에서 지켜보는 부인이자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 왕비는 더욱더 속이 탄다. 백방으로 수소문해 남편을 도울려고 하지만 다 허사, 그러다 어느 괴짜 언어치료사를 찾아 가게 된다. 그가 바로 실제로 왕을 도와 말더듬증을 고쳐준 인물이었던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 그때부터 이 로그와 버티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물론 처음부터 다 받아들이고 오케이한 버티가 아니었다. 그래도 명색이 왕족인 자신에게 무람없이 구는 그가 못마땅해 이 언어치료를 버릴까 고민하기도 한 그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연설은 더욱더 궁지로 몰리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로그를 찾아가 연습에 매진한다. 그런 와중에 부왕이던 조지 5세가 죽고 이어서 형 윈저공이 왕위에 올랐지만, 형은 국정에는 관심도 없이 오직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하며, 본의 아니게 왕위를 물려받게 된 말더듬이왕 '조지 6세'.

결국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시점에서 그간의 매진해온 연습을 보란듯이 대중 앞에서 그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나름의 명연설을 쏟아낸다. '지금의 시련을 극복하고, 신의 은총으로 이 전쟁에서 승리하자'며 국왕다운 멋진 연설로 자중을 휘어잡은 거. 즉 전세계가 또 다시 대전이라는 화약고에 빠지는 그 상황에서, 너무나 말 잘하는 히틀러에 맞서 국민과 대중 앞에서 자신만의 연설을 성공한 것이다. 이것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어째든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되는 그림들이자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시퀀스다.



이렇듯 영화는 지극히 근엄하기로 유명한 영국의 왕실을 조망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근엄과는 거리가 멀게 말더듬증을 실제 갖고 있었다는 '조지 6세'를 소재로, 한 편의 인간 승리의 휴먼적인 드라마를 펼친 게 영화 <킹스 스피치>의 주요 플롯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어찌보면 영국 왕실의 무대 속 뒷이야기 보다는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조력하는 둘의 상황에 치중한 느낌이 많다. 즉 '버디무비'를 보듯 두 남자의 우정 같은 이야기, 그것을 격식이 있으면서도 때로는 재치있게 그리며 절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려낸 말 그대로 왕실의 로얄 휴먼드라마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드라적인 이야기다 보니 다소 지루한 감은 있지만, 남우주연상을 탄 '콜린 퍼스'의 완벽한 말더듬증 연기는 정말로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열연이었고, 이제는 60이 훌쩍 넘긴 명배우이지만 영화 '캐리비언 해적'에서 그로테스크한 해적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 '제프리 러쉬'까지 제대로 호연을 펼쳤다. 물론 버티의 부인이자 엘리자베스 왕비 역에 '헬레나 본햄 카터'도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킹스 스피치', 아카데미 작품상에 걸맞은 우정의 '휴먼드라마'

결국 여기 두 남자를 통해서 극복하기 힘든 약점이 있는 한 남자가 존경받는 왕이 되기까지 여정을 그리고 있지만, 실상은 왕과 그 언어치료사의 관계를 마치 남녀 관계처럼 섬세하게 발전시키는 과정에 재미와 메시지가 있음을 견지하게 된다. 즉 괴짜 언어치료사와 어울려 본적조차 없는 왕은 모든 의미있는 관계들이 그렇듯, 처음엔 순조롭지 않았지만 종국에는 왕과 언어치료사가 '신뢰'로 소통하고, 약점을 극복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따뜻한 유머로 담아내며 그려낸 작품인 것이다. 그렇기에 아카데미다운 작품상에 걸맞은 수상이 나온 것인데, 하지만 이 영화의 내막에는 30여 년 전에 이미 대본이 나왔지만 조지 6세의 아내이자 현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의 반대로 영화화되지 못한 전언이 있듯이 감추고 싶었던 왕실의 뒷이야기도 하다.


(사랑을 위해서 왕위를 버렸다는 윈저공 '에드워드 8세' 역의 '가이 피어스')

하지만 그 왕실에서 정작 주인공은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켜 왕위를 버리며 주목을 받은 버티의 형 윈저공 '에드워드 8세', 그런데 영화는 실제 역사 속에서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윈저공과 심슨부인의 로맨스가 아닌, 이 로맨스로 인해 모든 것을 떠맡아야 했던 불쌍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그러면서 그 남자가 안고 있는 말더듬증 컴플렉스를 내세우며, 결국에 본인 스스로 그런 편견에 갇혀있던 '조지 6세' 삶의 그 내밀한 이면과 진실을 통해서 그려낸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드라마적인 흐름을 유지한 채, 기품있는 클래식한 영상과 음악이 전면을 휘감으며 드라마를 더욱더 품격있게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복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이 영화는 근엄했던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절대 근엄과는 거리가 먼 한 인간의 치부를 드러내며 왕실의 비밀스런 모습을 벗겨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단순히 코믹적인 상황이 아닌, 실제 '그 남자가 국왕으로 사는 법'을 제대로 실현하는 모습을 통해서 지극히 휴먼적인 드라마로 완성시킨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역시 아카데미 작품상에 걸맞은 수상이 아닐 수 없는데, 전쟁보다 마이크가 더 무서웠다는 말더듬이 영국왕 조지 6세. 외모적인 모습만 봐서는 말더듬증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는 이 인물은, 이렇게 영화로 새롭게 부활해 지금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역시 영화적 소재론 끌릴만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는 지금 영국민의 존경을 받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영화 속 실제 영국 왕실 사진들 아래 링크..
http://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hn?code=76439&nid=2352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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